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그림자

검은 그림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밤의 끝에서 네 그림자를 부서지도록 안는다
보이지 않은 채 존재하고
무게도 없이 손에 잡히는 너
나는 어둠 속에서만 너를 사랑한다
나의 실체가 너의 실체에 닿을 때
나의 그림자가 너의 그림자와 겹치고
모든 것이 뒤섞여 하나인 그림자의 사랑
아침이면 모든 것이 끝나는 사랑을 한다
그리고 암흑 속에서
얼마 남지 않은 나의 사랑 이야기를
문신을 새기듯 너의 그림자 위에 눌러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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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0까지 사진

사진 2018. 5. 10. 18:54
정선 조양강 강바닥
정선군 임계면 돌광산
정선 조양강 강바닥
강릉 남대천
강화 볼음도 1
강화 볼음도 2
강화 볼음도 3
저 멀리 가을
맘에 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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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기

딱 한 두 걸음 비틀거릴만큼 취했다
딱 내가 나인 만큼만 취했다
딱!
너에게 전화를 한다
받지 않을 것을 안다
딱 그만큼 취했다
구체적이지 않게 취했다
슬퍼지지 않을 만큼만
울지 않을 만큼만
한 잔 더 먹고 싶지만
부를 사람이 없는 시간이다
아니, 애초에 부를 사람은 없다
딱 그만큼 취했다
딱!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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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강원도 정선을 관통하는 42번 국도
이삿짐을 실은 트럭이 내 앞을 달린다
용달이란 말이 어울리는 오래된 트럭안에
빛바랜 초록색 비키니 옷장이 나부댄다
오래된 물건 오래된 삶이 굽은 길 위에 있다
용달 기사도 이사차에 탄 노부부도
그들을 추월한 나도 가늠할 수 없는 생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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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성

물에 빠진 만두를 먹지 않는 아내​
물에 빠진 순대를 먹지 않는 장모님
물에 빠진 물고기 국물을 먹지 않는 장인 어른
만둣국, 순댓국, 매운탕을 다 좋아하는 나
식성이 다른 장모, 장인은 항상 두렵지만
식성이 달라도 세상에서 가장 좋은 건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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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를 읽었다.

핸드폰 속에 교보 이북 어플로 20권을 다 읽었다. 4대에 걸친 수 많은 등장인물, 읽으며 잠시도 그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어떤 자부심이 있다. 그렇지만 내가 30일 간 읽은 것을 30년 간 쓴 사람이 있다.

30일과 30년... 토지는 대략 40년 간의 이야기다. 수 많은 인간군상들이 몰아치는 삶을 살고 죽는다. 삶이란 살고나면 죽는다. 월선이가 죽었을 때 많이 울었다. 용이도 울고 홍이도 울었다. 얼마 있다가 용이도 죽고 임이네도 죽는다. 그 와중에 홍이는 살아서 대를 이었다. 죽음이란 한 문장 속에 있다. 어느해에는 호열자(콜레라) 때문에 좀 더 살았을 것 같은 사람들이 한 줄 만에 죽는다.

덧 없는 한 줄, 덧 없는 삶.

많은 페이지를 캡쳐 했는데, 나이 50 넘은 서희가 광복 직전에 명희에게 했던 말이 남았다.

"살기로는 모두가 각각이지만 성공한 삶이란 누구에게나 그것은 덧없는 소망일 뿐입니다." 

철의 여인이 있고 그 강철 같은 마음이 약해지고 약해져서 40년 짜리 대서사시가 저물 때 한 얘기다.

박경리 선생 존경한다.

교양으로 읽다가 울었다. 책 읽다가 운 게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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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개미가 흙 속으로 숨었다
제비가 지붕 아래로 숨었다
물고기는 물 속으로 숨고
사람들은 우산 아래로 자동차 안으로 숨었다
숨 쉬러 땅 위로 나온 지렁이가 꿈틀댄다
깡마른 몸뚱이로
숨어살던 서러운 생 위로 비가 흐른다
비 그치고서야 발견되는 죽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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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

