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6/03 | 33 ARTICLE FOUND

  1. 2016.03.03 20160303 - 어쩌다 하나씩
  2. 2016.03.02 20160302 - 어쩌다 하나씩
  3. 2016.03.01 20160301 - 어쩌다 하나씩

그 여자

그 여자,
뱀에게 물리는 꿈을 꾸고
다음날 우연처럼 복권방에서 만난

그 여자,
신랑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이가 있다는 건 아는

그 여자,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내 뺨을 어루만지는

그 여자,
나도 말 없이
뺨을 어루만지게 되는

그 여자,
충혈된 두 눈에서
붉은 눈물을 흘리는

그 여자,
내 첫 정을 앗아간 소녀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던

그 여자,
살아갈 일이 걱정이지만
다시 내 품에 안을 수 없는

그 여자
AND

불온 2

집 나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는데
통장 잔고는 자꾸만 늘어나네
남들은 노다지라는데
썰렁한 집 구석은 금광이 아니라네
존재는 존재를 갈구하고
몸은 혼자 놀면 안되는 법
별것도 아닌 모임에 나가서
어니언 베이글에서 양파냄새가 난다고 하는 남자를 사랑하게 됐네
유리벽 앞에서 서로의 허물을 벗고
안경알이 깨지는 꿈을 꿨네
다음날 남편이 돌아오고
꿈에 백일홍을 봤네
폐허같은 도시에 홀로 피었네
붉었는지 희었는지 기억이 흐리네
AND

붕어빵

붕어빵처럼 닮은 모녀가 붕어빵을 먹네
어린딸과 젊은 엄마는 쓸쓸한 태 까지 닮았네
야윈 종이봉투에서 호호 불며 꺼낸 붕어빵을 먹네
반을 갈라도 온기라곤 찾을 수 없는 붕어빵을 먹네
따뜻한 물 한 잔도 없이 그저 붕어빵을 먹네
엄마가 바다를 바라보며 걸음을 멈추자 딸도 바다를 바라보네
한손엔 붕어빵을 한 손엔 서로의 손을 잡았네
파도가 파도를 삼켜
새들이 앉을 곳을 찾지 못해도
슬픔도 없고 후회도 모르는
겨울의 바닷가에서
서로를 닮은 모녀가
붕어빵을 먹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