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4/09/26 | 1 ARTICLE FOUND

  1. 2014.09.26 20140926 - 하루에 하나씩

빚더미


땅을 사려고, 집을 사려고, 차를 사려고, 맛있는 것을 먹으려고, 아이를 학원에 보내려고 돈을 빌린다
집과 땅은 안 팔리고 차는 중고가 되고 흰 쌀밥에 간장만 비벼 먹어도 맛있고 아이는 공부가 싫다
땅이 안 팔려서, 집이 안 팔려서, 차가 헐값에 팔려서, 집에 쌀이 떨어져서, 그런데도 아이 학원은 보내야해서 돈을 빌린다

빌린 돈으로 빌린 돈을 갚는다
빌린 것 없이 태어나 빌린 삶을 살고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몸뚱이를 버린다

너도 나도 빚더미
우리 모두 빚더미
나라도 빚더미
세상도 빚더미
어차피 빚더미

빚은 삶에 덤으로 얹히는 것
삶은 빈손으로 태어나 마이너스로 가는 것

그래도

월급 받아서 월세를 살았더라면
버스를 타고 다녔더리면
옆구리가 미어져 나오도록 먹지 않았더라면
아이가 마음껏 놀게 놔뒀더라면

잠이 오지 않는 날들이
건물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날들이
다리 위를 지날 때마다 생기는 어떤 마음이

지금보다는 적었을텐데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