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만나고 나서 올해 안에 영업종료 할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드는 단골 커피숍에 와서 쓴다.
쓸쓸한 일 두 가지가 붙었네. 쓸쓸한 노래를 만들어야겠다. 언젠가 기분이 좋았던 일요일에는 일요일 아침같은 노래를 만들거라고 메모장에 적어뒀다. 그 노래는 아직인데, 쓸쓸한 곡은 금방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제목 - 0.1
오늘은 일요일
지금은 아침
계절은 5월
계절은 봄이 맞고
반짝반짝 하늘
0.1도 기분좋지 않다
0.1도 네 생각이 안난다
0.1도 0.1도
하나도 하나도
이렇게 가사 초안을 적어 본다
우울증은 좀 괜찮나? 회사 가기 싫은 건 여전하지만 이전만큼은 아니고 자다 깨는 횟수도 두 번 정도로 많이 즐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일이었을 수도 있지만 계속 우울한 거 보다 약의 힘으로 빨리 나아지는 게 마냥 기다리는 것 보다 낫다.
오늘은 아버지 컨디션이 괜찮았고 어쩔 수 없다는 얘기를 했다. 요양원에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본인이 일등이고 잘하고 있다는 얘기도 했다. 본인이 요양원 어르신들 중에 제일 건강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아버지는 어쩔 수 없고 잘 하고 있다.
아버지한테 내일 또 온다고 했다. 면회가 너무 잦으면 요양원에서 별로 안 좋아할 거 같단 생각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게 아닌 걸 알기에 그렇다. 요양원 남자 직원 한 분이 아버지를 데리고 4층으로 올라가기 전에 '아버지가 선생님을 너무 좋아하시는데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라고 했다. 그 직원분이 얼마전에 감자전도 같이 먹으러 다녀왔단 사실을 알려줬다. 정말정말 고맙습니다.
커피숍 사장 형이랑 담배 피우면서 잠깐 얘기 나눴다. - 소중한 시간이다 - 영업종료 없을거란 얘길 듣고 안심했다. - 그게 뭐라고 - 하지만 사람일은 어찌될 지 모든다. 내가 회사를 못 그만두는 걸 포함해서 - 잘 하고 있는 거다 - 어쩔 수 없는 상황은 늘 있는 것이다. '봉봉방앗간'이 어쩔 수 없이 계속 영업 했으면 좋겠다.
어쩔 수 없이 뭔가를 하는데 그게 잘 하고 있는 케이스들을 생각해 본다. 아버지 걱정을 안하는데 걱정이 되는 것괴 비슷한 건가?
두 잔 째의 커피를 마시는 중에 글을 마친다.
BLOG ARTICLE 2024/06 | 12 ARTICLE FOUND
- 2024.06.29 20240629 - 어쩔 수 없고 잘하고 있는 것에 대한 생각
- 2024.06.28 20240628까지 한 줄 모음
- 2024.06.24 20240624 - 괜찮은건가 생각 1
- 2024.06.18 20240618 - 일기
- 2024.06.17 20240617 - 어쩌다 하나씩
- 2024.06.15 20240615 - 어쩌다 하나씩
- 2024.06.15 20240615 - 개꿈들
- 2024.06.13 20240613 - 어쩌다 하나씩
- 2024.06.09 20240609 - 허기, 아버지와 동생과 조카, 강릉 단오제
- 2024.06.04 20240604 - 아버지 전입신고와 엄마 생각
- 2024.06.03 20240603 - 어쩌다 하나씩
- 2024.06.03 20240603 - 어쩌다 하나씩
시간
들여다보면 느리게 간다
위로
엄마가 점 보고 와서 내년에 좋다고 하니 기분이 좋다
집착
내 혀로 네 몸에 내 이름을 쓰겠다
배출
똥 싸면서 코를 풀다
허기
황사에서 카레 냄새가 난다
인과응보
태어나서 죽는일이 인과응보다
어긋난 사랑
나는 너를 향해 눕는데, 너는 벽을 향해 눕는다
취향
같은 보리를 먹어도 나는 맥주를 마시고 너는 보리차를 마신다
행운
지금 살아있다면 인생의 운을 이미 다 쓴 것이다
떠벌이
그 사람은 안 아픈데가 없어, 주댕이만 빼고 다 아파
무기력
먹기 전엔 배가 고파서 기력이 없고 먹은 후엔 소화시키느라 기력이 없다
동질감
담배 한대 같이 피우면 그때부터 친구다
미국 자본주의
셀프주유소에서 기계가 팁을 요구한다
끝나는 사랑
새끼 손가락 끝 마디만큼 네가 보고싶다
미끼상품
나이 마흔 다섯이 되어서야 겨우 투 플러스 원 상품을 하나만 살 줄 아는 사람이 됐다
로또 복권
이번주에도 안됐다
내가 안됐다
봄
학교를 파하고 교문 앞 문방구에서 제 몸뚱아리보다 큰 가방을 등에 메고 재잘거리는 아이들과 함께 봄은 온다
공범
일요일, 느지막이 일어나 즉석밥과 구운 스팸을 먹고 행복하다
나이 50이 가까운 지금, 그렇고 그런 세상에 공범이 되었다
요통
인생의 전성기보다 먼저 찾아온다
생강나무
쳐다보면 자꾸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 생강나무
욕쟁이
예쁜 걸 보면 시팔소리가 먼저 나온다
운전면허
인생살이가 운전면허 시험처럼 순조로우면 얼마나 좋아
복
내 복은 내가 삶는다는데 복을 어디다 어떻게 삶나?
