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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월요일부터 산불조심을 다닌다. 최저임금을 받는 농촌의 겨울철 아르바이트다. 작년 가을에 다녔던 코스와 비슷한 코스를 다닌다. 어르신들한테 인사를 할 때마다 작년에 하던 그 사람이냐고 물어보신다. 나는 그분들을 기억해도 그분들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뭔가 서글픈 일이다.

어제까지 별로 돌아다니지도 않고 차에서 자빠져 있었다. 오늘부터는 열심히 돌아다니기로 결심했고 그렇게 했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주워듣기도 하고 오랜만에 산도 탔고, 나무도 한 차 했다. 길에서 돈 만원을 주웠다. 만원짜리 한 장이 열심히 하기로 한 것에 대한 보너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돈을 흘린 노인네의 슬픔쪽에 더 가깝다. 깻대를 태우고 있는 아주머니한테 홍시를 하나 얻어 먹었다.

오늘 들은 얘기들 - 여러사람에게 들은 것들은 생각나는대로 나열함

- 성산면사무소 있는 쪽에는 월세도 20만원씩 달라고 하는 것이 시내에 얻는 것보다 더 비싸. 왜 그런지 모르겠어.
- 깻대를 말렸다 갈아서 넣으면 비료로 좋다고 하지만 요즘 누가 귀찮게 그렇게 하나, 옛날에나 그렇게했지.
- 아들이 셋 있는데, 둘째만 대학을 못 나와서 잘 못 살고 있다.
- 사람이 써먹든 안 써먹든 공부를 해야한다.
- 시골에서 이래 농사짓고 살면 흥망이 없다.(흥망이 없는 것에 체념하신 말투였음)
- 둘째 아들이 잔나비띠인데, 아직 장가를 안 가서 걱정이 많다.
- 우리 딸이 서른인데, 시집을 갈 생각을 안 한다. 하긴 나도 서른 여섯에 장가를 갔으니....

작년에 주먹만하던 개들이 일년 만에 말 그대로 개같이 커서 나를 반겨줬다. 나도 무척 반가웠다. 내년에 잡아 먹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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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잤다. 바닷가를 걸었다. 닭강정을 먹었다. 회도 먹었다. 생선구이도 먹었다. 물회도 먹었다. 오징어 순대도 먹었다.

 속초 아바이 마을은 함경도 사람들이 전쟁이 끝나면 빨리 돌아가기 위해서 모래톱에 만든 마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마음 아픈 일이다.

 속초 여행은 즐거웠다.

  

 


p.s 우리팀이 우승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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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9 - 나비

사진 2011. 9. 29. 16:54
 교육원 짬을 먹고 사는 고양이 '나비'다. 어리고 암컷인데, 크는 속도가 빨라서 하루하루 못생겨진다. 요즘 하루에 한 번 이상 '궁디팡팡'을 해주면서 놀고 있다. 일단 엉덩이를 때리기 시작하면, 놈은 좋아서 몸을 베베 꼬면서 몸이랑 얼굴을 내 팔에 비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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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0

사진 2011. 9. 20. 18:56
오늘 춘천 하늘이 날 제대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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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시절은 아니지만 내 시절이기도 한 대학로 시절이 끝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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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감세 -> 예산부족 -> 전면 무상급식 불가

부잣집 아이들 - 우리집에서 낸 세금으로 가난한집 애들 점심 먹여주고 우리는 우리돈 내고 점심 먹는다.

부자증세 -> 예산있음 -> 전면 무상급식 가능

부잣집 아이들 - ?


이번 무상급식 투표사건을 아주 단순무식하게 풀어보면 이렇다.

복지는 우월감을 갖고 베푸는 기분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노숙자들한테 혀를 차면서 동전을 던져주는 것이 복지가 아니란 얘기다.

짤방은 목요일에 양구에서 찍은 두 장. 완전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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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 어플 중에 tiltshift generator란 게 있어서 찍었던 사진을 만져봤다. 뭔가 느낌이 좋다. 그렇지만 사진은 만지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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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에는 매미가 울고 밤에는 귀뚜라미가 우는 계절이다. 고로 여름은 거의 끝났다. 비만 오다 끝났다. 전국적으로 올 벼농사는 작년만 못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우리논도 이삭이 늦게 팼다. 내가 짓는 농사가 아닌데도 이렇게 어려운데, 내가 지으면 얼마나 더 어려울까? 하지만 걱정보다는 기대가 크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클 수도 있지만 걱정이 크면 시작도 못한다.

