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내랑 같이 아버지 만나고 왔다. 토요일에는 서울에 있었기에 주 2회 아버지 만나고자 하는 계획을 실천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지난주에 특별히 외뤄웠는지 한 시간 넘게 쉴새 없이 말을 쏟아냈다. 제대로 알아 들은 얘기는 없고 마무리는 본인은 잘 지낸다, 였던 것 같다. 아버지가 했던 얘기를 일일이 기억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다음주에는 아버지가 말하는 걸 좀 더 신경써서 들어봐야겠다.
아버지는 요양원에서 일어나서 밥 먹고 간식 먹고 점심 먹고 프로그램 있는날은 프로그램 진행하고 낮잠도 자고 저녁 먹고 잠들었다가 다음날 다시 일어나서 밥 먹고....의 반복을 산다. 이 반복 속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가족이라던가 본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정확하게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외롭다는 것과 현재 본인의 처지를 아는지 모르는지랑 관계 없이 현실을 받아 들이고 있다는 건 알 수 있다. 내가 매일매일 바짝 붙어 지내면서 아버지가 무슨 얘기를 하든 다 들어준다면 아버지는 지금보다 덜 외롭겠지. 불가능한 일이다. 브루스 윌리스 선생님은 어떻게 지낼까? 생각해본다.
어제는 내가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면회 가는 바람에 아버지가 동생과 영상통화를 못했다. 내 불찰이다.
이번주에는 별일 없으니 토요일 일요일 아버지 면회를 가기로 한다.
우리 아버지 외로워서 어쩌나?
현재 우리 아버지는
- 우리 집이 요양원에서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고 너무 외로워서 집에 오고 싶어한다.
- 본인이 현재 있는 요양원을 학교라고 할 때도 있고 회사라고 할 때도 있다.
- 아들 둘이 회사에 잘 다니는지 궁금해하고 회사를 학교라고 할 때가 있다.
- 한글을 읽는 법을 완전히 잊지는 않았다.
- 애들이라고 하는 건 손주들을 지칭한다.
- 엄마라고 하는 건 내 엄마(본인 전처)를 지칭한다.
- 내 쪽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먼저 말하지 않으면 이름을 말하지 못한다.
- 어씨들이 다 착하다는 말을 매번 반복한다.(이 말은 엄마가 자주 하는 말이다.)
- 불결 행위는 어쩔 수 없게 됐다.
아버지의 상태를 단편적으로 적어 내려가는 게 현재 아버지에 대한 나의 마음인가? 이런 아버지가 추석 때 성묘 행사에 참석하는 게 아버지에게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본다. 아버지 형제자매들과 가족들은 다들 밖에서 만난 아버지를 좋아할 것 같으니 아버지에게도 의미가 있는 걸까?
내일 모레 입추네. 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