비관
지구 곳곳에서 전쟁이 나고
전세계 곡물값은 오르기만 하는데
여기 인간들은 왜 이렇게 많이 먹어대고 또 왜 이렇게 밝어?
마흔살
나이 사십이면 세상의 사십프로는 아는 줄 알았더니
그저 마흔살 빈털털이네
암보험
암에 걸려 죽을래도 90일을 기다려야 한다
아파트
빈 성냥갑을 쌓다
제임스본드
콘돔은 갖고 다니나
까마귀
까마귀에서 까를 빼면 마귀
자본주의
빚더미 위에 쌓아올린 신화
입사지원서
지원동기 : 의식주 해결
허리 디스크
침을 맞으러 가면 착한 사람이 된다
냉장고
있으면 열어보게 된다
겨울
찬공기가 방충방에 걸려있다
인생
광 팔았을 때 말고는 쉬지 않는 것
중년
죽을병에만 안 걸렸어도 성공한 인생이다
꿈
졸려죽겠는 꿈을 꿨다
삶과 죽음
인생엔 이 두 가지만 있을까
그런거 같다
출근
아, 하기 싫다
살의
난 별로 더 마시고 싶지 않는데
술도 약한 놈들이 왜 자꾸 더 먹자 하지?
집
일하고 돌아와서 웃을 수 있는 곳
회개
죄짓고 나한테 고백하지 마라
나도 죄가 많은 인간이다
엄마
엄마만큼 애틋한 것도 없다
봄
삶이 싱그럽지 않은데
봄을 알면 아저씨다
전화
결혼한 친구가 전화를 안 받으면 불화가 있나 생각한다
알콜중독
존재증명을 위해 술을 먹다
직장생활
누가 날 부르는 게 싫다
절정
꽃잎 떨어지기 시작해야
비로서 절정이 온다
술
막막함을 하소연할 곳을 찾다
대선
누가 대통령이 되건 봄이오기만 한다면 살아갈 뿐이지
신앙
십자가를 안주로 소주를 먹다
목욕
욕조에 따끈한 물을 받아서 미끄러지듯 몸을 담그고 기분좋게 눈 감고 잠들었다가 어느새 식어버린 물 속에서 나도 차갑게 식고 싶다
종이접기
A4 용지를 여덟번 접기 위한 생을 살고 있다
본능
잘 먹고
잘 자고 일어나서
잘 싸면 기분이 좋다
모기
모기한테 피를 나눠준 게 억울한 게 아니라 물린 자리가 가려운 게 싫다
점
점쟁이 말 한 마디에 인생이 왔다갔다 한다
시간
쪼개면 있고 자고 일어나면 없어지는 것
예전
모든 게 예전같지 않다고 하지만 예전에 어땠는지 모르고 하는 말이다
해빙기
얼었던 강물이 녹아 흐르자 오리들이 신났다
불놀이
다 재가 됐으면 좋겠어
삶
과거에 대한 후회,
현재에 대한 불만,
미래에 대한 불안
노력
물거품이 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
기대
저버리려고 있는것
기원
바다를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걸 보면 우리가 물에서 오긴 왔나보다
지랄
반이거나 풍년이다
식탐
치킨을 먹는데 족발 배달이 왔다
얼마나 더 먹어야 이 생이 끝을 향할까
가족
같이 먹진 않더라도 같은 걸 먹는다
로또복권
샀을 때도 안 샀을 때도 안 맞는것
영수증
건물 바닥을 닦는 바닥 인생을 살아도
물건 시세는 알아야지
그래서 영수증을 본다
셀러브러티
살아서도 팔리고
죽어서도 팔리는
마이클 잭슨 존 레논 체 게바라
혈연
아기들은 다 예쁜 줄 알았더니 조카도 핏줄이라고 다른 아기들보다 더 예쁘네
피곤
오줌에서 캬라멜을 굽는 냄새가 난다
이별
네가 내 곁에 있어도 외로웠는데 네가 없으니 오죽하겠는가
꽃
지고 나면 초라하다
여유
두 개의 길 중에 좀 돌아서 늦게 도착하는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것
방황
나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 고유의 특성
울다
울어도 소용없는 일에 울다
잔인한 계절
4월 월급을 받으니 사는 게 지겹다
힘들어
힘들어도 망가지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은 힘들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다
결혼생활
각자 자기 거래처를 찾아가는 것
한통속
참외랑 오이가 한통속으로 느껴지다
파도
물에 들어가봐야 왜 파도라 불리는지 알 수 있다
후회
술 취해서 여기저기 전화하는 것만 빼면 인생에 후회가 적은 편이다
이름
꽃이 피기 전까지는 누구도 알려고 하지 않는 이름들을 알고 싶다
대형마트
약간은 부담스러운 풍요
음주운전
내가 어느 국도 위에 있는지도 모르게 취하다
못난놈
잘난놈만 보면 욕을 하는 나는 못난놈
실수
기가 막힌 실수 = 어이없는 풀레이
자원고갈
조금씩 마음을 갉아 먹은 사랑이 끝나다
좋다
좋다는 말을 듣는게 좋다
일용직
일 분 일 초를 다투는 사람
열대야
고양이들이 슬로우 모션으로 어슬렁거린다
베프에게
중2때 너를 만난게 내 업보다
두발 자전거
세상의 균형을 알게된 순간
나는 모든 균형을 잃었다
할인과 적립
할인이나 적립카드 없으면 억울해서 편의점에서 과자라도 하나 사 먹겠나
주인이 나한테 잘해주는 단골 술집이나 가야지
불행
명치에 주삿바늘을 꼽고 내 피로 누군가를 살리는 꿈을 꿨는데, 왜 로또복권에 당첨되지 않았나?