당신 가슴에 얼굴을 묻고
심장 소리를 듣는다
당신이 깰까 싶어
그 소리의 모양을 숨죽여 그린다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그렇게 그려낸 내 사랑의 모양
너는 나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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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자동차가 없는 세계
아스팔트가 없는 세계
플라스틱이 없는 세계
나무와 흙과 공기와 바람 그리고 물
살아 숨쉬는 것만 존재하는 세계
과거이거나 미래인 세계
그곳에서 나 너와 함께 노래를 부르리
우리만 아는 말로 사랑의 노래를 부르리
지상의 마지막 날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리
아스카라타브라 아스카라브라타
아이루미네르타 아이루미르타네
이스코미노시스 이스코미스노시
그때 모든 것이 숨을 죽이리
너와 나 노래가 되어 사라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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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식목일이고 나는 산림청 직원이라 식목 행사에 다녀왔다. 60여 명이 모여서 높이 2m이상 되는 나무 50그루를 심었다. 마치고 도시락을 먹었다. 모든 행사마다 그러하다.  그럴때마다 느끼는데, 1회용 쓰레기가 너무 많다. 오늘도 수북히 쌓인 플라스틱 쓰레기를 봤다. 마음에 커다란 짐이 포개지는 느낌이다. 지난 가을에 체육대회를 했었는데, 버려지는 음식물과 쓰레기를 보고 절망감을 맛봤다.
 뉴스에선 태평양의 플라스틱 섬, 재활용 쓰레기 대란, 폐지값이 없어서 폐지도 잘 안주워 간다는 얘기가 나온다.
 점심을 먹고는 나무 심기 행사를 한 마을의 길을 돌며 쓰레기를 주웠다. 보기엔 길이 깨끗했는데 40kg짜리 마대가 비닐과 플라스틱으로 금방 가득찼다.​
 혼자 쓰는 내 방 베란다에 둔 자루도 페트병을 비롯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금방 부피를 채운다.
 몇해 전까지는 장난으로라도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 비닐봉지(어떤 때는 화장지)라고 했었는데, 지금 생각에 인류는 플라스틱과 비닐로 멸망할 것 같다.
 모든 것이 과하다. 이런 생각이란 게 결국은 또 반복이다. 이 세계에서 나는 무엇을 실천하며 살까? 어떻게 살까?
 그냥 다같이 망가져버리자는 기분이 빈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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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위를 걷는다

선 위를 걷는다
천지사방이 어둠
발 아래 가늘게 보이는 선을 따라 걷는다
선 위를 걷는다
누군가 나를 따라오고 있다
숨소리만 들린다
선 위를 걷는다
점점 자신이 없다
선이 갈라진다
어느쪽을 선택해도 마찬가지
선이 희미해진다
선 위를 걷는다
추락할 때까지​
그러니까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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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퇴근

방에 와서 밥을 먹고
방바닥을 닦아냈다
기타를 조금 치다가
설사를 했다
싱크대에서 세수를 했고
음악을 틀어놓고 만화책을 봤다
중간중간 담배를 피웠다
그러다 자정이 됐고 눈이 벌겋다
하품을 하는데 입 안에서 네가 나왔다
나는 내 방에 혼자 있고
너는 우리집에 혼자 있다
우리는 이 우주에서 서로 떨어져 있다
하품을 해서 조금은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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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를 보다

제비 한 마리가 난다
올해 첫 번째 제비를 본다
봄보다 먼저 찾아오는 제비는 없으니
이제 봄이려니 한다
기다렸던 것은 아니다
제비는 때를 알고
나는 제비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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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다녀왔다.
한 동네 살면서 12년간 같은 학교에 다닌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고등학교 동창들 중에 결혼도 가장 빨리했고 아기도 가장 빨리 낳았고 아버지도 가장 빨리 돌아가셨다. 그 친구 포함해서 오늘 모인 다섯 명이 다 각자 집에서 큰 아이고 내 나이가 마흔 하나니 어찌 생각하면 이른 죽음이다.
상갓집에 가면 어디서 전해 듣기 전까지 죽음의 이유를 묻지 않는다. 그저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도저히 헤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슬픔에 잠겨있다가도 때가 되면 배가 고픈 것처럼 죽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뿐이다.
정선에서 진부역까지 차를 끌고가서 진부역에서 ktx를 탔다. 커다란 건물, 올림픽 마스코트, 아직 끝나지 않은 공사, 텅빈 버스 승강장,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들, 열차 도착 시간에 맞춰 도착한 택시 몇 대. 진부역은 과하다. 인간은 과하다. 욕심은 끝이 없다.
토지를 읽고 있다. 진부역을 보고 한 생각을 소설을 읽으면서도 한다. 전형적으로 느껴지는 수 많은 캐릭터의 향연, 인간의 끝 없는 욕망,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욕심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해서 생긴다. 누군가 보기엔 나도 과한사람이다. 살아가는 한 어쩔 수 없다.
죽은 사람은 안식에 잠들지만 남은 사람은 한 동안 안도하지 못한다.
친구가 마음을 잘 추스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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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문

