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를 먹다
경기도 오산 시장 한복판 사거리 모퉁이
다들 줄 서 기다렸다가 먹는 집에서
엄마랑 칼국수를 먹는다
지역 명물 칼국수를 엄마는 몇 번이나 먹었고
나는 처음이다
엄마는 칼국수가 먹고 싶었고
아들이랑 같이 먹고 싶었다
멸치 육수 굴물에 양이 많은 평범한 칼국수
엄마는 본인 그릇의 면을 내 그릇에 덜어준다
엄마는 그러고 싶었다
나는 엄마 기분 좋으라고 맛있게 먹는다
배가 좀 부르지만 끝까지 다 먹는다
줄을 서서 먹을 맛은 아닌데 왜 줄을 서서 먹는가
생각하면 먹는다
어제는 엄마 생각하다가 울었고
오늘은 기다리던 엄마를 만났는데
칼국수 그릇에 얼굴을 묻고 몰래 울다가
엄마 얼굴 보고 웃는다
엄마 말 잘 듣고 씩씩하게 살아야지
20년 전 결심을 다시 한 번 되뇐다
돌아오는 길 내내 엄마 손을 잡고 걸으며
마음 속에 엄마 엄마, 엄마줄을 세웠다
BLOG ARTICLE 2024/06/03 | 2 ARTICLE FOUND
- 2024.06.03 20240603 - 어쩌다 하나씩
- 2024.06.03 20240603 - 어쩌다 하나씩
망종
남녘 들판에 모내기가 한참이다.
이 무렵에 보리 수확을 해 본 적이 있다
날씨가 지금마냥 뒤죽박죽이지 않고
절기를 따라가던 좋은 시절의 일이다
하루종일 낫으로 보리를 베고 보릿단을 탈곡기에 밀어 넣었다
믹걸리에 늦은 저녁을 먹고 바락바락 씻었는데도
자려고 누우면 온몸이 까끌거렸다
사랑하던 사람이 있었고 아이들도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몸이 까끌거린다
보리 까스라기가 몸 깊은 곳에서 꿈틀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