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오분
먹자 골목에서
십오분 째 너를 기다리고
십오분은 칠천 오백원이다
짜장면 4500원이라 붙여놓은 중국집 앞에서
약속하지 않은 너를 십오분 더 기다리고
이 자리에서 돌아서려고 한다
삼십분은 삼만원일 수도 삼십만원일 수도 있지만
뒤에 자투리가 붙지 않는다
다들 얼마짜리 기다림을 사는지
만나고 나면 기다림은 제 값을 다 한건지
칠천 오백원짜리 국밥 같은 기다림을 한 번 더
오백원으로 끝나는 기다림을 생각하면서 한 번 더
한 번만 더
BLOG ARTICLE 2024/08 | 10 ARTICLE FOUND
- 2024.08.30 20240830 - 어쩌다 하나씩
- 2024.08.29 20240829 - 어쩌다 하나씩
- 2024.08.26 20240826 - 잡생각
- 2024.08.21 20240821 - 자동차가 있는 세계로 발을 들인 아내 생각
- 2024.08.20 20240820 - 우울
- 2024.08.14 20240814 - 어쩌다 하나씩
- 2024.08.12 20240812 - 주말 생각
- 2024.08.07 20240807 - 어쩌다 하나씩
- 2024.08.05 20240805 - 외로워서 어쩌나 아버지 생각
- 2024.08.01 20240801 - 어쩌다 하나씩
계란
계란이 깨졌다
24시간 콩나물 국밥 집에서
내 몫의 콩나물 국밥 뚝배기 옆에
아직 술이 덜깬 오전 7시
하나 더 달란 말은 차마 할 수가 없고
노른자만 숟가락과 손가락으로 건져서 국밥 그릇에 옮겼다
흰자의 끈적함이 테이블 바닥에서 뚝배기까지 흔적을 남겼다
노른자는 익어갈 것이다
나는 끝내 내 몫은 챙겼다
대체 나는 무엇을 살렸나
계란 = 달걀
계란 닭의알 닭알 달걀
계란찜은 계란찜인데
계란찜은 달걀찜인가
계란 후라이냐 달걀 후라이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무력감이 가시질 않는다. 죽고 싶은 건 아니니 그냥 이대로 살자. 무너지지만 말고 살자.
지난 토요일에 대학 선배, 동기, 후배 만났다. 후배 섭외로 선배가 횡계에 와서 공연을 한 덕분이다. 술 마시고 노래방엘 갔다. 학교 다닐때 개별적으로는 많이 놀았어도 넷이 모여서 술 한 잔 마셔본 적 없다. 첫 만남이 25년 이상 지나면 모든 만남이 이렇게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풍화되는게 아닌가, 생각해봤다.
선배는 앨범을 낸 가수고 주업으로 요양원을 했는데 최근에 건강원으로 업종을 바꿨다고 한다. 동기는 강릉에 사니까 자주 보는 편이고 중고등학생들 수학 가르친다. 후배는 올해 고향인 평창으로 귀농했다. 나는 이일저일 하다가 산림청에 취직했다. 다들 짧은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간다. 단편적으로는 그러하지만 그 속은 다들 복잡하다.
가수로 약간은 성공의 맛을 본 선배, 본인 시나리오로 감독 데뷔 직전까지 갔던 동기, 가족들 춘천에 두고 부모님과 살고 있는 후배, 나는..... 음..... 다들 먹고 사는 걱정 없었으면.
토요일, 일요일에 아버지 만났다. 이번주는 아버지 컨디션이 안 좋았다. 먼저처럼 혼자서 막 떠드는 거 듣는게 좋지 아버지가 별말 없이 먼데만 보고 있으면 기운이 빠진다. 그래도 엄마랑 애들 한 번 보고 싶다는 말은 잊지 않았다. 애들도 애들인데 엄마가 많이 보고 싶은 것 같다. 9월 첫 주말에 추석성묘 예정이라 그때는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동생은 일이 있어서 못 온다고 하고, 요양원에 코로나 환자가 발생해서 당분간 면회가 중단된다는 문자를 오늘 받았다. 어제 아버지 보고 오길 잘했다. 아버지가 9월초에 엄마 못 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내가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그렇다.