퇴근길
다리 위에서
오리가 잠수한 자리를
그 파문을 바라보다가
먹이를 물고 솓아오른 오리가
해지는 쪽으로
멀리 한 점이 되어가는 것을 본다
삶이 파문인 것을 본다
AND

어느날의 일기

피곤한 저녁
라디오를 들으며 캔맥주랑 같이 뒹굴다가
갑자기 마음이 동해 물티슈로 방바닥을 닦았다
먼지가 묻어나온 물티슈를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세수를 하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려 물티슈로 얼굴을 닦고 그대로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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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봄​

땅을 보다가
꽃을 보고
나비를 보고
바람을 보고
하늘을 보고
나무를 보고
초록을 보고
너를 보고
나를 본다
봄은 보는 것이라 봄이다
(너를 보고 내 그림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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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먹는다
삶은 생과 같은 말
생은 서럽고
사실 삶은 서럽다는 말보다 더 서러운 것
사랑까지 포함해서 시옷은 다 슬프고
슬프다는 말도 시옷으로 시작한다
술 넘어가듯 술술 풀리지 않는 하루하루
달콤한 사탕이 사탕발림이 되는 것이 인생
나의 속임수에 당신들은 울고 웃고
나 또한 당신들에게 그러하다
내 숨이 멈출 때 모든 거짓이 멈추니
삶은 슬프다 끝나는 것
술을 먹는다 차분히
눈 쌓이듯 슬금슬금 취한다
생이 무엇이고 사랑이 무엇이냐
슬픔도 다 거짓이다
세월이란 말도 슬퍼진지 오래고
시옷은 다 슬픈데
정작 가장 슬픈 이별엔
시옷이 없다
AND

컵라면을 먹다 2

​컵라면을 먹는다
그리움에 생이 허하여 술을 마시고
마신 술에 속이 허하여 컵라면을 먹는다 
싸구려 용기에 새우가 그려진 컵라면을 먹는다
컵라면을 불려서 먹어야 해장이 된다던 엄마의 말
엄마는 자식들 건사한다고 허리가 휘도록 술을 마셨다
내가 술로 중년이 된 사이 술로 노파가 된 엄마
갈비뼈에 금이 가도록 술을 마신 엄마
언젠가의 엄마처럼 면발도 새우건더기도 나도 퉁퉁 부었다​
한 나라에 살아도 자주 보지 못하는 엄마
목소리를 들으면 눈물이 날 것 같아
전화도 못하고 불어터진 컵라면을 먹는다
AND

우는 것은

우는 것은 하늘입니까 바다입니까
3월에 눈 내리고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우는 것은 하늘입니까 바다입니까
당장이라도 녹아 내릴 것같은 수평선은
분명 무엇인가는 울고 있는 까닭입니다
우는 것은 하늘입니까 바다입니까
아니면 잊지 못하는 나입니까
그저 그런 나입니까
AND

봄바다

걷고 또 걸어서 강 끝
육지와 육지를 잇는 마지막 다리
그 앞에 봄바다
봄은 봄 바다는 바다
그런데 봄바다
모든 강은 바다로 이어지고
너무 당연해서 기록조차 되지 않는 말들
끝은 시작
같은 자리에 다른 이름
시작과 끝이 뒤엉킨 어지러운 봄바다
봄은 봄 바다는 바다
나는 나
나는

AND

술 한 잔 먹었다.

