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음밥을 먹다

볶음밥을 먹는다
파기름을 내고
계란을 두 개 깨고
식은밥에 간장을 한 숟가락
설탕 소금 후추를 넣고 볶았다
하늘이 점점 더 흐려지고
강풍주의보가 내린 일요일 오후
아직 밥 때는 아닌데
배가 고프다는 아내랑 볶음밥을 먹는다
가끔 서로를 바라보면서 말 없이 먹는다
집안과 아내, 밥의 온기가 뒤섞였다
세상의 모든 행복이 지금 이 공간에 있다
이 볶음밥은 파 볶음밥인가 달걀 볶음밥인가
아니면 간장 볶음밥인가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 앉아 볶음밥을 먹고 
주인공이 그 길로 죽으러 간 소설의 제목이 뭐였더라
나는 죽으러 갈 곳이 없고
자고 일어나면 출근할 곳이 있고
거기가 내 자리라는 걸 안다
맛있다는 얘기를 듣고
어째선지 울컥한다
먹는 것은 살겠다는 것이니까
살아야지 살아야지 속으로 반복하면서
좀 짜지않아, 묻고
맛있다는 얘기를 한 번 더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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