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기사 합격했다. 생각보다 기쁘지 않다. 너무 울적해서 뭐라도 해야지, 생각하다가 산림경영 기술 중급 기술자가 많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었고, 나랑 같은 직렬 중에 중급 기술자인 형 한 명이 산림청 그만두고 엔지니어링 업체에 들어갔기에 나도 산림기사 갖고 싶었다. 열심히 했는데, 보람이 느껴지진 않는다. 우울증 때문이다. 어쨋든 기사를 땄기에 내 경력으로 중급 경영기술자 받을 수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예전에 a형이 대형면허 따고 나서 인생살이가 대형면서 취득하는 것처럼 순조로우면 얼마나 좋아, 라고 했다. 인생살이가 산림기사 따는 정도로만 열심히 해도 순탄하면 얼마나 좋겠나, 나도 생각한다. 복잡무변이란 말이 갑자기 떠오르네.
이런 저런 핑계로 술을 자주 마신다. 적당히 마셔야지 생각한다. 담뱃갑에 그려진 경고 문구가 10종류인데, 9종류의 빈 담뱃갑을 모았다. 10개 다 모으면 끊어야지 결심했다. 지난 금요일에 헌혈하러 갔는데, 최저 혈압이 자꾸만 자꾸만 높게 나와서 결국 헌혈 못했다. 살면서 헌혈 38번 했는데, 50번은 채우고 싶네.
아내랑은 잘 지낸다. 내 우울증과 화를 잘 지켜봐 준다. 항상 고맙다.
아버지는 잘 지내는데, 변비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누가 본인을 만나고 가도 10분 후면 잊어버리는 아버지, 똥오줌을 지리는 아버지를 통해서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삶을 자꾸 생각하게 되고 결국 우울해진다. 아버지 생각하다가 혼자 울 때가 많았는데, 요즘은 빈도가 많이 줄었다. 약을 먹기 때문인가?
오늘은 술 안 먹는 날이고 아내랑 외식이다. 막국수에 수육 먹을까 하다가 한국 사람은 국밥이기에 국밥 먹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