 당신 부모님을 만났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웃는 얼굴로 끝까지 앉아 있으려고 했는데, 아버님이 했던 얘기를 자꾸 반복하시는 바람에 막판에 눈이 조금 풀리면서 흐트러졌다. 긴장해서 전날 많이 못잔 것도 내 흐트러짐에 일조했다. 아버님도 전날 푹 못 주무셨다고 하셨다. 뭐랄까, 통하는 게 있다고 본다. 걱정이 많으실텐데 시작을 허락해 주셔서 무척이나 기뻤다.

 걱정을 떨쳐내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농사를 잘 짓는 수 밖에 없다.

 지후가 처음으로 내 친구들을 만나러 와줬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빈속에 보쌈김치를 안주로 소주를 마시는 바람에 일찍 취했다. 전날 많이 못잔 것도 내가 일찍 취하는데 일조했다. 앉아 있을때는 몰랐다가 일어나니까 확 취하는 느낌이 오랜만이었는데, 당신이 나를 지켜줘서 정말 많이 고마웠다. 이성준이나 고구미가 술에 취한 나를 지켜주는 것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정말로 지켜준달까? 나도 지켜줄께요. 앞으로 쭉~~

 어제도 많이 못잤다. 멍한 상태에서 일하고 담배 피우고 밥을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여름이 끝났으니 좀 더 차분해지자.

 멍해도 짤방은 올린다.

백일홍 - 아이폰 특유의 반짝반짝

벌개미취 - 예쁘고, 먹을 수도 있고 천연 제초제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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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내미를 돌무덤으로 보내는 도라지 꽃

지난주에 이어서 또 서울에 왔다. 신월동 본가에 짐을 풀었다. 시장통을 걷다가 고로케를 두 개 사 먹었다. 크기도 내가 만날 사 먹던 때 그대로고 가격도 그대로 한개에 오백원이지만 속은 텅 비었다. 조금 실망했지만 여전히 빠리 바게뜨 고로께 보다는 맛있다.

집은 여전했다. 냉장고는 텅 비었고 아버지는 동생 와이셔츠를 다리고 있었다. 동생은 회사 땡땡이 치고 자고 있었고 양천방송에서는 내 휴대폰으로 통장에 잔고가 없다는 문자를 보냈다. - 요금은 동생 통장에서 빠져 나간다. ^^ - 잠들었다 저녁에 깼는데 동생은 마시러 나갔고 아버지는 막걸리 한 병과 저녁 식사 중이었다.

그러니까 다들 그대로 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요즘 보는 일드 제목이 '그래도 살어간다'인데, 뭔가 맞아 떨어진다.

군대에서,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청년들이 죽어나간다. 시립대 다녔던 학생 사건 때 마음에 많이 안 좋았는데, 오늘 비슷한 소식을 또 들었다. 첫 번째는 슬프고 안타깝다가 말지만 같은 것이 반복되면 화가난다. 명박씨가 말한대로 패기있게 어려움을 헤쳐 나가려고 남들 안 하는 일을 선택해서 열심히 현실에 맞서던 젊은이 둘이 불과 며칠 사이에 사고를 당했다.

나는 경제적으로는 아주 안 좋은 조건이지만 강릉에 작은아버지가 계시고 농사가 정답이라는 교육과 체험, 당신을 통해 시골로 내려왔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놀아보지도 못하고 스펙에 시달리고, 농사일의 즐거움을 모르는, 남들이 생각하는 경제적 기준이 꼭 보편 타당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보지도 못하고 쓰러져 가는 젊은 청년들에게 '다 때려치고 시골에서 살아라' 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ds는 반값 등록금 투쟁 대학생들에게 학교를 안 다니면 될 것을 괜히 징징 댄다고 했더랬는데, 맞는 말이지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가운데, 스스로 대학을 포기 하는 것과 ds처럼 돈이 없어서 대학을 못 다닌 것은 분명 다르다.

공교육은 최소한 젊은이들 스스로가 !빚은 지지 말고 살아야지! 라고 깨달을 수 있게는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같이 교육 받는 사람들 중에는 교육을 마치고 저리로 돈을 땡겨서 큰 농사를 지으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교육 중에도 그렇게 하라고 허는 게 많다. ㅡ.ㅡ) 내 생각엔 그러면 안된다. 빚은 가난보다 더한 스트레스기 때문이다.

걱정과 푸념과 불만을 품 속에 지닌채, 둥둥 떠 다니는 '국가'라는 시스템 위를 걷고 있다. 느리고 조심스럽게. 앞으로도 그래야 할 것이다.

별로 좋아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연대'(함께하기)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밤이다.

그래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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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중에 독보적으로 제일 좋다. 내가 찍은 건 아니다. 동백꽃은 노래 가사처럼 눈물처럼 진다.

