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나 마음 또는 머릿속에 끊임없이 채워가는 인생이 갖는 만족감에 대해서 고구미군과 얘기한 적 있었다.
원대형이 느끼는 발전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암튼 나도 그때는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고구미군이 단호하게 어쩌면 각아나가는게 아닐가 라고 말해서 그 다음부터는 그런 생각을 접었다.
 각설, 작년에는 끝도 없이 읽으면서 계속 무언가를 쌓아갔었는데, 올해는 쌓을 시간도 없이 일하고 있다.
그러니까 애초에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것이 맞다는 이야기다. 끝없이 일을 한다고 해서 쌓여있는 것들을 쏟아내지는 않는다. 아주 오래전도 아닌 때에는 뭔가가 쌓이는 것 같은데, 분출할 방법이 없는 섭섭함에 대해서도 얘기했었는데, 나의 오만이 정점을 쳤던 결과다. 지금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또 쌓아가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내가 늘 생각하듯이 생각을 하면서 쌓아가고 있다고 적는것 또한 나의 오만함의 결과인 것이어서 우주란 끝없이 돌고도는 것이다. 우주에 있다는 것은 끝없이 떨어지는 엘리베이터에 있는 것과 비슷하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어든가 읽었든가 했는데, 볼모 비슷하게 나가고 있는 빌딩 25층에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추락하면 죽겠구나 하는 두려움 보다는 추락한다면 끝없이 추락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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