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


터미널에 내려 비를 맞는다
무거운 짐가방이여
이 비는 나를 환영하는가 만류하는가
낯선 도시의 백화점 화장실에서
속을 비우고 몸이 가볍다
이 똥은 새로운 시작의 신호인가 끊지 못한 미련의 덩어리인가
구름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아 언덕에 오른다
가파른 내리막만이 나를 기다린다
몇 번이고 너에게 전화를 하지만
없는 번호라는 응답만 들려온다
온전치 않은 욕망으로 술을 마시고
국밥으로 해장을 한다
흘린 밥알을 주워담듯
깨진 욕망들을 서둘러 주워 담는다
밤에 떠올랐다 아침이면 사라질 생각처럼
몰려드는 욕망이 사그라지길 기다릴 때다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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