결혼과 육아에 대해서 너무 나이브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신에게 직접 들었다. 나는 우리 아버지가 우리 어머니를 나이브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아버지가 싫은데, 나도 아버지를 닮아서 삶이라는 큰 덩어리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는데까지 생각이 미치니까 살짝 부회(부아)가 났다.

사실 나는 근자감을 바탕으로 인생을 무척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도 단순 담백하고 심플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먹고 사는일에는 돈이 필요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가족 내에서 세심하게 신경 써야할 부분들-각종 경조사 및 인사치레 등-이 많아지는 것도 돈과 관계가 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방법을 남들 기준에 적극적으로 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혼이라는 보편적인 일을 한 가지 했으니 그 다음부터는 내식대로 당신식대로 우리식대로 헤쳐 나가면 된다.

그리고 나는 내 삶에 대해서는 나이브하게 생각하지만 당신에 대해서는 나이브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런 채, 또는 그런 채로 살아도 좋다. 는 삶을 추구하려고 한다. 물론 우리 마음에 들게~

'비워야 산다'를 읽었다. 좋은 책이고 이남곡 선생님이 미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기분 좋았다.

144p. 저희 집사람은 '선물의 사회'를 원했습니다. 서로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받으려는 마음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저 사람이 나에게 선물을 갚아야 한다는 의식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아내가 살았더라면 이 선물에 대한 마인드를 더 널리 정착시켰을 것입니다.


가끔 서혜란 선생님 얼굴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럴때마다 가슴이 물컹하다.

에 그리고 사실 나도 나의 나이브함이 약간은 걱정된다. 하지만 당신이 있으니 나는 잘 할 수 밖에 없다. te qui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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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2 - 흠

그때그때 2011. 7. 2. 22:15


20110701 강릉항

어제는 일하기 싫어서 바다에서 혼자 놀았다.

오늘은 새벽부터 일하고 싶었는데, 논일의 여파로 몸이 말을 듣질 않아서 아침 먹고 일 시작했다.
오전에는 고추밭에서 고추 유도(유인) - 고추 끈 작업 - 를 했고 점심 먹고는 콩 심었다. 땡볕에 콩 심다가 탈진할 것 같아서 잠깐 쉬어야겠다고 생각한 타이밍에 집에서 쉬었다 하라는 연락이 왔다. 얼음 수박을 먹었다. 완전 맛있었다. 올해는 많은 농민들이 수박밭에 배추를 심는 바람에 수박이 비싸다.

수박 먹고 잠깐 자빠져서 자다가 계속 콩을 심었다. 땅은 질어서 장화는 푹푹 빠지고 날은 여전히 더운데 벌레들이 내 귓가에 계속 윙윙거려서 짜증이 좀 났지만 열심히 심었다.

저녁을 먹는데, 작은아버지가 작물별로 얼만큼 농사 지으면 얼마나 벌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하신다. '네!' 하고 대답하고는 그래야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많이 벌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앞으론 혼자가 아니니까 계산기를 두드려 볼 필요는 있겠다 싶었다. 담배 사 피우고 콜라 사 먹자면 그래야만 할 것 같다. 낮에 수박 먹고 나서 '삶이 이거면 됐다.'는 생각을 했는데, 꼭 먹고 싶은 게 있는데, 돈이 없어서 못 사먹으면 불만도 쌓이고 불쌍하니까 '이거면 된' 삶을 위해서도 세부적인 돈벌이 계획은 필요하다. 계획은 천천히 하나씩 세우기로 하고,

내일은 새벽부터 일해야지. ㅋㅋ

p.s 작은어머니가 치킨집 배달 알바를 시작하셨다. 밥벌이란 게 이런건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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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실습 2주차다. 애초에는 춘천에 있는 한우 농가로 갔었는데, 게으름 피웠다고 쫒겨났다. 그래서 홍천에 있는 한우 농가로 왔다. 나는 순달이가 사망한 이후로 소 키울 생각이 사라졌지만 작은아버지가 소를 잘 키울 수 있도록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생각이다. 확실히, 소 키워서 돈 많이 버는 집은 관리부터 다르다. 내가 농사를 열심히 지어야 작은아버지가 안심하고 소에 집중할 수 있다. 열심히 해야지.

이번주에 장마 때문에 아침 저녁으로 소 밥 주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없었는데, 오늘은 논에서 피살이를 했다. 농장 주인아저씨는 유기농으로 벼농사를 지으신다. 유기농 논에 들어가서 일하니까 기분이 좋았다. 오전에는 비를 맞으며 일했고 오후에는 비 안 맞으면서 일했다. 역시나 논일은 즐겁다.

갑작스럽게 내년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야하는 상황이 왔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있는데, 우선은 집부터 구해야한다. 각자의 영역과 삶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함께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지후랑 함께'라는 문구를 슬라이드 하면 아이폰의 봉인이 해제된다. 나는 당신앞에서 해제된다. 뭔가 기분이 좋다.

