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4/09/17 | 1 ARTICLE FOUND

  1. 2014.09.17 20140917 - 하루에 하나씩

볼음도 생활 - 조개잡이


조선시대 임금님도 먹었다는 상합을 캔다
조개중에 으뜸이라 하여 上字를 쓰는 상합을 캔다
질기기만 하고 맛이 없어 우리들은 잘 먹지 않는 상합을 캔다
바다껌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상합을 캔다
백까지 빛깔이 나서 백합이라고 블린다는 상합을 캔다

먹지도 않을 거 맛이야 아무려면 어때
많이만 잡으면 그만이지
조갯값만 으뜸이면 그게 상합이지

일년에 단 한 번 북한 땅이 보이는 갯벌에서 상합을 캔다
캔 것을 지고 나갈 힘이 없는 노인들도 캔다
부부가 함께 나와서 캔다
아이도 데려와서 캔다
쉬지도 않고 캔다
땅만 보고 캔다

떼돈을 줘도 내일은 안 나온다는 일
그래놓고 떼돈을 안 줘서 내일도 나오는 일
다리에 마비가 오고 온몸에 뻘흙이 묻어도 조개 꾸러미를 짊어지고 나와야 하는 일
굴껍데기에 발바닥이 다 찢어져도 내 힘으로 뭍으로 나와야 죽음을 모면하는 일
다음날 아침 뱃터에서 내가 제일 많이 잡았다며 자랑해야 하는 일
모두가 많이 잡아서 부자가 되는 일
꿈이 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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