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매미가 울고 밤에는 귀뚜라미가 우는 계절이다. 고로 여름은 거의 끝났다. 비만 오다 끝났다. 전국적으로 올 벼농사는 작년만 못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우리논도 이삭이 늦게 팼다. 내가 짓는 농사가 아닌데도 이렇게 어려운데, 내가 지으면 얼마나 더 어려울까? 하지만 걱정보다는 기대가 크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클 수도 있지만 걱정이 크면 시작도 못한다.

 당신 부모님을 만났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웃는 얼굴로 끝까지 앉아 있으려고 했는데, 아버님이 했던 얘기를 자꾸 반복하시는 바람에 막판에 눈이 조금 풀리면서 흐트러졌다. 긴장해서 전날 많이 못잔 것도 내 흐트러짐에 일조했다. 아버님도 전날 푹 못 주무셨다고 하셨다. 뭐랄까, 통하는 게 있다고 본다. 걱정이 많으실텐데 시작을 허락해 주셔서 무척이나 기뻤다.

 걱정을 떨쳐내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농사를 잘 짓는 수 밖에 없다.

 지후가 처음으로 내 친구들을 만나러 와줬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빈속에 보쌈김치를 안주로 소주를 마시는 바람에 일찍 취했다. 전날 많이 못잔 것도 내가 일찍 취하는데 일조했다. 앉아 있을때는 몰랐다가 일어나니까 확 취하는 느낌이 오랜만이었는데, 당신이 나를 지켜줘서 정말 많이 고마웠다. 이성준이나 고구미가 술에 취한 나를 지켜주는 것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정말로 지켜준달까? 나도 지켜줄께요. 앞으로 쭉~~

 어제도 많이 못잤다. 멍한 상태에서 일하고 담배 피우고 밥을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여름이 끝났으니 좀 더 차분해지자.

 멍해도 짤방은 올린다.

백일홍 - 아이폰 특유의 반짝반짝

벌개미취 - 예쁘고, 먹을 수도 있고 천연 제초제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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