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랑 자유 평등 평화 인간애
어딘지 순진해 보이는 말이라곤
들어본 적도 없는 듯이 사는 분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다

- 다단계 우두머리
- 재벌 총수
- 국회의원
- 대통령
- 조폭 두목

특히 타짜들하고 잘 지내고 싶다

그네들이 방심한 틈을 타서
거사를 치러야지

다단계 회장님 머리를
재벌 총수님 돈줄을
국회의원님 주둥아리를
순서대로 자르고
대통령님은 머리 끄댕이를 잡아 끌어 내려야지
조폭 두목님 배에는 동그란 구멍을 내줄까

개평이나 조금 받고
타짜 손모가지는 그냥 둬야지

지금은 미친놈들 세상이니까
나도 미친놈이니까

불법하는 놈들하고 친하게 지내고 싶다
AND

자전거


강물보다 빠른 속도로
자전거를 달린다

연인과 연인과 연인을
지나치고 지나치고 지나친다

모든 일이 휘이 지나가도록
페달을 밟는다

내가 멈추면
지구도 도는 일을 멈춘다

하여, 쉬지도 않고
강의 끝과 달의 마지막을 쫓는다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서
자전거를 달린다

울지 않기 위해서
꾹꾹, 페달을 밟는다
AND

만수르

나는 만수르
말술을 먹는 알콜 만수르
열심히 일하는 노동 만수르
불평이 많은 주댕이 만수르
셋을 합쳐 합체 만수르
무적의 빈털털이 만수르
AND

첫 차

경계가 무너지는 하늘로부터
스물스물 다가오는 이별
버스를 기다리는 너와 나 사이에는
어떤 공기도 흐르지 않는 진공
마치 우리처럼
종점이 어딘지도 모르는 버스에 올라
타야할 곳과 내릴 곳을 아는 사람들을
그저 바라본다
비가 버스 창문을 때린다
우산도 없는 너는
낯선 거리에서 버스를 내리고
나는 애써 돌아보지 않는다
버스 손잡이 냄새를 맡다가
나를 닮은 내 손을 본다
내 손을 닮은 내 마음을 본다
내가 알면 비도 알고
내가 모르면 비도 모르는
내 마음을 본다
종점에 도착한
내 마음을 본다
AND

명절 전날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일까

괴성을 지르는 정육점 총각
흥정도 없이 나물을 사는 새댁
포 뜨는 아주머니 앞에 늘어진 긴 줄
내놓기 무섭게 다 팔려나가는 두부
돈으로 쉴틈 없는 상인들의 전대
가족이란 이름으로 몰려 다니는 무리들
기름 냄새 사이로 미끄러지듯 서로를 헤집고 다니는 사람들

그 아래에

세상에서 가장 흥겨운 음악으로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을 기는
다리가 없는 걸인
AND

봄 우울

이익에 매달리거나
원대한 꿈을 품은 것이 아닌데도
온종일 이게 아닌데
아, 이게 아닌데 생각만 하다가
그 기분 그대로 밤잠을 설치고
반쯤 열린 창문으로 빗겨 들어오는 오후의 우울을 정면에서 얻어 맞는다
이 마음이 이 마음일 뿐인 것도 알고
바다가 넓어봐야 물인 것도 아는데
새들이 함성을 지르는 이 계절에
부끄러운 줄 아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부끄러운 마음 뿐이다
내 마음 내버려두고
슬그머니 봄만 다가온다
AND

봄 단상


거지같은 거짓 활기로 가득찬
부자 성공 노력같은 말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진 3월의 거리
되돌아 볼 것이 없어 아름답던 청춘은
시든잎이 되어 떨어졌고
술을 마셔야만 달라지는 지난날의 치욕과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이내 잊는 것의 반복으로만 산다
우여곡절을 살아도 살았으면 의미가 있을까
술 마실 때마다 친구 아들방에서 잠들고
아무 걱정 없냐고 물으면
응, 이라고 하는 그 아이는 엊그제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나는 입학할 곳이 없는 신세
곧 심근경색이 올 거 같은 몸에 예술가의 발가락을 달고
거리를 거리를 거리를 걷는다
하염없이 하염없이 하염없이 걷는다
새로운 시절의 인연을 찾아
걷고 걷고 걷는다

AND

봄, 나무

봄이 오니
나무가 다시 말을 건다
설산을 보며 머리만 긁던 나에게
나무가 말을 건다
어여 오라고, 봄이라고
가지 끝의 움으로 나를 부른다
나무에서 물이나 빼 먹는 건 인간 뿐인데
인간 때문에 새들은 웃지도 못하고 울기만 하는데
겨울을 아무말 없이 견딘 나무가 나에게 말을 건다
견딘다는 건 견고해지는 것
자기 발끝도 못 따라가는 나에게
나무가 자꾸 말을 건다
나무 앞에 작아지기만 하는 나에게
견디라고 견디라고 한다
AND

