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덥다. 강릉은 최장 열대야 기록을 세웠다. 기온 상으로는 오늘아침까지도 열대야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최저기온이 30도가 넘는 날들에 비해서는 한결 나아졌다. 시간의 흐름을 이런식으로도 느낀다.
 
 좀 웃긴 표현이지만 베프 중에 베프 Y가 중3 아들이랑 같이 강릉에 다녀갔다. 친구는 산에 온 게 세 번째고 아이는 처음이다. 친구가 삽당령을 좋아해서 좋다. 친구 아이는 개미, 메뚜기, 거미를 신기해했다. 중학교 3학년이 이게 맞나? Y는 자수성가해서 돈을 많이 벌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어느샌가 사람의 가치를 본인이 그냥 내어줄 수 있는 돈의 액수로 평가하는 사람이 됐다. 어제 저녁에 술 한참 마시다가 본인 친구 중에 내가 1등이라 필요하다면 돈 4천만원은 그냥 줄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 내 베프가 그런 사람이 됐다는 게 씁쓸하다. 본인은 아나? 나중에 얘기 한 번 해줘야겠다. 혹시 나도 모든 걸 돈의 액수로만 평가하고 있지는 않나? 그 와중에 내가 일등이라 난 기분 좋은건가? 아싸 1등. 지금 본인 모습이 본인이 살아온 결과이고 열심히 산 친구를 탓할 생각은 없다. 나도 마찬가지다. 친구 아이가 굉장히 부주의하다고 느꼈다. 집중력이 많이 떨어지는 느낌. 원래 그 나이때 많이들 그런지. 친구는 본인 아이라 크게 이상한 점을 못 느끼는 건지 생각했다. 내 아이도 아니고 부모가 알아서 하겠지. 친구를 2주 전에 서울가서 봤지만 강르에서 또 만난 게 좋았다. 고기가 익는 화로 앞에 마주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 주로 옛날 얘기 - 나눈 순간이 특별히 좋았다. 친구도 그랬으리라 기억해두자.
 
 아버지를 만났다. 지난주에는 한 시간이 넘게 조금도 쉬지 않고 말을 뱉었던 아버지가 이번에는 별 말이 없었다. 동생이랑 영상통화를 했다. 동생 큰 아이가 9살인데, 동생은 아버지랑 영상통화할 때마다 그 아이를 아버지와 인사시킨다. 아이가 뭔가 희생당하는 느낌이랄까. 그런게 있다. 그래도 자꾸 얘기하면 아버지가 아이 이름도 얘기하고 알아보니까. 괜찮은건가? 아버지는 언젠가 어씨 일족이 다 만나기를 희망하고 있고 - 추석 성묘 때 아버지 외출 하는 쪽으로 내 마음이 기울었다. - 어씨들이 착해서 잘 산다는 '어씨부심'이 있다. '어씨부심'은 아내의 표현인데, 좀 재미있다. 아버지랑 나랑 이런저런 얘기하는 중에 아내 얼굴을 보면 아내가 '꺄르르꺄르르' 웃을 때가 있는데, 그 모습을 보는 일이 좋다. 사랑이다. 아내 말로는 아버지가 귀여워서 웃는다고 한다.
 
 또 한 번의 주말이 이렇게 지나갔다. 이번주도 별탈없이 보내자. 이번주는 광복절에도 아버지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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