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5/11/13 | 1 ARTICLE FOUND

  1. 2015.11.13 20151113 - 어쩌다 하나씩

장마


모래가 흙이 되도록
바다가 넘치도록
장맛비 내린다
비가 시작한 날에 너랑 헤어졌다
모든 일에는 연유가 있고
모든 인연은 헤어져야 한다
파도, 모래, 바람, 바위, 그리고 나
네가 없어도 낯설지 않은 바닷가에서
오늘은 무엇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랍스터는 100년을 살면서
죽을 때까지 짝짓기를 한다는데
항상 새 짝을 찾으니 이별이 쉬울까
300년도 넘게 산다는 장수 거북은
오래 사는만큼 이별에도 덤덤할까
흙은 태고적부터 흙이었을텐데
비를 맞는 모래처럼
일렁이는 파도처럼
언젠간 나도 무심해 질 수 있을까
바닷속에 살고 싶다

내 마음 아랑곳 않고
장맛비 근면하게 내린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