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5/12/06 | 2 ARTICLE FOUND

  1. 2015.12.06 20151206 - 어쩌다 하나씩
  2. 2015.12.06 20151206 - 어쩌다 하나씩

체 게바라

내년이면 체가 죽은 나이를 산다
별일 없으면 다음달에 우리 나이로 마흔이 된다
빌어먹을 한국 나이
빌어먹을 빠른 생일
나는,
지금까지는 형이었지만
곧 친구가 되는 그처럼
의기롭게 죽지도 못하고
역사에 이름 한 방울 남기지 못하고
의사 면허 같은 것도 하나 없고
훌륭한 일기를 쓰지도 못하고
떠돌이도 되지 못한 채
나이 먹을 수록 점점 구태의연해 지기만 한다
뻔한 말, 뻔한 사랑, 뻔한 돈, 뻔한 이기심
얄팍한 자존심과 더 얄팍한 애국심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오늘을 위해 한 일이 없으니 뭐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널 품고 나니 세상이 감옥 같다는 핑계로
술을 고되게 먹는다
세상 살며 무리하는 법이 없는데
술 마실 때만 무리한다
설탕이 빠진 밀크 커피를 뽑아내는 커피 자판기 마냥
뭔가를 놓치고 있다
설탕을 채우던 자판기 아줌마가
젊은 사람이 안됐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커피 설탕 프림이 모두 들어간 밀크 커피를 한 잔 뽑아준다
고맙다고 구태의연한 인사를 날리고
담배를 입에 물어본다
커피와 담배,
이 뻔할 뻔 자같은 뻔뻔함이여
사주가 똑같은 인생도 갈라지는 판이니
내가 그처럼 될 순 없다
이유 없이 사라져도 괜찮은 것이 있다
그게 나는 아니길 바라며
오늘도 내일까지 마셔야겠다
이런 마음을 먹는 내가 부끄럽고
그에게 미안하다
그가 나를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를 아는 것이 내 죄다
그래도 내년에 죽고 싶진 않다
AND



어떤 사내의 마음에 작은 강이 있어
그 강에 아주 작은 물고기 한 마리 살았다
물고기가 바깥 세상을 동경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느날 그이의 마음에 큰 비가 내려
물고기는 마음 밖으로 헤엄쳐 나왔다
곧 비가 그치고 햇살이 쏟아졌지만
물고기는 돌아갈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자신이 따스한 햇볕 아래 말라 죽을 운명임을 알았다
조금 남아있던 물도 모두 말라 버리고
모래땅 위에서 물고기가 마지막 숨을 몰이쉬던 그때,
마음에 아주 작은 강을 가진 한 소녀가 있어
물고기를 발견하곤 가슴에 품었다
물고기가 죽음을 원했는지
강으로 다시 돌아가는것을 원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소녀의 마음이 넘칠 큰 비가 내릴 때까지
소녀와 함께 살게 되었다
사내와 소녀는 헤어진 연인일 수도 있고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작은 물고기가 계속 이렇게 살고 싶은 지는 알 수 없지만
살아 있다면 누군가의 마음 속일 것이다
깊거나 얕거나 넓거나 좁은
마음의 강일 것이다
살아 있다면 누군가의 마음 안에서 꿈틀거릴 것이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