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5/12/29 | 2 ARTICLE FOUND

  1. 2015.12.29 20151229 - 어쩌다 하나씩
  2. 2015.12.29 20151229 - 어쩌다 하나씩

오징어 볶음


나는 우리집에서 요리를 제일 잘 하는 사람
간 안 보고 요리해도 다 맛있다
헌데, 점심은 귀찮아서 김치 볶음밥
저녁엔 뭐라도 만들어 먹어야지
종일 일하고 돌아온 당신과
맛있게 먹어야지

먼저 담배 냄새나는 손을 비누로 씻는다
당신이 좋아하는 양파는 많이 넣어야지
당근이 하나 밖에 없네
감자도 넣어야겠다
양념장에 들어갈 마늘도 준비해야지
양파 껍질을 벗기면서
매일 새로운 당신을 생각한다
당근을 자르면서
갈라지지 않는 우리 사랑이 자랑스럽다
양파 당근 감자를 순서대로 볶는다
오징어를 넣기 전에 양념장을 만든다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마늘 소주 참기름을 뒤섞는다
언젠가 뒤섞인 사랑 때문에
당신과 나 모두 엇나간 적이 있었다
오징어를 넣고 양념장을 넣는다
오징어는 바다 생물
약불에 끓이면 물이 나온다
매일 샘솟는 내 사랑 같다
나는 먹지 않지만
당신이 좋아하는 대파를 넣는다
마지막엔 강불로 졸여서 마무리
요리의 끝이 사랑의 시작
소면을 삶아서 같이 먹을까, 생각하며
당신을 기다린다

친구한테 술 먹자고 전화가 온다

여보, 미안해요
오늘 저녁은 혼자 먹어요

AND

사랑, 그게 다 무엇이냐

사랑, 그게 다 무엇이냐?

일곱살 먹은 아이가 아빠 또 결혼해, 라고 아내에게 묻는 것?
내 애인과 정반대인 사람에게 끌리는 것?
내 팔에 바늘을 찌르는 간호사 언니를 보기 위해 때마다 헌혈하는 것?
나보다 동생일지도 모르는 미장원 아줌마가 나한테 잘해주는 것?
노래방에서 환상의 여인을 만나는 것?
심사숙고 해서 끓인 라면을 이름도 모르는 너와 함께 먹는 것?

나는 짝꿍이 없으면 담배도 못 피우는 사람

오늘은 그저
복상사하기 좋은 날
너와 나 모두가 좋은 날

사랑, 그게 다 무엇이냐?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