여름이라 살짝 들떴는데, 칠월은 조금 차분하게 흘려보내야겠다.

짤방 설명 - 숙소 앞으로는 물안개가 자욱한 홍천강이 흐르고 숙소 뒤로는 멋진 하늘이 보인다.

스마트폰의 현위치 서비스가 제법 쓸만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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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3 - 오봉산

사진 2011. 6. 13. 22:26
 저녁 먹고 같이 교육 받는 형님 한 분과 오봉산에 올랐다. 오늘 오른 코스는 춘천과 화천의 경계인 배후령 정상에서 오르는 코스였다. 산에 오르는 사람은 우리 둘 뿐이었다. 두 시간 나들이 코스로 딱 좋았다. 물론 이 형님은 산악인이고 나도 쉬는 걸 별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성구형! Thank You, 이번주는 술 먹고 자빠지지 말자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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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을 오르다보면 오른쪽으로는 소양호가 보이고 왼쪽으로는 화천군이 보인다. 그리고 오늘 석양이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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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대로는 아니지만 원래보다 더 좋은 원래로 돌아온 기분이다.

당신 때문에 뭐든 다 괜찮다.

둘 다 성장했고 이제 두려움은 없다.

이것은 <믿음>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차원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기 때문에 잘 해나갈 것이다. 아주 천천히, 드러나지 않는 움직임으로 온전한 우리가 될 것이다.

역시 태어나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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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에 왔다. 엄마는 여전했다. 일단 내가 장가를 가야 시골에 내려오겠다고 한다. 아마 남들처럼 돈이 많이 드는 결혼식을 생각하고 그 뒷바라지를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얘기인듯 싶다. 그리고 살아보면 돈이 많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빼먹지 않았다. 어마마마, 네에 알겠습니다. ㅎ

엄마 자전거로 오산천변을 돌았다. 강가를 달리니 기분이 좋았다. 계획적으로 심어 놓은 꽃밭도 나쁘진 않았다.

저녁으로는 순댓국을 먹었다. 엄마랑 함께 먹는 순댓국은 언제나 특별하다.

열한시 넘어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살짝 취한 목소리로 잠깐 가게에 들르라고 했다. 엄마는 이 손님 저 손님에게 우리 큰 아들이라며 나를 소개했다. 오산에서 잘 때마다 있는 일이라 이런 상황에 이미 익숙하다. 손님들이랑 같이 마시고 매상 좀 올려줄까.생각했다가 술 안 먹는 주간이라는 결심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관뒀다. 잘 한 것 같다.

엄마를 기다리다가 쓰기 시작했는데 방금 엄마가 도착했다. 제법 취했다. 지난 십년동안 오늘보다 많이 취했던 날들도 무수했을 것이다. 이래서야 몸이 성할수가 없다.

엄마가 내 말 좀 들었으면 좋겠다. 엄마는 식구들 다 버리고 혼자 살길 찾으라는 내 제안을 고맙게만 생각하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아, 엄마

짤방은 천변에서 찍은 관상용 양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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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심하게 반짝 거릴때가 있다. 고구미 말대로 쨍한게 좋을 때가 많다. 그리고 ISO80을 지원한다는 점이 맘에 든다. - 교육원 앞에서

 
 오늘부터 6월이다. 살짝 정체기가 오는 것 같다. 정도가 '살짝'이니 큰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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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1 - 논, 나비

사진 2011. 6. 1. 11:03

 

 모내기가 끝난 논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 춘천시 신북읍 유포리, 베스트 샷 중에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길바닥에 죽어 있던 나비(swallowtail butterfly?) - 로모 어플로 살짝 만짐


 새해구나 싶더니 6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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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주에는 술을 두 번 마셨다. 한 번은 많이 마셨고, 한 번은 적당히 마셨다.

 많이 마신날은 내 이름이 새겨진 컵이 깨졌던 날이고, 적당히 마셨던 날은 외로움에 허기가 심했던 날이다. 자꾸 뱃속이 허전하고 뭔가 먹고 싶은데, 그게 뭔질 모르겠어서 그냥 술로 땜질(빵)했다.

 이번주에는 안보 교육 같은 게 없어서 교육 내용은 충실했다. 실전 경험도 있고 이론적으로도 공부 많이 한 양반(Ph.D)들이 땅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농사 지으라는 얘기들 들려줄 때는 심적으로 다져진다. 반면에 농사 안 지어본 양반들이 규모의 농사,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이야기 할 때는 그냥 조용히 자거나 다른일을 한다. 

