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6/03/21 | 3 ARTICLE FOUND

  1. 2016.03.21 20160321 - 어쩌다 하나씩
  2. 2016.03.21 20160321 - 어쩌다 하나씩
  3. 2016.03.21 20160321 - 어쩌다 하나씩

겨우살이

참나무 이파리 모두 떨어진 계절에
나무 꼭대기에 붙은 겨우살이를 본다
겨울에만 겨우 모습을 드러내는 겨우살이는
겨우겨우 살아가는 지금 내 모습을 닮았다
나무에 매달려 홀로 푸른 모양새가
엄마한테 달라붙어 살던 내 어린날을 닮았다
암에 걸린 우리 엄마 물 끓여 먹이려고
기어이 나무에 올라서 가지를 잘라낸다
겨우라도 좋으니 죽지 말라고
이번 겨울은 넘겨야 한다고
그래야 당신도 살고 나도 산다고
나를 닮은 겨우살이를 땄다
AND

옆집 아줌마


새벽에 잠이 깼다
샌드위치 판넬을 통과하는 옆집 아줌마 목소리

야, 이 씨발새끼야. 나이를 육십을 넘게 처먹었으면 인간답게 좀 살아.
응? 육실할 놈의 개새끼야.

뭐라 변명을 늘어놓는 아저씨는
우리 아버지랑 동갑

개새끼랑 웅얼웅얼의 반복
나와 아내는 어느틈에 다시 잠이 들었다

밤새 고함을 지른 아줌마는
아침에야 잠이 들었을까

곤히 잠든 아내를 보다가
다녀올게요, 이마에 입을 맞추고

옆집 세탁기 소리에 맞춰
칫솔질을 하고 집을 나서는데

옆집 아줌마랑 딱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웃는다

고개도 끄덕이지 않고
휙, 나를 지나치는 아줌마

주인집 마당엔 매화가 피었고
나는 봄날 찬바람을 맞았다


AND

그림


곧 사라질 구름 위에
네 이름을 그린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네 얼굴을 그린다

그러고도 그리워서
자꾸만 너를 그린다

그려도 그려도 그립고 그리워서
텅빈 내 그림자를 너로만 채운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