마음
마음이 마음같으면 마음이 아니지만 마음이 마음같지가 않네
봄
다가올수록 더 보고 싶었다
가을
날씨가 술안주다
야구에 관한 명언
- 야구란 무엇입니까?
- 친구지, 지면 친구가 슬프고, 이기면 나도 기쁘고 신난다.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친구지.
술에 관한 명언
술 먹고 약속을 하면 안돼
약속에 관한 명언
지키려고 했는데 못 지켰다고 하는 것
열대야
밤 열두시에 물회가 먹고 싶다
식탐
하늘에 흰구름이 소고기 마블링으로 보인다
하나만 먹어
먹기 싫어도 갖다 주면 하나 먹게됨
고생
좋은 날 빼고 다 고생이다
일용직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세계에는 선도 악도 없다
가족주의
아버지 맘대로 하는 거
쓰레기와 사람
태우거나 땅에 묻는다
직장
월급 외의 무언가를 바라는 곳이 아니다
열정
말술도 가슴속에 열정이 있어야 먹는다
영화
점프컷으로 너에게 다가가 너와 입맞추면 영원히 끝나지 않는 롱테이크가 시작된다
어른
파란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주위를 살피는 것
풀
풀들도 다 자기 좋은데서 산다
술
누구와 마셔도 생 전체가 허망해지는 순간이 온다
꽃
처음엔 다 수줍다
계절
계절은 항상 다음 계절을 재촉하는데
나는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반대
반대의 반대말은 관대
나
내가 먹는 것도 나
안 먹는 것도 나
겨우 하루하루 사는 게 나
배달의 민족
따로 주문한 햄버거 피자 치킨 족발을 같은 사람이 순서대로 배달해 주는 배달의 민족
사기꾼
뭣 때문은 아니라고 하는데 다 뭣 때문인 사람
직장생활
자리에 없는 사람을 씹으며 소주를 삼키고 삶은 고기를 씹는다
담배
안 피우면 허전 피우면 허망
인생
바보같이 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의 합
이별
불행하지만 않으면 살 수 있다는 당신의 말
나는 당신 때문에 불행하지 않은데
나 때문에 당신이 불행하다면
이별
노력
노력은 왜 경주를 하나
기후 위기
포근한 겨울이 주는 낙관
지구 반대편에는 꺼지지 않는 산불
노화
3일 네 시와 4일 세 시가 헷갈리다
돈
돈이 뭐라고 돈이 생기면 좋다
빨래
아침 여섯시에 꼭 빨래를 하고 싶었는데 온갖 이유들로 빨래를 못했다. 그래서 울고 싶어지는 꿈에서 깼는데, 아침 여섯시길래 빨래를 했다
꽃
일찍 피면 일찍 지고 늦게 피면 늦게 진다 헌데 피어보지 못한 것들은 어쩌나
벽
막히면 등을 기대고 쉬어야지
첫사랑
할 말이 많았던 밤이 말없이 지나고
새벽에 조심스레 내뱉은 첫 마디, 잘 잤어요?