그 여자

그 여자,
뱀에게 물리는 꿈을 꾸고
다음날 우연처럼 복권방에서 만난

그 여자,
신랑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이가 있다는 건 아는

그 여자,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내 뺨을 어루만지는

그 여자,
나도 말 없이
뺨을 어루만지게 되는

그 여자,
충혈된 두 눈에서
붉은 눈물을 흘리는

그 여자,
내 첫 정을 앗아간 소녀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던

그 여자,
살아갈 일이 걱정이지만
다시 내 품에 안을 수 없는

그 여자
AND

불온 2

집 나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는데
통장 잔고는 자꾸만 늘어나네
남들은 노다지라는데
썰렁한 집 구석은 금광이 아니라네
존재는 존재를 갈구하고
몸은 혼자 놀면 안되는 법
별것도 아닌 모임에 나가서
어니언 베이글에서 양파냄새가 난다고 하는 남자를 사랑하게 됐네
유리벽 앞에서 서로의 허물을 벗고
안경알이 깨지는 꿈을 꿨네
다음날 남편이 돌아오고
꿈에 백일홍을 봤네
폐허같은 도시에 홀로 피었네
붉었는지 희었는지 기억이 흐리네
AND

붕어빵

붕어빵처럼 닮은 모녀가 붕어빵을 먹네
어린딸과 젊은 엄마는 쓸쓸한 태 까지 닮았네
야윈 종이봉투에서 호호 불며 꺼낸 붕어빵을 먹네
반을 갈라도 온기라곤 찾을 수 없는 붕어빵을 먹네
따뜻한 물 한 잔도 없이 그저 붕어빵을 먹네
엄마가 바다를 바라보며 걸음을 멈추자 딸도 바다를 바라보네
한손엔 붕어빵을 한 손엔 서로의 손을 잡았네
파도가 파도를 삼켜
새들이 앉을 곳을 찾지 못해도
슬픔도 없고 후회도 모르는
겨울의 바닷가에서
서로를 닮은 모녀가
붕어빵을 먹네
AND

있다

진달래 꽃 따며 함께 봄눈을 맞았던 사람이
그 꽃으로 술 담그며 화전을 부쳐먹었던 사람이
봄눈 내리는 날이면 마음 속에 꽃으로 피어나는 사람이
계절이 바뀌어도 가슴 속에서는 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
나비가 되지 못해 그 사람에게 갈 수 없는 사람이
바람이 되지 못해 그 사람을 스쳐 지날 수도 없는 사람이
한때 그 사람이 곁을 주었던 사람이 있다
AND

키스

발 뒤꿈치를 든 당신
눈을 감고
서로의 세균을
혀 끝으로 옮기면서
독감에 걸리는 건 아닐지 걱정을 해도
니가 좋다
AND

돌확에 고인 물

나는 누구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내 사랑을 의심한다
너는 내 사랑만 받았던 사람
나를 의심하지 않는다
나는 구멍난 항아리
너는 돌확에 고인 물
네가 다른 남자를 만났어도
나는 어떻게든 너를 만났을 것 같다
헌데, 니가 옆에 있는데도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내 진심을 나도 모르겠다
나의 사랑은 내 죄고
너의 절망은 네 죄가 아니다
AND

아버지

그는
쉬어버린 김밥을 내게 건네고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나는 그가 누구와 산에 갔는지
누구와 술을 마셨는지 모른다

- 일이 힘드세요?
- 외로우세요?
- 어머니가 보고 싶으세요?
- 오, 아버지

그에게도 꿈이 있을까

빚에 쫓기고
해고통지서를 받고
이혼을 하고
매일 술을 마시는
내 아버지의 꿈을
나는 감히 묻지 못한다

AND

소고기 미역국을 먹다

아내의 퇴근을 기다리며
미역국을 끓인다
자식 키워 봐야 소용 없다고
명절에 엄마가 아들 먹으라고 싸 준 양짓살을
겉만 익혀서 한 입 크기로 자른다
내 각시 먹이려고 자른다
도마와 칼에 저미는 핏물
이 고기도 누군가의 자식이었다
생명으로 국을 끓여서
생명을 유지하려고 한다
이유없는 우리사이처럼
미역국엔 이유불문 참기름이다
고기와 통마늘을 볶는다
마늘 다지는 게 귀찮았다
당신이 귀찮은 것은 아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마늘을 많이 넣는다
불려둔 미역을 넣고 계속 볶는다
물만 닿으면 다시 살아나는 미역이
당신만 보면 활기찬 내 마음 같다
간장으로 간을 하고 
물을 붙고 팔팔 끓인다
한 번 끓으면 불을 줄이고
살살 끓이며 간을 봐야 하는데
간 보기가 귀찮다
당신이 귀찮은 것은 아니다
매일 태어나는 우리 사랑을 축하하려고
오늘 저녁엔 미역국을 먹는다
AND

