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5/12/13 | 2 ARTICLE FOUND

  1. 2015.12.13 20151213 - 어쩌다 하나씩
  2. 2015.12.13 20151213 - 아이돌 생각

겨울


입동 지나니 시간이 안간다
시간이 얼어붙었나
나는 겨울비에 얼어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가만히 밤이 오고
다시 비가 내린다
어제 날짜까지의 컵라면에
어제 해 둔 찬밥을 말아서
콧물을 훌쩍이며 먹는다
파리 한 마리가 라면 위를 난다
이 집에 썩는 것이라곤
내 몸뚱아리와 녀석 몸뚱아리 뿐이다
날 수 있는 몸이 부러워서
그냥 둬도 얼어죽을 녀석을
어차피 썩어갈 녀석을 때려잡는다
어째서일까
파리를 잡아도 밥을 먹어도
멈춘 시간에 허기만 쌓인다
허기진 삶을 먹는 일로만 채웠더니
뱃속에 사막 같은 똥이 들어찼다
수음을 하다가 똥을 싸고
똥을 싸면서 담배 연기를 내뿜는다
쏟아내는 일들로 허기가 채워질까
결국, 먹는 일로 허기를 채우려
어제 날짜까지의 컵라면에
어제 끓여둔 물을 붓고
다시 어두운 식탁에 앉는다
어디선가 날아온 파리 한 마리
식탁 위를 날다 라면 위에 앉는다
이번엔 애써 잡지 않는다
나는 어제까지만 살았다

AND

'한국에서 돈 벌려면 학원을 해야 한다.'
언젠가 노량진에서 술 마시다가 친구에게 들은 말이다.

어제 불후의 명곡 지오디 편을 보는데 문득, 에이치오티, 지오디 등으로 대표되는 아이돌 1세대 이후의 우리나라 아이돌은 학원 산업의 결과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돈 된다. 학원 내자.' 이런 느낌이랄까

걸그룹 여자친구의 퍼포먼스를 처음으로 봤는데, 정말 열심히 하더라. 틴탑이란 팀도 마찬가지였다. 직업이니까 당연히 열심히 하는걸까? 나는 농사 지을때를 포함해서 내 직업에 한 번도 최고의 전력을 다한 적이 없다. 글 쓰기는 전력을 다하는 편인데, 아직 직업이 아니라 그런것 같다. 여하튼 그들의 무대가 보기 좋았다. 오프닝 공연을 했던 지오디는 여유와 관록이 느껴졌다. 다 내 또래들인데 벌써 뱃속에 영감님이 들어앉은 느낌이랄까. 아이돌이란 게 평범하게 학교 다니는 사람들보다 일찍 직업 전선에 뛰어들다보니 이런저런 일들도 남들보다 빨리 겪을 것이고 업계 특성상 더러운 꼴도 많이 보다보니 순차적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들보다 빨리 늙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하려던 얘기로 돌아가서, 공무원 시험 공부하듯. 노래며 랩, 춤을 배워서 뛰어난 친구들이 데뷔한다. 데뷔라는 1차 경쟁을 통과해도 다른팀보다 유명해지고 살아 남아야 하는 2차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과학고등학교 학생들이 명문대 가려고 경쟁하는 거랑 비슷하다. 다 잘하는 데 남들보다 더 잘해야 한다. 여러 단계를 거치며 우승자를 뽑는 오디션 프로도 이거랑 같은 구조다. 근데 심사위원들이 좋아하는 참가자는 대체로 학원 안 다닌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친구들이다. - 외국에서 온 친구들 - 그런 친구들을 뽑아서 자기네 학원에 데려간다. - 케이팝 스타가 그렇지 - 대학입시로 치자면 수능 만점자 같은 건데, 그런 친구들도 업계에서 이름을 떨친다는 보장이 없다.

엔터테인먼트 사업 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젊은이들에게 너무 한정된 꿈과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경쟁을 강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디어가 그걸 돕고 주위 사람들은 부추긴다. 슬프고 아픈일이다.

항상 의심하면서 살아야지.

덧붙임,

얼마전에 우연히 소녀시대가 라이온 하트 부르는 걸 봤는데, 깡마른 친구들이 흰 옷을 헐벗은듯 하게 입고 나왔더랬다. 팬들에게 미안하지만 전쟁고아들 보는 거 같았다. - 북두의 권 -

올해 정말 좋게 들은 걸그룹 노래 3곡

1. 여자친구 - 오늘부터 우리는, 노래가 그냥 좋았다.
2. 러블리즈 - 아추, 작년에 에이핑크가 부른 미스터 츄란 노래를 많이 들었는데 그 곡은 약간 평범한 진행으로 좋다는 느낌이라면 이 곡은 뭔가 다르다
3. 레드벨벳 - 덤덤, 테일러 스위프트가 최근에 이런곡들 많이 하는 거 같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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