이별
SNS 프사에 목을 자르는 것
봄
등을 떠미는 바람에도 아랑곳 않고
어린것들의 여린색이 뚫고 올라오는 계절
이별
SNS에 강아지 사진만 남기고 다 지우는 것
효도
부모님이 기분 좋게 오케이 하는 것
전산오류
내 오른쪽에 앉은 애는 왼쪽을 못 보고 나는 오른쪽을 못본다
주사(酒邪)
담배는 끊을 수 있어도
오줌은 끊을 수가 없다
구멍
네 생각만 파 먹고 살았는데 왜 내 가슴에 구멍이 났나
눈치
눈치보고 살지 않기 위해서 눈치를 보다
달콤한 인생
가을밤 가로등 옆 은행나무 아래서
소주 안주로 사탕을 빨았다
부추꽃
이제 그만 잘라 먹으라고 파랗게 잘렸던 자리마다 하얗게 질린 부추꽃이 피었다
하늘길
빈 하늘이 있기에 구름의 깊이를 알고
구름의 겹을 통해서 하늘길을 본다
이별
얼마나 술을 많이 마셔야 눈물도 술이 되나
시금치 나물
모든 생명은 생명을 먹는다
불의(不意)
산자도 죽은자도 준비되지 않은 죽음 앞에 무방비다
어떤 삶
산 사람은 모두 어떤 삶을 살고 죽은사람은 다 어떤 삶을 살았다
우주가 되는 꿈
내 설사똥을 우주 공간에 둥둥 날려 보내고 싶다
인류
희귀하게 만들어 놓고 희귀종이라고 좋아하는 진짜 희귀종
생일
세상에 안 태어나고 사는 사람도 있나
잔치는 적당히 해라
축구
공은 바쁘지 않다
사람만 바쁠 뿐
봄눈
눈 녹기 시작하고 나서야 어디가 그늘이었는지 안다
꽃
예쁘다고 막 건드리면 벌에 쏘이는 수가 있다
철
반짝반짝 할 땐 철이 없고
철이 들면 깜빡깜빡 한다
발칙한 육하원칙
햇살 시린 겨울 백주대낮에 많은 것이 금지된 공공장소에서 사랑이란 명목으로 너와 지나친 애정표현을 하고 싶다
몽우리
살아야 사랑도 한다
소녀
길가에 들국화도 피어야 향기가 나는데
너는 피지 않아도 향기가 나는구나
참혹
꽃 진 자리 참혹하다
당신 빈 자리 참혹하다
이유
세상에서 당신이 제일 좋은 이유
당신이 내 옆에 있기 때문이다
금연
나이 오십에 꿈에서 담배를 피운것을 후회하고
바닥을 치며 일어나 냉수를 마신다
난독증
너를 오독한 줄 알았더니
나를 오독하였다
하지
짧아질 일만 남은 해의 운명
여름은 시작도 못했는데 생이 저문다
왜
가을도 하루만에 오는데
너는 왜
바다
세상 어딘가엔 하류로 갈수록 좁아지는 강도 있겠지만 내가 당신에게 그러하듯이 결국 모든 강은 바다로 흐른다
코감기
콧물만 먹고도 배가 부르다
만취
술병을 자빠뜨리다가
내가 나자빠졌다
아내
결혼 말고는 뭘 같이 한 적이 없다
비관
사람들이 다들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다
입관
저승가는 길이 그려진 종이를 덮고
가벼운 짐이 되어 무거운 잠을 시작한다
여름
꽃잎이 탄다
어떤 마음이 끝난다
술
매일밤 각자의 사정들을 전해듣는다
후회가 반복되도 술이란 생명을 끊을 수가 없다
과거
과거를 아름답게 쓰기 위해선 과거가 아름다워야 한다
모든 과거는 치욕이다
연인
세상에서 달아나려던 내 마음의 뒷덜미를 잡아 돌려 세운 사람
외로워
(씨팔, 바람만 스쳐도 울것 같은) 나만 남겨놓고 다 어딜 갔어
격언
대충 입고 대충 먹고 대충 자도 대중없이 대충 살진 말자
생
여지껏 뭐했어요
생을 살았습니다
비관
인생이란 게 태어나서 이것 저것 먹다가 죽는 것 밖에 없다
베프
사는 게 재미는 있는데
너랑 만나서 술 먹는 것 만큼 마음 편하진 않아
인간
뒤로 걸어도 앞으로 가는 것이 인간
인간은 뒤로 가지 않는다
꽃침
꽃 위에 침을 뱉다
나의 존재 증명은 너
육식
뼈를 잡고 살을 뜯다
gps
전화기만 있으면 내가 어디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지만 네가 옆에 있어도 내 마음이 어디로 그려지는지는 모른다
아내에게
가끔 당신에게 화를 내고 짜증도 부리지만 당신을 만나지 못한 나는 지금보다는 훨씬 변변찮은 사람이었을 거야
첫사랑
조금 일찍 만난 계절
무궁화
반국가 정서만 없다면 무궁화도 참 예쁜 꽃이다
엄마들
장모님은 내가 당신 딸한테 잘 할 거 같아서 나를 허락한 것 같은데 내 색시를 허락한 우리 엄마 마음을 모르겠다
이슬비와 가랑비
아이고 김서방, 얼른 가라고 가랑비가 오네
아니오 장모님, 더 있으라고 이슬비가 오는데요
인생
허기만 남은 삶에
술 몇 잔 마시다보면
떠날 때가 되는 것
발
나 없인 아무데도 못 가는 주제에
세수하고 남은 물로 날 씻지 마라
누가 뭐래도 내가 니 발이다
인생
삶 - 이렇게 살다가 죽기는 싫은데, 뭘 해야할지는 모르겠다가 결말이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가 되는 것
죽음 - 언제든 상관 없다고 생각했어도 아직은 이른 것
설날
비에 젖은 겨울 논을 바라보며 늙은 아비가 늙은 아들을 기다린다
아휴
아휴. 씨팔.
