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24/04/30 | 1 ARTICLE FOUND

  1. 2024.04.30 20240430 - 4월의 끝에 아버지 보고 온 생각

 엊그제 아버지 보러 다녀왔다.
 서울 가는 아내 강릉역에 내려주고 단골 커피집에서 모닝세트 먹으면서 요양원에 전화했다. '이따 두 시 쯤 갈게요.'
 집에 와서 멍하게 있다가 시간이 두 시 반이 된 걸 알았다. 이렇게 아버지를 잊게 되는구나 점점 불효자가 되는구나, 생각하면서 헐레벌떡 아버지한테 갔다. 아버지에게 가는데 장인어른한테 전화와서 요양원 도착할때까지 통화했다. 하나의 나 두 개의 아버지.
 아버지가 생활하는 4층에서 아버지 만난 게 두 번째다. 아버지 방에 가보니 아버지는 세상 편안한 얼굴로 자고 있었다. '아버지' 하고 작게 불러서 아버지를 깨웠다. 침대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켜 드리고 방 밖으로 나와서 방문 나오자마자 있는 응접실(?)에 자리를 잡았다. 아버지는 횡설수설했고 나는 아버지를 마주보고 앉았다가 옆에 앉았다가 하면서 같이 셀카도 찍고 방금 찍은 사진도 같이 봤다. 아버지는 계속 횡설수설하고 나는 계속 아버지 잘하고 있다고 얘기하는 반복이었다. 그 반복이 지금 나와 아버지의 관계다.
 
  헤어질 시간을 귀신같이 아는 아버지가 이제 가라고 하길래 소파에 앉은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아버지를 안았다. 내가 '아이고 아버지' 하면서 아버지 등을 살짝 두드렸는데 아버지도 내 등을 두드리면서 '어, 어일우' 하고 그날 처음으로 내 이름을 불렀다. '아버지, 내 이름 안 잊어버렸네' 했더니 아버지가 '너는 안 잊어버리지' 했다. 아버지는 내가 아버지를 깨웠을 때 '아이고, 네가 왔구나' 라고 했다. 아마 그때부터 무의식적으로 내 이름을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헤어질때는 덤덤했는데 집에 와서 치킨 시켜서 혼자 맥주 마시다가 많이 울었다.
 서울에서 아버지 만나고 헤어질 때 아버지가 나에게 '수고했다'단 말을 자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가 좋은 시절이었다. C8. 어제 이 생각을 하면서 또 울었다.
 아내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나랑 아내랑 같이 아버지 보러가면 아버지가 나만 알아보고 자기는 누군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아버지가 내 이름은 잊어도 좋지만 내가 본인 아이란 걸 오랫동안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버지, 돌아오는 일요일에 또 보러 갈게요. 제 이름 또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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