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만나고 나서 올해 안에 영업종료 할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드는 단골 커피숍에 와서 쓴다.
쓸쓸한 일 두 가지가 붙었네. 쓸쓸한 노래를 만들어야겠다. 언젠가 기분이 좋았던 일요일에는 일요일 아침같은 노래를 만들거라고 메모장에 적어뒀다. 그 노래는 아직인데, 쓸쓸한 곡은 금방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제목 - 0.1
오늘은 일요일
지금은 아침
계절은 5월
계절은 봄이 맞고
반짝반짝 하늘
0.1도 기분좋지 않다
0.1도 네 생각이 안난다
0.1도 0.1도
하나도 하나도
이렇게 가사 초안을 적어 본다
우울증은 좀 괜찮나? 회사 가기 싫은 건 여전하지만 이전만큼은 아니고 자다 깨는 횟수도 두 번 정도로 많이 즐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일이었을 수도 있지만 계속 우울한 거 보다 약의 힘으로 빨리 나아지는 게 마냥 기다리는 것 보다 낫다.
오늘은 아버지 컨디션이 괜찮았고 어쩔 수 없다는 얘기를 했다. 요양원에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본인이 일등이고 잘하고 있다는 얘기도 했다. 본인이 요양원 어르신들 중에 제일 건강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아버지는 어쩔 수 없고 잘 하고 있다.
아버지한테 내일 또 온다고 했다. 면회가 너무 잦으면 요양원에서 별로 안 좋아할 거 같단 생각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게 아닌 걸 알기에 그렇다. 요양원 남자 직원 한 분이 아버지를 데리고 4층으로 올라가기 전에 '아버지가 선생님을 너무 좋아하시는데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라고 했다. 그 직원분이 얼마전에 감자전도 같이 먹으러 다녀왔단 사실을 알려줬다. 정말정말 고맙습니다.
커피숍 사장 형이랑 담배 피우면서 잠깐 얘기 나눴다. - 소중한 시간이다 - 영업종료 없을거란 얘길 듣고 안심했다. - 그게 뭐라고 - 하지만 사람일은 어찌될 지 모든다. 내가 회사를 못 그만두는 걸 포함해서 - 잘 하고 있는 거다 - 어쩔 수 없는 상황은 늘 있는 것이다. '봉봉방앗간'이 어쩔 수 없이 계속 영업 했으면 좋겠다.
어쩔 수 없이 뭔가를 하는데 그게 잘 하고 있는 케이스들을 생각해 본다. 아버지 걱정을 안하는데 걱정이 되는 것괴 비슷한 건가?
두 잔 째의 커피를 마시는 중에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