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16 - 여유

그때그때 2011. 4. 16. 00:38
 친구가 다녀갔다. 

 친구는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많이 가졌다. 강한 힘과 명석한 두뇌는 타고나는 측면도 있으니까 젖혀두기로 하더라도 그는 아내와 아이, 집과 차를 가졌다. 그에겐 없지만 내게 있는 것은 '여유'일까? 친구는 내게서 여유를 빌리기 위해 먼 길을 왔다.고 하고 싶지만 사실은 그냥 내 얼굴도 보고 머리도 식히러 왔다.

 우리는 담배 연기로 방을 자욱하게 만들고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사실 내가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여유를 좀 가져." 뿐이었지만 외로운 나는 친구를 붙잡고 쉴 새 없이 떠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바다에 갔다. 경포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안목으로 갔다. 우리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커피를 마셨다. 안목항에는 무척이나 여유로워 보이는 낚시꾼들이 있었고, 해변을 걷는 연인이 있었다.

 친구가 온 덕분에 나는 아침밥도 거르고 실컷 잤다. 산불조심과 함께 시작된 보름간의 피로가 싹 풀렸다. 몸이 오랜만에 제 기능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여유를 찾아서 나를 찾아온 친구는 그것을 찾았을까?


 들러줘서 고맙고, 항상 고맙게 생각해.

 

 
 짤방은 일복이 터진 관계로 우리집에 오자마자 펑크난 타이어 갈고 있는 내 친구! 내가 운전대 붙잡고 있었는데, 하마터면 같이 저승길로 갈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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