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이영훈을 만나지 않았으면 <나는 행복한 사람>을 부른 쇼 프로그램 사회 잘 보던 젊은 가수가 있었지,로 기억될 뻔 했던 이문세의 4집 앨범이다. 87년 앨범인데, 내가 가진 테잎은 91년에 새로 찍은 버전이다. 유튜브에 어린 이문세가 사회보던 80년대 초반 쇼프로그램 자료가 제법 있다.

 이문세의 가수 전성기는 3, 4, 5집인데, 그 센터에 있는 4집이다. 명실상부 최고 앨범인가? 3집에는 유재하 곡도 부르고 이정선 선생님 곡도 불렀는데, 4집은 전곡이 이영훈 작사작곡이다. 수록곡이 화려하다.

 이문세가 이영훈을 처음 만났을 때를 회고하는 멘트가 기억난다. 담배연기 자욱한 연습실 한 가운데 그랜드 피아노가 있고 이영훈은 담배를 물고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이영훈 선생은 줄담배였다고 한다.

 <굿바이>는 내가 이 앨범에서 제일 좋아하는 곡이다. 이영훈 발라드의 진수다. '눈물을 흘리며 전화를 걸지만 저 멀리 그대 음성 인사도 다른 어떤말도 못하고서 그대 먼저 끊기만 기다려요.' 가사가 공일오비 <텅빈 거리에서>의  '야윈 두손에 외로운 동전 두 개'로 이어진다. 

 이영훈 선생은 세련된 발라드 곡을 쓴다는 점에서 유재하랑 비교되곤 하는데, 내 생각엔 둘 다 세븐코드를 잘 쓴다.

 <밤이 머무는 곳에>는 3집 <휘파람>의 후속곡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웃음소리뿐>은 대곡인 줄 알고는 있었는데, 6분 38초였네. 당시에 라디오 에디트가 따로 있었을 거로 생각된다. 90년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 차에서 이 노래 후렴듣고 좋았던 기억이 난다. <휘파람>과 더물어 라이브에서 들으면 정말 멋진곡이다. 이승환의 <변해가는 그대>의 원조 같은 느낌이랄까?

 <어허야 둥기둥기>가 이 앨범엔 이문세 목소리로 실리지 않았네. 이문세 본인이 라디오에서 예전에 건전가요 앨범에 꼭 넣던 시절 얘기할 때, 많이 언급했던 곡이다. 

 곡들이 다 좋고 빠른곡과 느린곡의 배치가 절묘해서 물리는 느낌이 없다.

 이문세는 80년대 보다 90년대가 90년대 보다 2000년대에 노래를 더 잘하는 느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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