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새해 결심을 두 번 할 수 있는 좋은 나라다. 나 같은 경우 새해을 맞아 세운 다짐이나 계획들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을때, 음력설이 올 때까지 멋대로 흘러가도록 내버려 둬도 괜찮다는 마음속의 유예를 갖는다. 
 
 애초에는 내가 흐르는 물이라고 생각하고 흘러가는 대로 두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 내 물줄기는 무엇엔가 막혀서 단단하게 멈춰있다. 물은 고이면 썩고 물길을 바꾸면 화를 입는다는 것이 조상들이 남긴 지혜다. 두 얘기를 합쳐보면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물줄기가 고여 있다고 물길을 바꾸면 안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잘 산다는 건 물이 고였을 때, 물길을 바꾸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흐름을 타게 하는 것과 같은게 아닐까? 
 재미있게 산다는 건 물이 고였을 때, 썩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것.이면 안되고 고인 곳의 주변을 정리해서 물이 흐를 수 있도록 해주는 순간들을 즐기는 마음과 같다.

 라디오에서 두 번 하는 새해 결심에 대한 멘트를 듣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
   
 휘청거리지 말고 잘 하자. 

 내일은 우수, 오늘 밤에 큰 눈이 내린다는 예보, 길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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