오랜만에 생각한다
나는 꽤나 정치적이다.
사람들과 대체로 잘 지내고
그 사람들이 나의 어떤 지점을 인정해준다.
내가 그들에게 그러하듯이.
지난주부터 머릿속에 박혀 있는 생각은
"인간은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다.
내가 누굴 이해하지?
나는 나를 받아주는 사람이 좋다.
내 아내가 너무 좋다.
세상에 너랑 나랑 둘 뿐이어도 좋다.
오늘도 많은 불찰속에 살았다.
그 생각 끝엔 항상 네가 있다.
AND

끼니를 거르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끼니를 걸렀다
배고픔이 빈 속에 사그라드는 일이 오랜만이다
그간 참 규칙적으로 먹었구나
이유도 없이 밥을 거르는 호사를 누릴만큼
내 삶이 올바른 것 같지 않은데
꼬박꼬박 먹고 사는구나
배고픔을 잊고 사는구나
뭔가 잘못 된 건 아닐까
지금의 나를 버릴 자신이 있나
항상 끼니를 거르는 삶 속으로 뛰어들 용기가 있나
꼴랑 한 번 거른 끼니에
나는 이 모든 생각들에 자신이 있나
특별한 이유도 없이 
끼니를 걸렀다
AND

컵라면을 먹다

​비 개인 아침 옥상
물 고인 바닥마다 파란 하늘이 있다
사발면이란 이름이 붙은 컵라면을 먹는다​
옥상은 기억의 장소
컵라면은 사색의 음식
뭘 먹든 떠오르는 당신 얘기를 
더는 적지 않으려 했지만
사발이란 이름만큼 예쁜 스티로폼 용기 안에
당신 얼굴이 라면 기름과 섞여있다
국물까지 싹 비우고나면
남는 것은 텅빔
텅빈 하늘을 밟고서 
컵라면을 먹었다​
AND

삼겹살을 먹다

회식
삼겹살을 먹는다
왜 회식날은 삼겹살을 먹을까
너무도 가볍게 결정되는 삼겹살의 운명
일 인분 만 이 천 원이 너무 무겁진 않은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
삼겹살이 없던 시절에
우리는 뭘 먹고 실았을까
그 보다 오래 전 돼지가 먹히기 위해서만 키워지기 전에
우리는 뭘 먹고 살았을까
세상은 이미 다 지나간 일이라고 하는데
내 하루는 늘 퍽퍽하고
내가 지금 소주와 함께 삼키는 것이 살덩인지 뼈인지 아니면 기억인지
질문도 다 던지지 못하고 가는 생에
답을 정해둔 질문으로 가득한 삼겹살 얘기가
무슨 질문인지
모든 팀장들은 술을 잘 먹는데
대체 얼마나 술을 마셔야 팀장이 되는지
이 또한 무슨 답이 정해진 질문인지
왜 삼겹살을 먹으며
나는 질문만 남기는지
대체 왜
AND

우문현답 4

야. 너 왜 그랬어?
죽을 거 같아서.
이 새끼야 너 안 죽었잖아.
AND

순댓국을 먹다

피곤했던 하루
하소연 할 사람 없어 더는 갈 데 없는 하루
혼자서 순댓국을 먹는다
기분상 소주도 한 병 먹는다
돼지 내장들이 뚝배기 안에서 부글부글 생을 끓이고
건너 테이블엔 마주 앉은 연인
순댓국은 사랑의 메뉴
순대를 빼고 순댓국을 시키던 당신이 떠오르고
오직 먹히기 위한 삶을 살았을 돼지 머리로 이어진다
머릿속에 취한 피가 도는 걸 보니
나란 인간은 먹기 위해 태어난 존재
터덜터덜 집으로 가는 길
돼지 내장들이 내 내장 안에서 부들부들 생을 죽인다
피곤했던 하루
혼자서 순댓국을 먹었다

AND

소고기를 먹다

입 안에 기름기 가득 소고기를 먹는다
입술이 번들거리도록 소고기를 먹는다
미끈한 키스같은 등심을 곱씹는다
붉어진 당신 얼굴을 보며 붉은 고기를 굽는다
소는 짧은 생에 울다 죽었다
소고기보다 눈물이 붉다
눈물보다 당신이 붉다
붉은 마음으로 이별 소고기를 먹는다
AND

아이스크림을 먹다

아직은 교복이 어색한 아이들이 아이스크림 콘을 먹으며 신났다
아직은 2월
계절이 바뀌는 일을 이렇게도 안다
​부러운 것은 시기하는 것
충동에 들게 하는 것은 다가오는 봄인가 지나간 젊음인가
주머니엔 꾸깃한 천원짜리 한 장
학교 앞 구멍가게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 콘을 집는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세상에 있던 이름, 브라보
껍질을 벗기고 천천히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얼었던 마음이 녹아내린다
그리운 것은 코 앞에 봄인가 발 뒤편의 젊음인가
AND

우문현답 3

나는 무엇입니까
별것도 아닌 일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