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를 먹다
경기도 오산 시장 한복판 사거리 모퉁이
다들 줄 서 기다렸다가 먹는 집에서
엄마랑 칼국수를 먹는다
지역 명물 칼국수를 엄마는 몇 번이나 먹었고
나는 처음이다
엄마는 칼국수가 먹고 싶었고
아들이랑 같이 먹고 싶었다
멸치 육수 굴물에 양이 많은 평범한 칼국수
엄마는 본인 그릇의 면을 내 그릇에 덜어준다
엄마는 그러고 싶었다
나는 엄마 기분 좋으라고 맛있게 먹는다
배가 좀 부르지만 끝까지 다 먹는다
줄을 서서 먹을 맛은 아닌데 왜 줄을 서서 먹는가
생각하면 먹는다
어제는 엄마 생각하다가 울었고
오늘은 기다리던 엄마를 만났는데
칼국수 그릇에 얼굴을 묻고 몰래 울다가
엄마 얼굴 보고 웃는다
엄마 말 잘 듣고 씩씩하게 살아야지
20년 전 결심을 다시 한 번 되뇐다
돌아오는 길 내내 엄마 손을 잡고 걸으며
마음 속에 엄마 엄마, 엄마줄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