사거리에서

어느쪽이든
먼저 파란불이 켜지는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만 하면 되는
사거리 귀퉁이에 섰다
빨간불에 멈춰선 자동차와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질서에
마음 속으로 90도의 선을 그렸다
한쪽 끝엔 내가 다른쪽엔 당신이 있다
만년설도 만년이 백번쯤 지나면 녹아내리니
만 백년 쯤 이대로 서 있을까
헌데 바람은 왜 불까
논리적인 슬픔만이 나를 에워싸고
몸은 갈 곳을 잃고
마음은 질서를 잃었다
나는 당신을 잃었다
AND

성산대교


29만 9천원짜리 패키지
동해항에서 블라디보스톡
부두노동자들 가득한 선술집
꽃을 파는 까레이스키 처녀
쌍커풀이 없는 눈매
마음처럼 둥근 얼굴
가녀린 입가에서
어설픈 한국말
안녕하세요
내 대답도
안녕하세요
유일하게 아는 러시아 말은 보드까
- 초면에 실례지만 사랑합니다
나랑 함께 서쪽 바다에 닿을 때까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가지 않을래요 -
이 말을 전할 수가 없다

퇴근길
꽉 막힌 성산대교 위에서
낯선 땅 블라디보스톡과
첫사랑을 닮은 까레이스키 여인을
세상끝으로 가는 열차를 상상한다
AND

고래

이것은 꿈인가
매일 보던 동네 앞바다
고래가 바위를 뛰어넘네
이것은 멸망인가
비위를 넘은 고래가 바위가 되네
이것은 생시인가
바위가 다시 고래가 되네
이것은 사랑인가
고래가 내 이름을 부르네
아, 이것이 삶인가
그 고래 결국 나에게로 오네
AND

정수리를 데었다

무심코 머리에 갖다댄 샤워기
뜨거운 물에 정수리를 데었다
나는 절대 들여다 볼 수 없고
내가 고개를 숙이면
너만 볼 수 있는 곳이 뜨겁게 아프다
나는 너에게 뜨거웠는데
샤워기 온수만도 못했다
찬물에 상처를 식히고
마음이 차갑다
정수리를 데이고
생에 가장 냉정하게
외출 준비를 마쳤다
AND

평균율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본 적 없다
신용카드를 가진 적 없다
대출도 없고
남의 대출에 연대 보증섰다 추심 당한 일도 없다
전기 요금 한 번 밀려 보질 않았다
사랑을 해도 죽고 싶은 이별은 없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도
저축도 없고
가진 것이라곤 쥐뿔도 없어도
유난히 몸이 튼튼한 것도 아니어도
그냥이 그냥인 하루하루를
평균률 이상의 세계를
이렇게 살아간다
그래도 살아간다
AND

겨울비

봄을 알리는 비가 멈췄다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멈췄다
나도 너에게 가던 길을 멈췄다
너를 기다리던 일을 멈췄다
마당에 묻어둔 겨울 대파가 시무룩하다
겨우내 눈 맞으며 겨울을 지킨 정든 파를 뽑아낸다
슬픈 마음에 술을 푼다
내가 납득할 때까지 이별을 붙잡기 위해서
나인지 너인지 모를 누군가를 붙잡기 위해서
비운 술잔 위로 눈물만 떨어진다
곧 봄이 오려나
나는 아무것도 붙잡지 못했다


AND

구구소한도

봄이 오면 님 잊을까
동지부터 하루하루
당신 생각 떠오르면
빈 매화에 형형색색
새 생명을 불어넣네
경칩지나 봄이 와도
춘분지나 밭 갈아도
생각나는 그때 모습
덧칠하고 덧칠해도
장마지나 가을와도
끝이 없는 당신생각

_________

봄이 오면 당신 잊을까
동지부터 하루하루
당신 생각 나는 날마다
빈 매화에 색을 입힌다
따뜻하게 차갑게
때로는 이 세상에 없는 빛깔로
81송이를 다 칠하도록
경칩지나 개구리 울고
춘분지나 농부들 밭 갈도록
떠오르는 마지막 모습
장마 오는 줄도 모르고
죄 없는 매화만 덧칠하고 있다
AND