 낮에 강릉에 도착해서 안목엘 갔다. 제비 두 마리가 어느 가정집 지붕 위에 사이좋게 앉아 있었다. 제비를 본 게 참 오랜만이다. 기분이 좋았다. 우리 동네 논에는 오리 두 마리가 사는데, 항상 함께 날아다닌다. 그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또 우리 동네 논에는 비둘기 떼가 사는데, 전부 39마리고 항상 같이 다닌다. 그리고 우리 동네에는 매가 한 마리 사는데, 항상 혼자다.

 사람은 매가 사는 동네에서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매가 아니다. 안목항에서 혼자 서 있는 등대도 봤다. 뭔가 다 맞아 떨어지는 게 심상치 않다.

 켁

 다음주는 약간 더 즐겁게~~ 그나저나 모내기가 너무 늦는다. 집에 와서 보니 모가 자랄만큼 자랐다.

춘천에서 새벽에 산책 나갔다가 - 아이폰
강릉항에 홀로 선 등대
흐린날 해질녘 남대천변 - 오랜만에 천변을 걸으니 기분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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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운데 노란 건 거미, 역시나 봄은 노랑색
 고추 심고, 허리 피러 할아버지 산소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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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비닐 다 씌우고, 오늘부터 고추를 심기 시작했다. 15*7짜리 포트 23개를 심었다. 그 중에 내가 14개를 심었다. 대충 1500주(개, 포기? - 포기가 맞는 표현인 것 같음.) 정도다. 온종일 쪼그리고 앉아 일했더니 허벅지가 땡긴다. 쭈그리는 걸 힘들어하던 영재 생각이 나서 간만에 통화했는데, 마음이 풍성하다. - 쉽게 말해서 울컥울컥하다. - 

 영재한테는 계속 존대말을 하는데, 내가 '영재 씨'하고 부를 때, <백의 그림자>의 '무재 씨'를 부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 그가 '형'하고 나를 부를 때, 나는 '은교 씨'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대화할 때는 존대하고 글로 쓸 때는 그냥 이름 적어버리는 관계는 참 좋은 것 같다. ^^ - 서울가면 꼭 연락할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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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도 파이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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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고추 심을 밭에 갔다. 전체 700평 중에 4분의 1 정도에 여전히 비닐이 덮여 있었다. 나는 거름 피고 작은어버지는 로타리를 쳤다. 비닐 위에 소똥을 펼치는 기분이 얼마나 더러운지 안해 본 사람은 모른다. 한참 일하는데 검은 나비(호랑가시나무) 한 마리가 내 주위를 멤돌았다. - 상민 씨 땡큐. 우리나라 대부분의 밭이 그렇다는 얘기는 역시나 위안이 안되네요.-  비닐이랑 같은 색이다. 다음 생에는 무지갯빛 몸을 달고 태어나렴.

 오후, 작은아버지는 비닐위에 로타리를 쳤고, 나는 관리기로 두둑 잡았다. 관리기 로타리에 검정 비닐이 걸려서 막 돌아갔다. 내 마음은 검고 어지럽다.

 작은아버지의 생각 - 고추는 자랄만큼 자랐는데, 토요일에 비는 온다고 하고, 내일까지 무조건 비닐을 씌워야겠다. 

 내 생각 - 토요일에 비가 많이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요일에 비만 오지 않으면, 일요일에도 밭에서 일 할 수 있다. 비닐은 그때까지 씌우고 월요일, 화요일에 비가 온다고 하니 그때 심으면 고추 심고 물 안줘도 되니까 일하기는 더 좋다. 천천히 일하면 좋겠다.

 결국 내일 쎄가 빠지도록 비닐 씌우게 생겼다. 사람도 한 명 불렀다고 하신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는데....... 비닐밭에 로타리 치는 것도 막지 못하는 내가 무슨 힘이 있겠나. 그냥 푸념이다. 이래놓고 나중에 비닐밭에 고추가 열리면 그 고추 따 먹겠지.... 에효~~ 

 기왕 이렇게 된거 토요일에 비나 실컷 왔으면 좋겠다. 바다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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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3 - 봄

사진 2011. 5. 3. 20:39

 애기똥풀꽃 - 반짝반짝

 1주일만에 집에 왔더니 보릿대가 올라왔고, 사방에 애기똥풀꽃이 반짝거린다.
 봄은 노랑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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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에서의 일주일이 지났다. 좋은 예감이 든다.
 진정성을 갖고 농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가진 것이 없으니 더욱 그래야 한다.
 정말 오랜만에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 기타를 배우길 정말 잘했다. 그렇지만 외롭다. 에효


 나는 지금 교차로에 서있다. 크로스로드란 영화에는 악마와 계약한 로버트 존슨에 대한 일화가 나온다.
 가난해도 내 성에 차게 사는 일은 악마의 유혹을 뿌리치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외롭다고 울지마라.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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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6 - 여유

그때그때 2011. 4. 16. 00:38
 친구가 다녀갔다. 