어쩌면 이 한 마디만 남기고 모든 생이 끝나지 않나 생각한다.
아휴. 씨팔
금요일 저녁에 고구미 만나서 산 속에서 오붓하게 돼지고기 두 팩 구워 먹었다. 술은 꽤 먹었지만 과하지 않았고 베프랑 오랜만에 만나서 좋았다. 고구미는 대학에 이어서 농업학교도 내 후배가 됐다. 좋다. 마트에서 장보는 중에 항정살을 집어드는 나를 보면서 기름기에 대한 인간의 본능을 생각했다. 내가 연어랑 참치를 좋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튀김도 뺄 수 없구나. 고구미가 내가 올해 만든 '첫봄'이란 노래를 들어주고 좋다고 했고 한 번 더 불러 달라고 했다. 기분 좋아서 시도 두 개 읽었다. 이런 순간이 내게 힘을 준다.
고구미는 토요일 아침 다섯 시에 피망 농사 지으러 평창으로 돌아가고 같은 시간에 인천에서 출발한 건쓰짱을 여덟 시에 만났다. 커피 마시고 몇 나디 나누고 점심 먹고 누워 있다가 저녁 일곱시에 프로 축구 봤다. 11,000명이 넘는 관중이 들었다. 빗속에. 건쓰짱은 축구장은 첨이라고 했고 응원에 들뜨는 모습을 보였다. 강원 서포터즈 응원에 들뜨는 정도면 수원 삼성 응원을 보면 기절할 판이다. 강원이 졌지만 경기는 잼있었다. 강원은 올해 폼이 좋은데 상무랑은 두 번 붙어서 두 번 다 졌네. 연패했다고 상대팀이 천적인건 아니다. 스포츠 경기란 그런 것이고 인생도 그러하기 때문이다.
친구들 사는 거 보면 나는 괜찮은 건가 싶기도 하다. 신경정신과에 우울증 약 타러 세 번째 들러서 이 글을 쓰는 중에도 그런 생각에 드네. 아버지 만나고 나면 우울한거랑 - 어제도 아버지 만났다. - 집이 없는 것 - 10억은 부자도 아니지만 10억 부자가 아닌 것 - 회사가기 싫은 것 제외하면 큰 스트레스는 없다. 아이가 없고 빚이 없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뭔가가 없기에 생기기도 하지만 뭔가가 없기에 없는 경우가 더 많다. 내 스트레스 요인 중에 허리 통증과 어깨 통증 재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인데. 아프지 않다면, 통증이 없었다면..... 생각해 본다. 친구들은 자녀들의 학폭 연루, 아파트 대출금, 피곤한 직장생활, 아내와의 갈등 등의 문제가 있다. 몸 아픈건 우리 나이엔 공통이다.
우울증의 해결책으로 연애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남현이를 보면 맞는 것 같다. 이 친구는 카톡으로만 대화해봐도 원래보다 더 선량해졌고 예쁜말을 쓰는 사람이 됐다. - 원래도 나쁜 말을 쓰는 놈은 아니다. - 나는 기본적으로 아내랑 잘 지내니까 - 얼굴 본다고 설레는 건 아니지만 내 아내는 귀엽다 - 만일 내가 아내가 아닌 사람과 연애를 하면 우울증의 해결대신 배덕감에 정신병 수준의 희열을 느끼거나 죄책감에 미쳐버리거나 둘 중에 하나일 거라 생각한다.
약발이 잘 드는지 최근 2주 동안 딱 한 번 울었다. 근데 자다 수시로 깨는 건 여전하다.
머릿속이 맑게 살고 싶어서 조만간 담배를 끊으려고 한다. 담뱃갑에 그려진 10종류의 담배 경고 문구를 모으는 중인데, 간접흡연 피해 하나 남았다. 근데 그 한 갑이 잘 안 걸리네. 그 담배 한 갑을 마지막으로 금연 하고자 한다. 잘해보자.
산림기사 합격했다. 생각보다 기쁘지 않다. 너무 울적해서 뭐라도 해야지, 생각하다가 산림경영 기술 중급 기술자가 많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었고, 나랑 같은 직렬 중에 중급 기술자인 형 한 명이 산림청 그만두고 엔지니어링 업체에 들어갔기에 나도 산림기사 갖고 싶었다. 열심히 했는데, 보람이 느껴지진 않는다. 우울증 때문이다. 어쨋든 기사를 땄기에 내 경력으로 중급 경영기술자 받을 수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예전에 a형이 대형면허 따고 나서 인생살이가 대형면서 취득하는 것처럼 순조로우면 얼마나 좋아, 라고 했다. 인생살이가 산림기사 따는 정도로만 열심히 해도 순탄하면 얼마나 좋겠나, 나도 생각한다. 복잡무변이란 말이 갑자기 떠오르네.
