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5/12/20 | 2 ARTICLE FOUND

  1. 2015.12.20 20151220 - 어쩌다 하나씩
  2. 2015.12.20 20151220 - 어쩌다 하나씩

버려진 볍씨

여기, 종자로 남겨졌으나
싹을 틔우지 못한 볍씨가 있다
껍데기를 벗고
익혀져 밥이 되지도 못하고
싹을 틔워
대도 잇지 못한 볍씨가 있다
같은 운명의 동료들과 함께
논 가장자리에 버려진
볍씨가 있다
그 볍씨를 지나가던 새가 먹는다
그 새가 살아서 대를 잇는다
그 새를 또 다른 새가 먹는다
또 다른 새가 똥을 눈다
또 다른 새가 대를 잇는다
또 다른 새를 인간이 먹는다
인간이 대를 잇는다
그리고 언젠간 죽는다
똥은 거름이 되고
죽은 것들은 흙이 된다
이렇게,
버려진 볍씨 하나가
세계의 균형과 우주의 질서 안에 있다
내 안에 있다
AND

교차로에서

깨져 버린 약속 같은 날
하늘에선 비가 내리고
나는 교차로에서,
엇갈린 연인들의 운명을
몸을 던진 여인의 흔적을 쫓는다
비가 먼저 그쳤을까
밤이 먼저 찾아왔을까
거리는 정적 속에 붉은 빛을 밝힌다
나는 새로운 약속을 만들고
그것마저도 깨져 버리길 바라며
황급히 교차로를 떠난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