오늘 아침도 여지없이 출근하기 싫었는데, 출근했다. 기간제 선생님 중에 한 분이 벌에 쏘였다. 요즘 벌쏘임 사고가 많다. 더워서 벌이 많다는데,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잽싸게 태워서 강릉의료원 다녀왔다. 장수말벌에 쏘인 것 같고 쏘인 곳이 가렵고 많이 부어서 응급실에서 수액 맞았다. 벌에 쏘인 선생님은 나보다 한 살 형이다. 병원에서 이 형 기다리면서 46세 남성이 5년 전에 정선군 임계면으로 이사 와서 혼자 살면서 최저임금 받는 산림청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것을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나도 마찬가진가? 오늘 날을 제대로 잡았는지 기간제 선생님 중에 한 분이 내가 병원 갔다 오는 사이에 뭔가에 쏘여서 병원에 내려갔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 아이가 고3인데, 정선군 임계면에 살면서 매일 술을 마시고 매년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 일자리에 지원하는 삶을 생각했다. 내가 계산한 병원비는 어떻게 돌려받나? - 액수가 적지 않다. - 다들 먹고 사는 걱정 없었으면.
보통일이 아니네, 란 말을 하는 습관이 생겼다. 살아가는 게 보통일이 아니다. 우울하다고 술 마시고 무너지지 말아야지. 나에게는 술 마시고 무너질 수 있는 여유는 있는건가, 깊게 생각하지 말아야지. 올해 발초는 업체에 맡긴다고 작은집에 전화해야 하는데 전화를 못하겠네. 자동차 보험도 전화해야 하는데 전화를 못하겠네. 보통일이 아니네.
선배가 노래방에서 light my fire 부른 걸 기억해둔다.
나는 2000년에 운전면허를 땄다. 아내는 나보다 일찍 땄다. 아내는 쭉 운전을 안했다. 작년에 어떤 결심이 섰는지 운전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8월에 새차를 샀다. 꼬마차라면 탈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경차를 샀다. 새차를 3달 이상 그냥 세워뒀다. - 좀 열받았었지. - 겨울이 깊어질 무렵 운전연수를 받았다. 도로주행 선생을 자주 봐서 불편했는지 마지막 타임은 건너뛰었다. - 그게 다 돈인데. -
아내는 운전을 곧잘 한다. 비보호 좌회전도 회전교차로 진입도 잘 한다. 아내는 주차에 애를 먹는다. 차 폭과 길이에 대한 감각이 떨어져서 그렇다. 한동안 집 앞에 차를 세우지 못하고 널찍한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아내는 차를 타고 밭이랑 사회복지사 실습받은 요양원에 오고갔다. 가끔은 주문진에도 간다. 운전을 곧잘 하니까 괜찮다. 다만 비오는 날 운전과 밤운전은 피했으면 한다.
집 앞에 차를 세우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첫 번째 사고가 났다. 차 빼다가 서 있는 남의 차를 들이 받았다. 상대방이 쿨하기에 보험처리하지 않고 35만원에 수리하시라하고 끝났다. 아내 차는 뒤쪽이 많이 다쳤는데, 언제 또 사고 날지 모르니 차량용 스티커 사서 붙이고 말았다. 얼마전에 두 번째 사고가 났다. 집에 돌아와서 차를 세우다가 실수로 엑셀을 밟아서 앞 바퀴를 지탱해주는 높은 턱을 넘고 연립 입구 계단에 자동차 앞쪽을 긁었다. 밖에 나와있던 이웃 주민들이 그 사고를 목격했고 그 후로 아내는 운전에 침울하다. 하지만 침울할 필요 없다. 두 개의 사고 모두 혼자 들이받은 사고라 그렇다. 다친 사람이 없는 사고라 그렇다. 귀요미야 힘내.
서울에선 운전 안해도 살아가는데 큰 불편이 없지만 지방 소도시에서의 삶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강릉 이사온지 8년만에 아내가 운전을 결심한 것이다. 본인 자동차가 생긴다는 일에 설레이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동차가 있다는 건 신경쓸 것이 많아짐을 뜻한다. 보험가입과 갱신, 세차 - 차 사고 6개월 만에 첫 세차를 했는데, 떼가 안 지워졌다. - 정기점검 - 이건 아내가 다녀왔고 정기점검 가던날 첫 사고가 났다. - 타이어 펑크나면 긴급출동도 불러야 하고 경고등 뜨면 뭔지 확인해야 한다. 그때그때 기름도 채워야 한다. 얼핏 사소할 수도 있는 이런 일들이 나에게는 다 스트레스다. 운전을 오래한 나에게도 그러하니, 아내에게는 더 스트레스다. 그래도 내 아내가 본인 자동차 기름은 혼자 넣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
차차 나아지겠지 생각한다. 아내가 두 번째 사고의 후유증을 훌훌털고 꼬마차 타고 훌훌 날아다니길. 다 쓰고 나니까 배가 고프네. 귀요미야 기운내.
