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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 잡생각

그때그때 2024. 8. 26. 14:48

 무력감이 가시질 않는다. 죽고 싶은 건 아니니 그냥 이대로 살자. 무너지지만 말고 살자.
 
 지난 토요일에 대학 선배, 동기, 후배 만났다. 후배 섭외로 선배가 횡계에 와서 공연을 한 덕분이다. 술 마시고 노래방엘 갔다. 학교 다닐때 개별적으로는 많이 놀았어도 넷이 모여서 술 한 잔 마셔본 적 없다. 첫 만남이 25년 이상 지나면 모든 만남이 이렇게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풍화되는게 아닌가, 생각해봤다.
 선배는 앨범을 낸 가수고 주업으로 요양원을 했는데 최근에 건강원으로 업종을 바꿨다고 한다. 동기는 강릉에 사니까 자주 보는 편이고 중고등학생들 수학 가르친다. 후배는 올해 고향인 평창으로 귀농했다. 나는 이일저일 하다가 산림청에 취직했다. 다들 짧은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간다. 단편적으로는 그러하지만 그 속은 다들 복잡하다.
 가수로 약간은 성공의 맛을 본 선배, 본인 시나리오로 감독 데뷔 직전까지 갔던 동기, 가족들 춘천에 두고 부모님과 살고 있는 후배, 나는..... 음..... 다들 먹고 사는 걱정 없었으면.
 
 토요일, 일요일에 아버지 만났다. 이번주는 아버지 컨디션이 안 좋았다. 먼저처럼 혼자서 막 떠드는 거 듣는게 좋지 아버지가 별말 없이 먼데만 보고 있으면 기운이 빠진다. 그래도 엄마랑 애들 한 번 보고 싶다는 말은 잊지 않았다. 애들도 애들인데 엄마가 많이 보고 싶은 것 같다. 9월 첫 주말에 추석성묘 예정이라 그때는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동생은 일이 있어서 못 온다고 하고, 요양원에 코로나 환자가 발생해서 당분간 면회가 중단된다는 문자를 오늘 받았다. 어제 아버지 보고 오길 잘했다. 아버지가 9월초에 엄마 못 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내가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그렇다.
 
 오늘 아침도 여지없이 출근하기 싫었는데, 출근했다. 기간제 선생님 중에 한 분이 벌에 쏘였다. 요즘 벌쏘임 사고가 많다. 더워서 벌이 많다는데,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잽싸게 태워서 강릉의료원 다녀왔다. 장수말벌에 쏘인 것 같고 쏘인 곳이 가렵고 많이 부어서 응급실에서 수액 맞았다. 벌에 쏘인 선생님은 나보다 한 살 형이다. 병원에서 이 형 기다리면서 46세 남성이 5년 전에 정선군 임계면으로 이사 와서 혼자 살면서 최저임금 받는 산림청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것을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나도 마찬가진가? 오늘 날을 제대로 잡았는지 기간제 선생님 중에 한 분이 내가 병원 갔다 오는 사이에 뭔가에 쏘여서 병원에 내려갔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 아이가 고3인데, 정선군 임계면에 살면서 매일 술을 마시고 매년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 일자리에 지원하는 삶을 생각했다. 내가 계산한 병원비는 어떻게 돌려받나? - 액수가 적지 않다. - 다들 먹고 사는 걱정 없었으면.
 
 보통일이 아니네, 란 말을 하는 습관이 생겼다. 살아가는 게 보통일이 아니다. 우울하다고 술 마시고 무너지지 말아야지. 나에게는 술 마시고 무너질 수 있는 여유는 있는건가, 깊게 생각하지 말아야지. 올해 발초는 업체에 맡긴다고 작은집에 전화해야 하는데 전화를 못하겠네. 자동차 보험도 전화해야 하는데 전화를 못하겠네. 보통일이 아니네.
 
 선배가 노래방에서 light my fire 부른 걸 기억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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