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댓국을 먹다 2 - 아버지랑 먹다 -
아버지랑 순댓국을 먹는다
국에 들어간 순대는 너무 뜨거운지 아버지가 잘 못 먹는 걸 알기에
고기만 순댓국에 내장 한 접시를 시켰다
아버지 국에 다대기 소금 새우젓 들깨가루 후추를 넣고 밥도 반 공기 말아준다
아버지는 고기 한 점 먹고 국물 한 입 먹고를 반복하고
나는 접시 위에 돼지 내장을 하나씩 하나씩 아버지 뚝배기에 넣는다
아버지 뚝배기 안의 고기가 줄지 않고
아버지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자꾸만 먹는다
아버지가 고기를 먹을 때 숟가락 위 고기에 새우젓의 새우를 한 두 마리씩 얹어준다
나도 이 새우같이 작은 시절이 있었겠지
아버지는 군말없이 먹는다
아니, 맛있다고 하며 먹는다
이런 걸 먹은지가 언젠지 모르겠다고 하며 먹는다
이건 질리지도 않는다고 하며 먹는다
나만이 아버지에게 내가 누군지 묻지 않는다
아버지가 내 이름을 부른 어떤 날에 나는 주루륵 울었지만
오늘 아버지는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아버지의 시계는 멈춘지 오래고
아직 나의 시간은 흐른다
바닷바람을 맞은 아버지가 좋다고 하니
정말 좋은 것이고
아버지가 좋다니 나도 좋지만
구워 줘도 잘 먹지도 못하는 소갈비가 아닌
배 터지게 먹는 순댓국으로 사랑을 다시 정의하는 이 시간이
까맣게 까맣게 타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