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6/03/09 | 2 ARTICLE FOUND

  1. 2016.03.09 20160309 - 어쩌다 하나씩
  2. 2016.03.09 20160309 - 어쩌다 하나씩

첫 차

경계가 무너지는 하늘로부터
스물스물 다가오는 이별
버스를 기다리는 너와 나 사이에는
어떤 공기도 흐르지 않는 진공
마치 우리처럼
종점이 어딘지도 모르는 버스에 올라
타야할 곳과 내릴 곳을 아는 사람들을
그저 바라본다
비가 버스 창문을 때린다
우산도 없는 너는
낯선 거리에서 버스를 내리고
나는 애써 돌아보지 않는다
버스 손잡이 냄새를 맡다가
나를 닮은 내 손을 본다
내 손을 닮은 내 마음을 본다
내가 알면 비도 알고
내가 모르면 비도 모르는
내 마음을 본다
종점에 도착한
내 마음을 본다
AND

명절 전날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일까

괴성을 지르는 정육점 총각
흥정도 없이 나물을 사는 새댁
포 뜨는 아주머니 앞에 늘어진 긴 줄
내놓기 무섭게 다 팔려나가는 두부
돈으로 쉴틈 없는 상인들의 전대
가족이란 이름으로 몰려 다니는 무리들
기름 냄새 사이로 미끄러지듯 서로를 헤집고 다니는 사람들

그 아래에

세상에서 가장 흥겨운 음악으로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을 기는
다리가 없는 걸인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