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5/11/24 | 4 ARTICLE FOUND

  1. 2015.11.24 20151124 - 어쩌다 하나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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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5.11.24 20151124 - 어쩌다 하나씩

방황


터미널에 내려 비를 맞는다
무거운 짐가방이여
이 비는 나를 환영하는가 만류하는가
낯선 도시의 백화점 화장실에서
속을 비우고 몸이 가볍다
이 똥은 새로운 시작의 신호인가 끊지 못한 미련의 덩어리인가
구름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아 언덕에 오른다
가파른 내리막만이 나를 기다린다
몇 번이고 너에게 전화를 하지만
없는 번호라는 응답만 들려온다
온전치 않은 욕망으로 술을 마시고
국밥으로 해장을 한다
흘린 밥알을 주워담듯
깨진 욕망들을 서둘러 주워 담는다
밤에 떠올랐다 아침이면 사라질 생각처럼
몰려드는 욕망이 사그라지길 기다릴 때다

지금은


AND

아파트


새들이 사는 높이에서
사람들이 살아간다
밥을 먹고 똥을 싸고 잠을 잔다
날갯짓은 하지 않는다

새들이 사는 높이에서
사람들이 추락한다
각자의 무게를 짊어지고 떨어진다
떨어진다 떨어진다 떨어진다
날갯짓은 하지 않는다

새는 날개를 사람은 무게를 짊어지고 산다

(나는 땅에 닿기 전에 날개를 펼치리라
그 날개가 깃털이 달리지 않은 날개더라도)
AND

첫눈

눈은
네 마음처럼
내 마음처럼
환하고 어두운 날 내린다
첫매에 불알 터진다고 첫눈을 조심하랬는데
너랑 헤어진 마당에 조심할 것도 없다
매일 다니던 길에 눈이 쌓였다
풍경이 바뀌었는데도
너를 향한 내 마음은 그대로 그대로
내 마음같이
어쩌면 네 마음같이
오늘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눈이 내린다
사박사박 소복소복
보고픈 사람
그리운 이름
가만히 밤이 내리고
그 위에 내 마음같이
첫눈 내린다
AND

월요일 점심의 불륜


(나는 삿된 생각이나 해쌌는 평범한 중생
엄청 삿된 생각을 하는 엄청난 중생
엄청난 중생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엄청 삿된 중생)

생이 허무하다는 사실이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
한 번도 전력을 다하지 않은 삶
멍하니 죽고 싶다

산을 넘는 태양과
몰아치는 파도는
아무런 구실이 없다
허나 사랑은 인간이 하는 것
이별은 모든 인간을 망치는 법

인간은 구실이 있어야 뭐든 잘한다
눈물 한 방울 떨굴래도 공짜는 없다
너는 내가 살아가는 구실
월요일 점심에 너와 마주 앉아
여러 감정이 뒤엉킨 회덮밥을 먹으며
너에게 잘 하고 싶다

내가 너에게 전력을 다하고
너도 뭔가를 구실로 나에게 잘하면
그때는 사랑이며 이별이며
인간이니 구실이니 하는 것들 다 잊고
멍하니 죽고 싶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