 친구는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많이 가졌다. 강한 힘과 명석한 두뇌는 타고나는 측면도 있으니까 젖혀두기로 하더라도 그는 아내와 아이, 집과 차를 가졌다. 그에겐 없지만 내게 있는 것은 '여유'일까? 친구는 내게서 여유를 빌리기 위해 먼 길을 왔다.고 하고 싶지만 사실은 그냥 내 얼굴도 보고 머리도 식히러 왔다.

 우리는 담배 연기로 방을 자욱하게 만들고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사실 내가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여유를 좀 가져." 뿐이었지만 외로운 나는 친구를 붙잡고 쉴 새 없이 떠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바다에 갔다. 경포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안목으로 갔다. 우리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커피를 마셨다. 안목항에는 무척이나 여유로워 보이는 낚시꾼들이 있었고, 해변을 걷는 연인이 있었다.

 친구가 온 덕분에 나는 아침밥도 거르고 실컷 잤다. 산불조심과 함께 시작된 보름간의 피로가 싹 풀렸다. 몸이 오랜만에 제 기능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여유를 찾아서 나를 찾아온 친구는 그것을 찾았을까?


 들러줘서 고맙고, 항상 고맙게 생각해.

 

 
 짤방은 일복이 터진 관계로 우리집에 오자마자 펑크난 타이어 갈고 있는 내 친구! 내가 운전대 붙잡고 있었는데, 하마터면 같이 저승길로 갈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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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6 - 순돌이

사진 2011. 4. 16.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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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난 지 두달만에 나보다 힘이 세졌다. ㅡ.ㅡ
 아프지 말고 쑥쑥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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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랑에 빠진 차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면사무소에서 철수하라는 문자를 받고 잽싸게 집에 돌아왔다. 내가 운전하던 차는 식구들이 꼬마차라고 부르는 '라보'. 왼쪽으로는 도랑이 흐르고 오른편에 창고로 쓰는 하우스를 지나 두엄자리 왼쪽에 있는 낮은 비탈에 차를 세웠다. 비탈이라고는 하지만 30cm정도 높이고 비탈을 오르면 평지인 곳이다. 꼬마차가 들어가기에 딱 좋은 장소인 것이다. 모든 것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2단 기어에 차를 세우고 기어를 중립에 놓은 뒤 차가 살짝 뒤로 밀리는 느낌을 받고 내일 아침에 바로 후진으로 나가야 되니까 기어를 후진으로 옮겼다. '얼른 자야지' 생각하고 빠른 속도로 차에서 튀어 나왔다. 도랑을 건너 집에 들어가다가 잠깐 뒤를 봤는데, 차가 도랑으로 후진하고 있었다. '쿵'하더니 뒷바퀴 두 개가 다 도랑에 처박혔다. 도랑 바닥에서 지상까지의 높이는 1m 30cm 정도다. 꼬마차는 앞바퀴 두 개만 지상에 달랑 내밀고서는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30분 만에 출동한 레카차는 10분 만에 차를 꺼내더니 3만원을 받고 유유히 사라졌다.

 사라지는 레카차를 보면서 작은아버지, 작은어머니께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고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라고 했다. - 이 대사를 정말 오랜만에 했다. - 두 분은 웃으셨다.

 사진을 찍어두고 싶었는데, 물의를 일으킨 입장에서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아쉽다.

 며칠 전에는 낮에 바쁘게 일하다가 산불 출근 시간에 늦었었다. 급한 마음에 꼬마차를 후진으로 빼다가 오른쪽 뒷바퀴를 도랑에 걸친 적 있었다. 이 정도는 '물의'라고 부르기 어렵다. 


 급한 마음

 작은아버지는 일할 때, 마음이 급하시다. 농사를 오래 지으셨으니 일이 익숙할만큼 익숙한데다가 농사일을 빨리 마쳐야 저녁 때, 본업인 수정일을 빨리 마치고 집에 오실 수 있기 때문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나는 일이 익숙하지 않은데다가 누가 재촉하면 일하는 속도가 느려지는 스타일이다. 나는 가만히 혼자서 내버려두면 차분하고 빠르게 일을 처리하곤 한다. 엄마를 닮아서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농사일이 많이 익숙해지면 내게도 급한 마음이 생길거라고 생각한다. 일을 빨리하면 많이 놀 수 있으니까 그렇다. ^^


