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
아버지를 만나고 돌아오면 허기가 진다
밥을 꾸역꾸역 구겨 넣는다
아버지 뱃속에 가득찬 똥을 생각하면서
본인 똥을 손에 만지고 여기저기 묻혔다는 얘기를 생각하면서
밀려 들어가는 밥알이 눈물을 멈춘다
아버지를 만나고 돌아오면 술도 고프다
한 잔 한 잔 쉬지도 않고 소주를 마신다
혼자서 막걸리를 먹던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길에 쓰러져 있던 아버지를 업고 돌아왔던 일을 생각하면서
속은 타는데 취하질 않는다
똥이 가득찬 아버지 엑스레이 사진 꿈을 꾼다
자꾸만 허기가 진다
내 뱃속도 가득 채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