영하 십 도에서 영상 삼십 오도로
개미들의 공기와 우주의 진공 속에
청춘의 불안과 중년의 어깨위에
부자들의 뱃속과 가난뿐인 마음에
당신의 눈동자와 그 안에 비친 내 모습에
시간이 흐른다
표류하는 배 위에
모두가 발을 동동 구르는 순간에
누군가 머리를 볶거나
주사를 맞거나
아니면 TV 연속극을 보거나
또는 밀회를 즐길 때에도
시간은 흐른다
그러나
세월이란 이름으로도
끝내 흐르지 못하는 시간이 있다
song ver
컨베이어 벨트 위에
햄버거
도시락
삼각김밤
그걸먹고 살아가는 사람들 (1 5 1 5 1 4 1 5 1)
컨베이어 벨트 위에
에어컨
핸드폰
자동차
월급모아 사야하는 사람들 (1 5 1 5 1 4 3b 5 1)
컨베이어 벨트 위에. (3b 7b. 6b 5)
물건들 물건들 물건들
컨베이어 벨트 앞에. (3b 7b. 6b 5)
사람들 사람들 사람들
컨베이어 벨트 위에
한숨
땀방울
처진 어깨
쉴틈없이 이어지는 우리네 삶
컨베이어 벨트 위에
분노
사랑
삶과 죽음
컨베이어 벨트 위에 인간
어느새 컨베이어 벨트 위에 인간
(3b 5 1)
햄버거를 먹다
동네 슈퍼 빵 코너 구석
2,500원 짜리 햄버거
터미널 제과점에도
다른 동네 마트 빵 코너에도
같은 가격인 납작한 햄버거
시간당 6030원 최저 시급을 받고
식품공장에서 햄버거를 만드는 사람들
그 햄버거를 여기저기로 운반하는 사람들
나랑 같은 걸 먹으며 맛있어 할 사람들
하지만 어쩌면 삶이 지겹기만 할 사람들
빵 사이에 고기랑 야채
싸구려 소스와 허름한 포장지
쉴틈 없는 제조 공정과 굳건한 대량생산 시스템
자신의 생산품을 제 돈을 주고 소비하는 대중
반복 반복 반복
삶 삶 삶
그것은 햄버거
우리 엄마는 나보다 21살이 많고 고교를 졸업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지만 경북 영주에서 언니들이 공장에 다니던 서울 문래동으로 와서 언니들이랑 같이 일하다가 옆집에 고모랑 같이 세들어 살던 우리 아버지랑 결혼했다.
어려서 낳은 큰 아들인 나를 끔찍히 아꼈고 이웅평이 미그기 타고 내려 왔을때는 실제상황이라는 경보를 듣고 어린것들(나와 동생) 걱정에 펑펑 울었다고 한다. 전형적인 경북 남자에 관료 출신인 외할아버지의 영향 탓인지 내가 열 다섯 살 때까지는 엄마한테 많이 맞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에 엄마가 때리는 게 안 아프게 됐고 엄마도 그걸 알았다.
내가 고 2때 술장사를 시작했고 오산으로 옮겨서 장사한 건 99년이나 2000년 부터인가? 대학 1학년 때는 학비를 받았지만 나머지는 어찌어찌 벌어서 다녔다. 엄마는 그걸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나는 그게 고맙다고 생각한다. 우리집은 정말 가난했고 나는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엄마랑 나는 몇 번인가 불을 끄고 누워서 손을 잡고 울었다. 어쩌면 나만 울었다. 어느날은 내가 우니까, 엄마가 울지말고 씩씩하게 살라고 했다.
업종이 업종이다보니 손님들한테 맞은 날도 있고 나한테 얘기하지 못한 기분 나쁜 일들은 숫자로 셀 수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가게 안에서 술병이 깨지고 취한 사내들이 아우성을 쳤겠지. 엄마는 그걸 어떻게 참았을까? 이혼한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참았을 것 같진 않다.
내가 산림보호직 시험 합격했다니까 가장 좋아했던 엄마인데 막상 일 시작하니까 정말 바빠서 전화할 짬도 안난다. 내가 타이밍 놓쳐서 전화 자주못해서 미안하다고 하니까. 그래도 좋단다.
그런 엄마가 집을 샀다.
엄마집
엄마가 집을 샀다. 볕 잘 들고 바람 잘 통하는 아파트 1층이다. 집이 좋다. 근데 눈물이 난다. 오전에 엄마집에 들렀다. 데운밥이랑 뻗뻗한 대파가 들어간 계란말이랑 볶지 않고 삶아서 무친 오뎅, 생강이 많이 들어가서 맛 없는 소고기 무국을 엄마랑 같이 먹었다. 맛 없었다. 근데 눈물이 난다. 엄마랑 헤어지고 천안으로 출장 왔다. 엄마집이랑 오랜만에 둘이서만 먹은 밥이 자꾸 생각난다. 그래서 자꾸 눈물이 난다. 엄마엄마 눈물이 난다.
song ver
우리는 겨우겨우
겨울을 버텼네
우리는 겨우겨우
새봄을 맞이하네
우리는 겨우겨우
살아남았네
우리는 겨우겨우
사랑을 하네
(1 6 4 1) (1 6 2 5) (1 6 4 1) (2 5 1) 반복
우리는 겨우겨우
오늘을 넘겼네
우리는 겨우겨우
내일에 와있네
우리는 겨우겨우
살아남았네
우리는 겨우겨우
사랑도 하네
우리는 겨우겨우
우리는 겨우겨우 (4 5 1 6)
우리는 겨우겨우
사랑도 하네 (2 5 1)
song ver
튼튼한 다리를 놔서 강 건너 사람들을 만나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고속도로를 타고 쉽게 멀리까지 갈 수 있으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석탄 열차(국제공항) 때문에
우리는 행복해질까
한우 등심을 양껏 먹을 수 있으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1 6 2 5
술에 취해 세상을 욕하고 시절을 한탄하는 일로(3 6 2 5)
우리는 행복해질까(1 6 2 5)
어디서 사 먹든 비슷한 맛의 아메리카노처럼(3 6 2 5)
우리도 평범하게 행복해질까(1 6 2 5)
간 주 (4 5 1 3 6)
우리는 대체 언제 행복해질까(2 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