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5/11/10 | 1 ARTICLE FOUND

  1. 2015.11.10 20151110 - 어쩌다 하나씩

그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고요를 살았다
자궁안 양수속을 부유하는 고요
격렬한 사랑을 나누고 지쳐 잠든 고요
결코 물리칠 수 없는 고요를 살았다
이것은 그의 고요가 부서지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녀는 불같은 열정을 살았다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오는 아기새의 열정
온 몸이 숨길 수 없을 정도로 달아오르는 사랑의 열정
절대 꺾이지 않는 열정을 살았다
이것은 그녀의 열정이 무너지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와 그녀는
낮과 밤, 빛과 그림자, 해와 달
만날 수 없는 인연
그는 남풍에 실려 북쪽으로만
그녀는 북풍에 휩싸여 남쪽으로만 몸을 뉘였다
지상의 모든 바람이 사라진 밤
마침내 두 사람은 이 별의 끝에서 만났다
둘의 손끝이 닿자마자
원래 하나였다는 듯
불꽃처럼 타오르는 차가운 달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
지상에는 불같은 눈이 내린다

이것은 세상 끝의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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