은혜

여고 앞 분식집
여학생들의 종아리를 타고
젊음이 흘러내린다

초등학교 앞 문방구
자기 몸보다 큰 가방을 맨 아이들이
불량식품 하나씩 입에 물고 나온다

중학교 앞 편의점
재잘거리며 컵라면을 먹는 단짝 친구들
너무 춥다고 알바 누나에게 오뎅 국물 좀 달라고 하는 소년

여중 앞 어느 모퉁이
빈 건물에 붙은 현수막

- 현 위치 땅 매매 -

돈 모아서 현 위치를 사서
쏟아지는 은혜를 받으며
뭐라도 팔고 싶다
AND

기울다

순탄하게 너를 보내고
홀로 남은 오후
해지는 방향으로 바다가 기울었다
바다는 영원한 수평인 줄로만 알았는데
바람도 없는데 바다가 기울다니
바다가 아니라면 육지가 기울었을까
말 없이 너를 보낸 내 마음이 기울었다
바다는 서쪽으로만 붉게 기울고
그 끝에 너의 목소리가 있다
그리고 내 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밤
기울지 않은 세계에
혼자 바다만 바라보고 앉았다
AND

생각한다

아마도 오늘은 눈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저녁 나절이면 무릎만큼 쌓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네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오늘은 너를 기다리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모자 위로 쌓인 눈을 털어내고 텅빈 집에 들어서면
내 마음에 네 생각만 쌓일 것을 생각한다
이렇게 온종일 너만 생각한다
AND

세계

생과 잠의 경계 어딘가에
이승과 저승의 경계처럼
삶도 아니고 죽음도 아닌 거기에
온전한 나의 세상이 있다
하늘도 땅도 해와 달과 별도 없는 곳
백 만 개의 언어가 하늘을 떠돌고
그 글자들 사이사이로
내가 아는 얼굴들이 팔 다리도 없이
내게로 다가오며 공허의 비명을 지른다
이곳의 말과 얼굴과 소리안에
나는 없다
너는 없다
전부 나이거나
전부 너인 세계
우리가 아닌 세계
아무것도 갈구하지 않는 세계
깨어나면 아쉽고 잠이 들면 계속 이어지지 않는
그런 세계가 있다
AND

보고 싶다

나이 어린 조카들이
동생과 이혼한 지들 엄마 보고 싶다고 운다
명절에 부모들이 상에 치킨과 피자를 올려놓고 운다
믹스 커피를 마실 때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난다
한 청년이 막걸리집 문 앞에서 비를 맞으며 영숙이란 이름을 목놓아 부른다
어쩌면 이 청년이 나였을까
깊은 밤 선잠에서 깨자 마자 네 얼굴이 떠올라서 운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
보고싶다
AND

툇마루

온종일 콩밭에 김을 매고
더 이상 지칠 수도 없는 몸으로
툇마루에 앉아서
지는 해를 바라보며
막걸리를 마셔본 적 있는가
나를 찾아온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다
석양을 맞으며 대자로 뻗어서
잠들어 본 적 있는가
겨울 오후 먹이를 찾아 툇마루에 올라온
고양이 새끼를 쓰다듬은 일은 어떠한가
비 오는 날 툇마루에 누워
떨어지는 빗방울을 세며 담배를 피워도 좋을 것이다
담배 연기는 하늘로만 하늘로만 흩어질 것이다
그 툇마루에 햇빛과 달빛과 별빛이
당신과 나의 삶이 그리고 죽음이
쌓이고 쌓이고 또 쌓일 것이다
AND

실업급여


병신년 겨울
우랄 블로킹이 만든
우라질 추위

내 동료이거나
학교 후배
친구의 아내이거나
옆집 아저씨
아버지의 친구이거나
나보다 두 배는 오래 살았을 아주머니

정년이거나
계약이 끝났거나
회사가 망했거나
억지로 그만두게 됐거나
아직 밀린 돈을 못 받은 사람들
나랑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고용센터에 모였다

일 마치면 몸이 힘들어서
일 없으면 마음이 괴로워서
매일 술을 마시고
담뱃값이 아무리 올라도
어려서 배운 담배는 끊을 길이 없다
월세 살고 백 만원 짜리 고물차를 타도
각종 세금을 한 번도 밀려본 적 없다

이런 나에게
그 동안 고생 했다고
얼른 다시 일 하라고
나라에서 돈을 주네
겨울에 일 없는 일용직에게
먹고는 살라고 공짜돈을 쥐어주네

이렇게나 친절한 내 나라에게 감사할까
이런 나라를 만들어 준 조상님께 감사할까
무엇에 감사해야 할 지 모르겠는 사이에 교육이 끝났다

- 이따가 돈 입금될거에요

사람들이
그리고 삶들이
소리없이 흩어진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