이런 저런 핑계로 술을 자주 마신다. 적당히 마셔야지 생각한다. 담뱃갑에 그려진 경고 문구가 10종류인데, 9종류의 빈 담뱃갑을 모았다. 10개 다 모으면 끊어야지 결심했다. 지난 금요일에 헌혈하러 갔는데, 최저 혈압이 자꾸만 자꾸만 높게 나와서 결국 헌혈 못했다. 살면서 헌혈 38번 했는데, 50번은 채우고 싶네.
아내랑은 잘 지낸다. 내 우울증과 화를 잘 지켜봐 준다. 항상 고맙다.
아버지는 잘 지내는데, 변비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누가 본인을 만나고 가도 10분 후면 잊어버리는 아버지, 똥오줌을 지리는 아버지를 통해서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삶을 자꾸 생각하게 되고 결국 우울해진다. 아버지 생각하다가 혼자 울 때가 많았는데, 요즘은 빈도가 많이 줄었다. 약을 먹기 때문인가?
오늘은 술 안 먹는 날이고 아내랑 외식이다. 막국수에 수육 먹을까 하다가 한국 사람은 국밥이기에 국밥 먹기로 했다.
하지
이맘때면 생의 절정을 생각한다
지지않는 태양 꺼지지 않는 횃불
축제와 같은 여름 일렁이는 사람들
누군가는 지금이라고 말하는
최고의 순간이 내게도 있었나
혹은 최선의 순간이라도
내일이면 황혼이 시작될테니
언젠가 모든 생이 저물테니
희망 같은 건 태워 버리고
해가 꺼질때까지 비틀거리자
세계와 나의 연결 같은 걸 생각하면서
꺼지지 않는 밤이 올 때까지
휘청거리자 휘청거리자
우울증 때문인지 불만 때문인지, 올해 개꿈을 많이 꾼다. 얼마전 바지에 똥묻은 꿈을 꿨을 때 복권이 낙첨이었다. 꿈들 중에 인상적이었던 것만 기록해둔다.
- 회사 사람들 + 학교 사람들하고 야유횐지 장례식장인지에서 술 먹다가 혼자 빠져나와서 학교에 갔다. (로또 꽝)
- 변산에 간 꿈 아이를 마저 안지 못하고 깸. (로또 꽝)
- s 선배가 나오고 아내도 있는 술자리에서 가방을 못찾다가 결국은 찾음.... (로또 꽝)
- 30억 훔쳤다가 나중에 잡히는 꿈. 잡힐 때 아내랑 같이 도주중이었음. (로또 꽝)
- a형이 b형 책상 닦으라고 나한테 시킴. b이 깨끗하게 닦으라고 새 칫솔을 내 줌. (로또 꽝)
- 엄마 동생 나 셋이 있는 집이 전쟁 같은 나면서 무너짐. 쪽창문을 열었다가 괴뢰군과 는 마주침. (로또 꽝)
이 꿈들이 다 이루지 못한 소망과 현실에 대한 불만족 때문인가 싶다.
바닥은 고요하다
바람소리 새소리
흙과 모래와 돌
제비꽃과 클로버 꽃
부러진 나뭇가지와 아기 소나무
이름 모를 풀과 벌레
그루터기 위의 개미들
방금 내려 앉은 함박꽃 잎
나무 모양으로 갈라진 빛과 그림자
버려진 지 오래된 묵은 담배 꽁초
그보다 더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사람
22시에 잠들었다가 23시 30분에 한 번 깨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잠들었다가 3시 30분에 다시 일어났다. 어제도 최종적으론 4시 30분에 일어났다. 배가 고픈 건 아닌데, 정체를 알 수 없는 허기가 밀려와서 라면 반 개 - 마침 반 개가 있었음 - 끓여서 밥 말아먹었다. 먹고 나서도 여전히 허전한 감이 있어서 집에 마지막 남은 라면 하나 마저 끓여 먹고 설사가 날 것 같은 가벼운 복통을 느끼면서 키보다 두들기다가 똥 누고 와서 마저 쓴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고 - 조상님들 고맙습니다. - 빨간날인 현충일이 있다. - 조상님들 한 번 더 고맙습니다. 집에서 달리 할 것도 없기에 아내랑 아버지 만나러 갔다. 아버지 머리가 약간 길었는데, 긴 머리가 좀 더 안정적으로 보인다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알아 듣는지 못 알아듣는지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동생이 카톡으로 보내준 동생 아이들 동영상을 같이 보는데, 아버지가 좋아했다. 갑자기 영상통화가 생각나서 - 여태까지 이걸 생각 못한 내가 참 멍청하고 불효자다. - 동생에게 전화했더니 바로 받았다. 상대편에게 아버지 얼굴이 잘 보이도록 내가 전화기를 붙잡고 통화를 시작했다. 아버지가 동생 이름을 말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본인 아들인 건 바로 알았다. 그걸 알아챈 그 순간이 좋았다. 동생이 본인 큰 아이를 불러서 할아버지한테 인사 시켰다. 아버지가 그 아이가 본인 손주인 걸 알았다. 9살 조카가 약간 뻘쭘해 하길래 내가 아버지에게 '호연아' 불러 보세요, 라고 했다.
