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5/11/19 | 2 ARTICLE FOUND

  1. 2015.11.19 20151119 - 어쩌다 하나씩 2
  2. 2015.11.19 20151119 - 어쩌다 하나씩

물회


옛 연인을 만났다
여관방에 마주 앉았다

오랜만이네
응, 그러네

당신은 물회 앞에서 울고
나는 당신 앞에서 오징어를 씹는다

맛이 추억처럼 비리다

언제였을까

가장 좋았던 시절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음을
침묵마저도 아는 새벽이다

뱃속의 나비가 날갯짓을 하고
비릿한 슬픔이 나를 감싼다

나를 안고 울다 잠든 당신을 안고
나도 눈물 속에 잠든다
AND

이발소에서

나이 먹어도 자라는 게 머리칼이다
초로의 이발사가 아들뻘인 내 머리를 자르며
내 세월과 자신의 세월을 함께 잘라낸다
이발소에서는 정수리 냄새며 비듬같이
추한 것들을 남에게 보여야 한다
누구에게도 반말을 할 수 없는 이발사와
고개를 숙여 머리를 감고 겸손해지는 나
남의 머리를 감겨주는 두터운 손으로
떡을 주물렀어도 좋았을 것이다
나무를 만지는 목수가 될 수도
농부나 어부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도 아니라면 마술사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발사에게 무방비 상태인 몸을 맡기고
세월의 무게를 덜어낸다
삶의 어디쯤엔가 닿아있던 수염까지 밀어버리고
다시 세상으로 나서는 길에
머리가 가볍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