 쓰레기, 농부

 오늘은 옥수수 심을 밭에 소똥 거름 내고, 밑거름 뿌리고, 로타리 치고 두둑 잡고 비닐도 조금 씌웠다. 그래 우리집은 화학비료, 농약, 비닐을 모두 사용해서 농사를 짓는다. 감자밭에는 살충제를 뿌렸는데, 이번에는 뿌리지 않았다. 무농약 인증 때문인 것 같다. 우리 동네 논 두렁, 밭 두렁에는 비닐, 빈 농약 병, 음료수 캔 등 각종 쓰레기가 즐비하다. 나는 쓰레기를 잘 치우는 농부가 되고 싶다. 아까 점심 먹으러 집에 오다가 빈 맥주 캔이 보이길래 낫에 찍어서 집에 가져왔더랬다. 작은아버지가 "그런 건 뭐하러 주워오나!"라고 하셔서 "쓰레기를 잘 치워야죠."라고 했다.
 농부는 직업을 부르는 말이다. 나는 내가 선택한 직업이 무척 마음에 든다. 요즘 이런 생각을 했다. 자기 먹을거리는 무농약, 무비닐로 깨끗하게 키우고, 남에게 파는 것은 약 팍팍쳐서 키우는 사람은 농부가 아니다. 그이의 직업은 비즈니스맨이다. 반면에 농약 많이 묻혀서 키운 농산물을 암시렁않게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농부다. 나는 농부후보생이다. ㅎㅎㅎ
 

 농기계

 우리집에 기름을 먹는 농기계로는 경운기, 트랙터, 두발관리기(외발관리기와 구분), 비료살포기가 있다. 나는 이것들의 작동원리는 대충 다 알고 있고, 필요에 따라서 기계를 사용해서 하는 일도 곧잘 한다. 그런데, 성격 때문인지 내가 다루는 것들을 자세히 알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히곤 한다. 하지만 자동차 운전은 너무 일상적인 것이어서 자동차의 작동원리에 대해서 잘 알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뭔가 이상한 마음가짐이네. 자세히 알고 싶다는 것이 작동원리를 알고 싶다는 것이 아니구나. 피곤해서 쓰다보니 이상하게 되버렸다. 그냥 각종 농기계들을 자동차 운전하는 정도로는 일상적으로 다루고 싶다. 열망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든다. 하지만 이런 마음을 열망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짤방은 동네에서 찍은 사진, 소나무가 삐딱하게 서 있는데, 삐딱해도 살아있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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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9 - 경포대

사진 2011. 4. 9. 17:49
 오랜만에 바다엘 갔다. 파도의 포말이 주는 포만감에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 중에 수평 맞은 것

FX 36으로 찍은 사진 중에 수평 맞은 것

경포에는 항상 사람이 있어서 좋다. 나는 사람이 많은 것을 싫어하는데, 경포대는 언제나 사람이 있기 때문에 좋아한다. ㅡ.ㅡ 

  수평선을 수평 맞춰 찍는 일은 정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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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이다. 봄철 산불조심 알바를 다시 시작했다. 함께 일하는 파트너가 바뀌었다. 이번에도 공직생활을 오래하신 연세가 지긋하신 분과 함께다. 나는 주로 얘기를 듣고 맞장구를 쳐주는 쪽이기 때문에 크게 바뀐건 없다. 아저씨가 DMB로 KBS뉴스를 보시더니 박정희 예찬을 늘어 놓으신다. 박정희가 기와집을 지었는데, 다음 대통령들은 집에 세간을 들일 생각은 하지않고 기왓장을 팔아먹었다는 맥락이다.

 어제 아침을 먹다가 작은어머니께 새 파트너가 박정희를 좋게 얘기해서 들어주느라 혼났다고 말했다. (괜히 말했다. ㅡ.ㅡ) 작은어머니께서는 "나도 좋아하는데."라고 하셨다. 최근 작은어머니는 독도 관련 뉴스가 나오면 격분하시면서 저런 놈들을 도와줘야 하냐고 자주 묻는다. 그러면 나는 우리나라에도 밥을 굶는 사람들이 많은데, 교회에서 해외선교를 나가는 것과 비슷한 게 아니냐고 묻고 싶기도 하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내 새 파트너분께서는 박정희 얘기를 하시면서 북한에다가 이것저것 다 갖다 퍼줬다면서 DJ와 노무현을 욕했다.

 그러니까 두 사람은 비슷한 과정의 사유를 하고 계신듯하다.

 중요한 사실은 박정희는 일본사람이고 한일수교를 맺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 따님께서 쿠테타를 일으킨 전두환에게 돈을 받았다는 사실은 곁가지로 알아두자. 

 작은어머니는 이스라엘을 좋아하신다. 성지순례도 다녀오셨다. 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사실은 박정희는 일본사람이라는 것과 배고픈 시절을 겪었던 대한민국 국민들 중에 다수가 박정희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내 생각인데, 박정희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다수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싫어하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경제성장 과정에서 일본을 따라하지 않은 것은 AV 산업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냥 좀 이상해서 적어둔다.

