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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월요일부터 산불조심을 다닌다. 최저임금을 받는 농촌의 겨울철 아르바이트다. 작년 가을에 다녔던 코스와 비슷한 코스를 다닌다. 어르신들한테 인사를 할 때마다 작년에 하던 그 사람이냐고 물어보신다. 나는 그분들을 기억해도 그분들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뭔가 서글픈 일이다.

어제까지 별로 돌아다니지도 않고 차에서 자빠져 있었다. 오늘부터는 열심히 돌아다니기로 결심했고 그렇게 했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주워듣기도 하고 오랜만에 산도 탔고, 나무도 한 차 했다. 길에서 돈 만원을 주웠다. 만원짜리 한 장이 열심히 하기로 한 것에 대한 보너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돈을 흘린 노인네의 슬픔쪽에 더 가깝다. 깻대를 태우고 있는 아주머니한테 홍시를 하나 얻어 먹었다.

오늘 들은 얘기들 - 여러사람에게 들은 것들은 생각나는대로 나열함

- 성산면사무소 있는 쪽에는 월세도 20만원씩 달라고 하는 것이 시내에 얻는 것보다 더 비싸. 왜 그런지 모르겠어.
- 깻대를 말렸다 갈아서 넣으면 비료로 좋다고 하지만 요즘 누가 귀찮게 그렇게 하나, 옛날에나 그렇게했지.
- 아들이 셋 있는데, 둘째만 대학을 못 나와서 잘 못 살고 있다.
- 사람이 써먹든 안 써먹든 공부를 해야한다.
- 시골에서 이래 농사짓고 살면 흥망이 없다.(흥망이 없는 것에 체념하신 말투였음)
- 둘째 아들이 잔나비띠인데, 아직 장가를 안 가서 걱정이 많다.
- 우리 딸이 서른인데, 시집을 갈 생각을 안 한다. 하긴 나도 서른 여섯에 장가를 갔으니....

작년에 주먹만하던 개들이 일년 만에 말 그대로 개같이 커서 나를 반겨줬다. 나도 무척 반가웠다. 내년에 잡아 먹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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