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4/09/18 | 1 ARTICLE FOUND

  1. 2014.09.18 20140918 - 하루에 하나씩

무방비


벌에 쏘였다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당했다
엊그제 집안의 벌들을 태워 죽였다
그네들도 급작스럽게 당했다
자식을 잃은 것에 대한 복수였을까
따끔했던 손 끝이 아리고 또 아리다

인간이고 곤충이고 다 무방비다

발정났던 고양이가 울음을 그쳤다
며칠만에 나도 녀석도 집안도 조용하다
온기가 그리웠을까
내 품에 안겨 그르렁댄다
차마, 저린 다리를 풀지 못했다

인간이고 동물이고 다 무방비다

화력발전소에서 사람이 떨어졌다
배가 기울어 사람들이 물에 잠겼다
공장에서 일하고 병에 걸린 사람들이 죽었다
군대에서는 사람이 맞다 죽기도 한다
어제 나는 아차, 하는 순간 계단에서 발을 헛디뎠다
떨어지고 잠기고 죽어가는 순간에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인간이란게, 인생이란 게 다 무방비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