 요새 '빅뱅이론'을 보고 있기 때문에 조금 삐딱하게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짤방은 박정희와 무관한 하늘 - 폭설에 무너진 하우스 철거하다가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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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우는 23일에 태어났다. 너무 어린 덕분에 아직 번호표를 붙이지 않았다. 순우는 숫송아지다. 내 이름의 마지막 글자를 따와서 이름 지었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완전 귀엽다. 오늘은 하루 종일 감자 심을 밭에서 비닐을 걷었다. 올해부터는 해를 넘겨서 농사를 앞두고 비닐을 걷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다. 비닐 걷는 중간에 송아지들 보러 갔더랬다. 여섯 마리가 막 뛰어다니는 모양이 내 얼굴을 환하게 만든다. 



애미가 저녁 먹는 틈을 놓치지 않고 세차게 젖을 빠는 순우

 


'푸딩 카메라'란 어플을 받아서 테스트로 찍어봤는데, 잘 나왔다. 얘네 둘이 사귀는 건 아니다. 아이폰에 달린 카메라가 내 생각보다 더 맘에 든다.


 
 4.3 완탈 나오면 해킹해서 유료 카메라 어플도 다운 받고,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파판3 - DS 판을 이식했는데, 퀄리티가 매우 높다. - 를 즐기려고 했는데, 무심결에 4.3.1 업데이트를 눌러버렸다. 당분간 파판은 터치로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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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표 붙인 순달이


 아침 여섯 시 반에 마구간에 올라가서 소들한테 사료를 줬다. 오늘은 젖소들 10마리가 한꺼번에 경기도 가평으로 팔려나가는 날이다. 얼룩이의 움찔거리는 표정과 구유 바깥으로 사료를 다 흘리면서 쩝쩝거리는 먹쇠를 보는 것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엄청 섭섭했다. 그래서 젖소들한테는 평소보다 사료를 많이 줬다. 그네들은 자기들의 운명도 모르고 잘 먹는다.

 아침을 먹고 여덟시에 마구간에 다시 올라갔다. 이번에는 송아지들 귀에 번호표를 찍었다. 오른쪽 귀에는 번호표를 왼쪽 귀에는 그냥 동그란 플라스틱을 찍는다. 나는 송아지들을 붙잡고 작은 아버지는 번호를 찍는다. 마치 예전에 봉제공장에 다닐 때, 새 옷에 가격택을 찍듯이 송아지들 귀에 번호표를 찍는다. 순돌이, 순규, 순영이, 순달이, 순식이까지 다섯 마리는 이제부터 다른 사람들에게는 번호로 불릴 것이다. 순돌이는 귀에 피가 났다. 얼마나 아팠을까? 작은아버지는 괜찮다고 하셨다.

 젖소들을 차에 실었다. 역시나 예전에 봉제공장에 다닐 때, 옷 박스를 화물차에 싣듯이 마구 실었다. 끝까지 타지 않으려고 힘을 썼던 한 마리는 결국 밧줄과 트랙터를 연결해서 압도적인 힘으로 짐칸에 구겨 넣었다. 3.5톤차가 오는 바람에 여덟 마리만 차에 태웠다. 임신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된 두 마리는 좀 더 키워서 새끼 낳기 서너달 전에 팔기로 했다. 짐짝이 되어 구겨진 소들을 태우고 가평까지 달렸다. 마음이 편하질 않았다.

 젖소들의 새 주인이 된 아저씨는 구제역 파동으로 소 198마리를 묻었다고 한다. 돈은 많이 벌겠지만 한 마리, 한 마리에게 애정을 가질 수 있을까? 그래도 젖소들의 새 집은 우리 외양간 보다는 널찍하고 좋은 환경이었다.

 저녁에 사료를 주러 올라갔더니 소들이 왜 이제 오느냐면서 일제히 울어 제낀다. 사료를 부어주고 짚단을 올려주는데, 짚단에서 물컹한 것이 만져진다. 자세히 보니 아직 몸을 가누지 못하는 어린 쥐다. 분홍색이다. 예쁘다. 두 마리다. 대수롭지 않게 소들한테 던져버리고 그 짚을 소들에게 줬다. 

 저녁 먹으면서 작은아버지에게 그런 걸 먹여도 괜찮냐고 물었더니, 아무 문제 없다고 하셨다. 

 소들은 나한테 위로를 주는데, 나는 소들한테 먹을 것만 준다. 가끔은 위생적으로 매우 불결한 것도 준다. 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나는 뭔가 뒤틀린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소들도 나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소들을 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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