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앨범이다. 8집에 이어서 일본에서 냈고 7집 했던 멤버들이랑 같이 작업했다.
앨범 타이틀이 '아시아의 처방전'이다. 세계 진출을 노린 앨범인가? 이 누나가 70년 생이니까 이미 두 장의 엄청난 명반을 포함해서 음악인으로 많은 것을 이룬 나이가 29살이다.
<삼도천> 이랑 <어기야디어라> 한글버전만 한글 가사로 불렀고 나머지는 다 영어 가사다. 세계 진출을 노린 게 맞네. 근데, 삼도천은 진짜 명곡이다. '너와 나 사이에 물이 흐르고 있구나 은하수도 같고 피안의 강물도 같이'
내가 8집을 못 들어봤나?
3집 수록곡 <초승달> 이랑 5집 수록곡 <길> 오랜만에 들으니까 좋은데, 오리지널 버전이 더 좋다.
음악 커리어의 후반기로 넘어가는 곡이 11집의 <비밀의 화원>이라 생각하는데, 9집이랑 10집은 3집 이후의 본인 음악을 정리하는 느낌이다.
가만히 들으면 듣기 좋다. 목소리 매력 있음.
속지에 적힌 글을 옮겨 적어본다. 옮겨 적으면서 보니까 자의식 과잉이네. 이때 이상은 29세니까...
[ 음악은 영혼의 음식이 되기도 하고, 영혼의 공기가 되어 숨쉴 수 있게 해주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음악은 한약이 되어 영혼을 강하게 해줄 수 도 있지 않을까? 우리는 이러한 생각에서 시작하여 이 앨범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병이 난 부분만을 치료하는 서양의술과는 달리 동양의 한방은, 몸과 자연으로부터 채집해온 약재와 인간의 몸상이의 음양과 기의 흐름같은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여 몸전체의 상태를 좋아지게 만듭니다. 여기에는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 생각하는 철학이 있습니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우리들 아시아 사람들에게는 친숙한 사고방식이지요.
이 앨범은 제목처럼, 필요한 약재의 이름을 늘어놓았을 뿐인 처방전에 지나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설계도나 지도 같은 것입니다. 이 처방 속에는 이전 앨범으로부터 채집해온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앨범 '공무도하가'에서의 몇 곡들인데 여기에는 녹용의 효능이 있습니다. 또 다른 앨범에서는 허브의 역할을 하는데 필요한 <초승달> <길> 같은 곡도 가져 왔습니다.
"아름다운 사슴과 작은 뒷뜰에서도 약재를 가여와야해..." 하는 기분. 바로 그런 마음으로 이런 앨범들로부터 곡들을 골라왔습니다. 그리고 묵묵히 머리속에 떠오른 한약재의 이름을 적어 보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 아시아의 처방입니다.(그런데 도대체 맨 처음 한약을 만든 사람은 무엇을 생각한 것일까요? 궁금해집니다.)
무엇보다도 이 처방전을 손에 넣은 여러분 모두가 아름다운 "샹그기-라"를 방문할 기회를 누리게 된다면 잊지말고 이 앨범에 처방된 약재를 하나씩 하나씩 모아 봐 주세요.
아무쪼록 약이 잘 들어 여러분의 영혼이 건강해 지기를.... 우리는 단지 그것만을 마음 깊이 바랄 뿐입니다.
-리채와 펭귄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