요즘하는 생각인데, 왕복 54km 출퇴근 너무 힘들다. 자동차 없어도 살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
단어의 정의를 오랜만에 찾아본다. 우리말의 정의는 누가 내리는 걸까?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 만드는 사람들이? 인간은 정의하는 동물이고 우울이란 단어의 뜻을 알기에 나는 더 우울하다.
우울 - 근심스럽거나 답답하여 활기가 없음, 사전상의 정의다. 위키백과에서는 활동력 저하를 특징으로 하는 정신적 상태라고 하고, '우울 정의'로 구글에서 검색하면 슬프고 희망이 없고 무기력한 기분을 느끼는 상태,라고 나온다.
다 맞는말이다. 근심스러운 일이 있으니 답답하고 답답함은 활기 없음과 같다. 활기가 없으니 활동력이 떨어지고 무기력을 동반하게 된다. 내 근심의 원인은 결국은 나다. 그걸 아니 더 우울하다. 우울의 뜻을 뒤적거리다 보니 번민이란 단어가 나온다.
번민 - 마음이 번거롭고 답답하여 괴로워함
나는 지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누구와도 얽히고 싶지 않다. 그런데 출근을 해야한다. 출근하기 싫다. 직장 동료들과 인사도 하고 싶지 않다. 괴롭다. 흔히 말하는 쉬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가만히 있고 싶다. 혼자서 어둠의 끝까지 다녀오고 싶다. 중간에 자체적으로 약을 끊은 게 실수였나? 약을 다시 먹어야겠다.
이번주가 빨리 지나가면 좋겠다. 다음주엔 아무 일도 없길, 아무 일도 만들지 않는 내가 되길. 출퇴근만 하는 식물이 되야지.
처서
초복 중복 말복
소서 대서 처서
공기중에 마지막 더위가 머문다
마지막 매미가 울고
마지막 모기가 달려든다
마지막을 향하는 것은 다 서툴고 서글퍼 서럽다
나를 취하게 하는 취꽃이 피고
하늘하늘 바람이 부니
서러운 일 같은 건
금방 다 잊게 되는
여전히 덥다. 강릉은 최장 열대야 기록을 세웠다. 기온 상으로는 오늘아침까지도 열대야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최저기온이 30도가 넘는 날들에 비해서는 한결 나아졌다. 시간의 흐름을 이런식으로도 느낀다.
좀 웃긴 표현이지만 베프 중에 베프 Y가 중3 아들이랑 같이 강릉에 다녀갔다. 친구는 산에 온 게 세 번째고 아이는 처음이다. 친구가 삽당령을 좋아해서 좋다. 친구 아이는 개미, 메뚜기, 거미를 신기해했다. 중학교 3학년이 이게 맞나? Y는 자수성가해서 돈을 많이 벌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어느샌가 사람의 가치를 본인이 그냥 내어줄 수 있는 돈의 액수로 평가하는 사람이 됐다. 어제 저녁에 술 한참 마시다가 본인 친구 중에 내가 1등이라 필요하다면 돈 4천만원은 그냥 줄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 내 베프가 그런 사람이 됐다는 게 씁쓸하다. 본인은 아나? 나중에 얘기 한 번 해줘야겠다. 혹시 나도 모든 걸 돈의 액수로만 평가하고 있지는 않나? 그 와중에 내가 일등이라 난 기분 좋은건가? 아싸 1등. 지금 본인 모습이 본인이 살아온 결과이고 열심히 산 친구를 탓할 생각은 없다. 나도 마찬가지다. 친구 아이가 굉장히 부주의하다고 느꼈다. 집중력이 많이 떨어지는 느낌. 원래 그 나이때 많이들 그런지. 친구는 본인 아이라 크게 이상한 점을 못 느끼는 건지 생각했다. 내 아이도 아니고 부모가 알아서 하겠지. 친구를 2주 전에 서울가서 봤지만 강르에서 또 만난 게 좋았다. 고기가 익는 화로 앞에 마주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 주로 옛날 얘기 - 나눈 순간이 특별히 좋았다. 친구도 그랬으리라 기억해두자.
아버지를 만났다. 지난주에는 한 시간이 넘게 조금도 쉬지 않고 말을 뱉었던 아버지가 이번에는 별 말이 없었다. 동생이랑 영상통화를 했다. 동생 큰 아이가 9살인데, 동생은 아버지랑 영상통화할 때마다 그 아이를 아버지와 인사시킨다. 아이가 뭔가 희생당하는 느낌이랄까. 그런게 있다. 그래도 자꾸 얘기하면 아버지가 아이 이름도 얘기하고 알아보니까. 괜찮은건가? 아버지는 언젠가 어씨 일족이 다 만나기를 희망하고 있고 - 추석 성묘 때 아버지 외출 하는 쪽으로 내 마음이 기울었다. - 어씨들이 착해서 잘 산다는 '어씨부심'이 있다. '어씨부심'은 아내의 표현인데, 좀 재미있다. 아버지랑 나랑 이런저런 얘기하는 중에 아내 얼굴을 보면 아내가 '꺄르르꺄르르' 웃을 때가 있는데, 그 모습을 보는 일이 좋다. 사랑이다. 아내 말로는 아버지가 귀여워서 웃는다고 한다.