- 호연아 - 네
- 학교다녀? - 네
- 공부 잘해라 - 네
- 나중에 놀러와 맛있는 거 사줄게 - 네
별 내용도 없는 대화에 눈물이 터졌지만 곧 참았다. 내 반대편에 있던 아내도 울컥했다. 동생한테 아이가 둘인데, 큰 아이는 할머니 집에서 할아버지랑 놀았던 기억 때문에 할아버지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다. 동생은 아이에게 할아버지가 아프다고만 하고 치매라고 말을 안 했다. 9살한테는 치매가 조금 이른가? 아버지는 치매에 걸렸지만 늘 '애들' - 손주들 - 을 언급한다. fucking bloodline. 면회 중간 중간에 너무 좋다고 하면서 머리를 감싸는 아버지 모습을 기억해 둔다. 아버지 저희 오늘 또 만날거에요. 오늘도 손주랑 영상통화 해봐요.
6일부터 강릉 단오제가 시작됐다. 바다 보러 강릉 오는 관광객들은 강릉에 이런 축제가 있네, 규모가 꽤 크네 생각하고 흘려 지나가는 이벤트지만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축제다. 단오제 기간 중에는 약간 흥청망청해도 괜찮은 분위기 같은 게 있다. 아버지 만난 기분을 상쇄하려고 낮부터 마셨다. 회사 형하고 한 잔 하고 들어와서 쉬다가 밤에는 친구 만나러 갔다가 친구 아내의 일족들도 함께 만났다. 엿장수가 엿을 사준 사람한테 마이크를 주고 노래를 시키는 이벤트가 있었다. 우리가 감자전 먹던 가게 입구에서 어린 친구가 노래를 불렀는데, 너무 잘 불러서 흥이 올랐다. 그 흥을 주체 못한 친구 아내가 노래하고 싶어해서 엿 사줬다. 친구 아내는 노래를 잘 못 불렀지만 친구가 쪼르르 달려나가서 옆에서 같이 부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런 걸 '부창부수'라고 한다. 어제 아내랑 코인 노래방에 갔는데, 아내가 좋아했다. '부창부수'까지는 아니지만 잘 놀았다. 아내가 노래방 가자고하면 -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함 - 따라나서야 겠다고 생각했다.
작년까지는 단오라고 하면 약간 들뜨는게 있었는데, 올해는 그런 게 없네. 씨름에도 퍼레이드에도 흥미가 생기질 않는다. 올해가 다 간 것 같은 기분을 1월 둘 째주랑, 2월 초에 이미 느꼈는데, 지금은 시간이 더디게 가는 느낌이다. 삶이 너무 다이나믹 하거나 너무 다이나믹 하지 않아서 그런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아니면 모든 걸 다 아버지 때문이라고 할까?
다섯시가 되가네. 바다로 대표되는 도시에 살아도 찾아가지 않으면 바다를 못 보고 산다. 오늘은 바다 한 번 보고 와야겠다. 지금 출발할까?
토요일에 서울가서 이혼하겠다는 친구랑 술 한 잔 했다. 모텔에 빈방이 없길래 밤 열 두시에 짐을 다 빼서 텅빈 아버지 집에 누웠다. 이불 없이 맨바닥에 잠들어서 그랬는지 약간의 한기를 느끼면서 새벽 4시에 깼다. 집을 나와서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첫 차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4시에 햄버거 세트를 먹는 남자가 인상적이었다. 첫 버스랑 첫 전철을 타고 엄마 집에 갔다. 술이 아직 덜 깼다. 엄마는 운동가려다가 거의 다 왔다는 나를 기다렸고 내 몰골을 보더니 씻고 좀 자라고 했다. 엄마 말을 잘 들어야지, 항상 생각하는 나는 바로 눕고 싶었지만 씻고 누웠다. 10시 30분에 잠에서 깼고 술에서도 깼다. 운동에서 돌아온 엄마가 같이 밥 먹자고 했다. 내가 올 것을 알았기에 김치찌개를 끓여뒀고 돼지고기도 양념에 재워뒀다. 고기를 약불에 볶고 싶었는데, 엄마가 강불에 볶으라 하기에 엄마 말대로 했다. 엄마랑 같이 먹으면 잘 먹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평소보다 더 많이 먹고 맛있게 먹으려고 노력한다. 엄마가 오랜만에 둘이 밥 같이 먹으니 좋다고 해서 나도 좋았다. 오후 다섯시에는 오산 전통시장 구경 갔다가 줄 서서 먹는 집에서 운 좋게 줄 안서고 칼국수 먹었다. 마침 브레이크 타임이 끝난 시간에 아다리가 잘 맞았다. 이런 작은 행운을 엄마는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엄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국수맛은 평범했지만 엄마가 내 그릇에 면을 덜어준 순간이 좋았고 국물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엄마는 나에게 살을 좀 빼라고 하더니 밤에는 만 원짜리 옛날 통닭을 한 마리 시켜줬다. 그것도 잘 먹어야 엄마가 좋아할 것 같아서 열심히 먹었다. 이 이율배반이 사랑이다. 엄마랑 뭔가를 같이 먹는다는 행위가 이렇게나 귀하고 소중한 것이다.
