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차

경계가 무너지는 하늘로부터
스물스물 다가오는 이별
버스를 기다리는 너와 나 사이에는
어떤 공기도 흐르지 않는 진공
마치 우리처럼
종점이 어딘지도 모르는 버스에 올라
타야할 곳과 내릴 곳을 아는 사람들을
그저 바라본다
비가 버스 창문을 때린다
우산도 없는 너는
낯선 거리에서 버스를 내리고
나는 애써 돌아보지 않는다
버스 손잡이 냄새를 맡다가
나를 닮은 내 손을 본다
내 손을 닮은 내 마음을 본다
내가 알면 비도 알고
내가 모르면 비도 모르는
내 마음을 본다
종점에 도착한
내 마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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