또 한 번의 주말이 이렇게 지나갔다. 이번주도 별탈없이 보내자. 이번주는 광복절에도 아버지 보러 가야겠다.
入秋
여름이 가라고 매미가 우나 아직 귀뚜라미는 보지 못했는데, 벼가 익으라고 이렇게 덥나 벼 이삭은 이제 막 패려고 하는데, 찬바람은 언제 불려나 낙엽 떨어지는 소리 듣고 싶은데, 모든 계절의 입구에는 지나간 계절의 끝이 있는데, 뜨겁게 지나간 사랑의 끝에는 타버린 폐허만 남았다
어제 아내랑 같이 아버지 만나고 왔다. 토요일에는 서울에 있었기에 주 2회 아버지 만나고자 하는 계획을 실천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지난주에 특별히 외뤄웠는지 한 시간 넘게 쉴새 없이 말을 쏟아냈다. 제대로 알아 들은 얘기는 없고 마무리는 본인은 잘 지낸다, 였던 것 같다. 아버지가 했던 얘기를 일일이 기억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다음주에는 아버지가 말하는 걸 좀 더 신경써서 들어봐야겠다.
아버지는 요양원에서 일어나서 밥 먹고 간식 먹고 점심 먹고 프로그램 있는날은 프로그램 진행하고 낮잠도 자고 저녁 먹고 잠들었다가 다음날 다시 일어나서 밥 먹고....의 반복을 산다. 이 반복 속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가족이라던가 본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정확하게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외롭다는 것과 현재 본인의 처지를 아는지 모르는지랑 관계 없이 현실을 받아 들이고 있다는 건 알 수 있다. 내가 매일매일 바짝 붙어 지내면서 아버지가 무슨 얘기를 하든 다 들어준다면 아버지는 지금보다 덜 외롭겠지. 불가능한 일이다. 브루스 윌리스 선생님은 어떻게 지낼까? 생각해본다.
어제는 내가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면회 가는 바람에 아버지가 동생과 영상통화를 못했다. 내 불찰이다.
이번주에는 별일 없으니 토요일 일요일 아버지 면회를 가기로 한다.
우리 아버지 외로워서 어쩌나?
현재 우리 아버지는
- 우리 집이 요양원에서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고 너무 외로워서 집에 오고 싶어한다.
- 본인이 현재 있는 요양원을 학교라고 할 때도 있고 회사라고 할 때도 있다.
- 아들 둘이 회사에 잘 다니는지 궁금해하고 회사를 학교라고 할 때가 있다.
- 한글을 읽는 법을 완전히 잊지는 않았다.
- 애들이라고 하는 건 손주들을 지칭한다.
- 엄마라고 하는 건 내 엄마(본인 전처)를 지칭한다.
- 내 쪽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먼저 말하지 않으면 이름을 말하지 못한다.
- 어씨들이 다 착하다는 말을 매번 반복한다.(이 말은 엄마가 자주 하는 말이다.)
- 불결 행위는 어쩔 수 없게 됐다.
아버지의 상태를 단편적으로 적어 내려가는 게 현재 아버지에 대한 나의 마음인가? 이런 아버지가 추석 때 성묘 행사에 참석하는 게 아버지에게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본다. 아버지 형제자매들과 가족들은 다들 밖에서 만난 아버지를 좋아할 것 같으니 아버지에게도 의미가 있는 걸까?
내일 모레 입추네. 덥다.
생간을 먹다
엄마 돌아가시고 세 달
자꾸 생간이 먹고 싶다
엄마랑 추억 중에 간과 관련된 건 없는데도 그렇다
핏줄이 끊어져 피맛이 당기는 것인가 생각하며
소 간을 먹는다
단지 엄마 핑계로 술 한 잔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물컹한 간 한접시와 소주 한 병이
물렁한 마음에 스며들고
소를 잡을 때 소가 운다던데
나는 울었던 소를 먹으면서 운다
엄마 한 번 생각하고
소주 두 잔 먹고
소주 한 잔에 간 두 점씩 먹는다
두 배로 슬퍼지고 네 배로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