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살이

참나무 이파리 모두 떨어진 계절에
나무 꼭대기에 붙은 겨우살이를 본다
겨울에만 겨우 모습을 드러내는 겨우살이는
겨우겨우 살아가는 지금 내 모습을 닮았다
나무에 매달려 홀로 푸른 모양새가
엄마한테 달라붙어 살던 내 어린날을 닮았다
암에 걸린 우리 엄마 물 끓여 먹이려고
기어이 나무에 올라서 가지를 잘라낸다
겨우라도 좋으니 죽지 말라고
이번 겨울은 넘겨야 한다고
그래야 당신도 살고 나도 산다고
나를 닮은 겨우살이를 땄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