엄마랑 아버지 얘기를 하다가 엄마가 내가 처음 듣는 얘기를 해줬다. 아버지가 공부는 잘했는데, 할아버지가 뭘 시키면 제대로 하는 게 없어서 할아버지한테 많이 혼났다고 한다. 나는 할아버지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보부상도 하고 농사도 지었으니 이문에 밝았을 것이고 어느정도 손재주도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에 반해 아버지는 전형적인 문과생 타입이다. 그리고 학창 시절에 막걸리를 한 말씩(10리터겠지? 20리터 아니겠지?) 먹었다는 아버지 친구의 얘기도 전해들었다.
어제는 평소에 안 먹는 아침을 엄마 앞이라 먹었다. 엄마 차 내가 운전해서 서울에 왔고, 엄마가 운전 차분하게 잘한다고 칭찬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엄마랑 올림픽대로를 탄 걸 기억해 둔다. 아버지 집주인과 며느리를 만나서 내가 준비해간 서류 주고 전세보증금 돌려받았다. 돈 3천 돌려받는 일이 이리도 번잡하고 힘들다. 내가 강릉에서 아버지 제적등본, 인감증명, 가족관계증명서, 부동산 거래 위임장을 챙겨갔다. 아버지랑 같이 주민센터가서 서류 떼는 일이 힘들었다. 주민센터 창구 앞 민원인 의자에 앉은 아버지가 똥을 지렸다, 자세하게 쓰고 싶진 않네.
강릉 도착하자마자 엊그제 갔던 그 주민센터에 가서 아버지 요양원 전입신고 했다. 한숨 덜었다. 그러고 나서는 아버지 통장으로 들어온 전세 보증금 엄마한테 보냈다. 이 일련의 과정들이 준비부터 결과까지 너무 짜증나고 힘들었다. 그래도 끝을 봤다. 현충일에는 또 아버지 만나러 가야지. 아버지가 내 이름을 얘기하지 않은 게 한 달 넘어가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에게 '내가 누구냐' 고 묻지만 나는 아버지에게 내 이름을 묻지 않는다. 아버지에게 나를 증명할 필요가 없어서인가? 생각이 너무 나갔다.
패닉 노래 중에 '정류장' 이라고 있는데 가사 속의 그대가 '엄마'다. 그댈 안고서 그냥 눈물만 흐르고 자꾸 눈물이 흐르고 이대로 영원히 있을수만 있다면, 하는 그 노래를 요즘 많이 듣고 자주 울컥한다.
1박 2일 동안 엄마랑 보낸 시간과 45세에 엄마말 잘 듣는 아이가 된 일이 좋았단 일기다.
칼국수를 먹다
경기도 오산 시장 한복판 사거리 모퉁이
다들 줄 서 기다렸다가 먹는 집에서
엄마랑 칼국수를 먹는다
지역 명물 칼국수를 엄마는 몇 번이나 먹었고
나는 처음이다
엄마는 칼국수가 먹고 싶었고
아들이랑 같이 먹고 싶었다
멸치 육수 굴물에 양이 많은 평범한 칼국수
엄마는 본인 그릇의 면을 내 그릇에 덜어준다
엄마는 그러고 싶었다
나는 엄마 기분 좋으라고 맛있게 먹는다
배가 좀 부르지만 끝까지 다 먹는다
줄을 서서 먹을 맛은 아닌데 왜 줄을 서서 먹는가
생각하면 먹는다
어제는 엄마 생각하다가 울었고
오늘은 기다리던 엄마를 만났는데
칼국수 그릇에 얼굴을 묻고 몰래 울다가
엄마 얼굴 보고 웃는다
엄마 말 잘 듣고 씩씩하게 살아야지
20년 전 결심을 다시 한 번 되뇐다
돌아오는 길 내내 엄마 손을 잡고 걸으며
마음 속에 엄마 엄마, 엄마줄을 세웠다
망종
남녘 들판에 모내기가 한참이다.
이 무렵에 보리 수확을 해 본 적이 있다
날씨가 지금마냥 뒤죽박죽이지 않고
절기를 따라가던 좋은 시절의 일이다
하루종일 낫으로 보리를 베고 보릿단을 탈곡기에 밀어 넣었다
믹걸리에 늦은 저녁을 먹고 바락바락 씻었는데도
자려고 누우면 온몸이 까끌거렸다
사랑하던 사람이 있었고 아이들도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몸이 까끌거린다
보리 까스라기가 몸 깊은 곳에서 꿈틀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