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조림을 먹다
외할머니에게서 엄마에게로
엄마에게서 나에게로 전해지고
나에게서는 대를 이어 전해질 일 없는 고등어조림을 먹는다
대통령이 아이 둘만 낳으랬다고 둘만 낳은 부모님
아버지, 엄마, 나, 동생
네 식구가 한 자리에 앉아 밥을 먹는다
마지막으로 넷이 밥을 먹은 건 20년 전일까
엄마 나이가 지금 내 나이 때의 일이다
넷 중 아무도 정확히 기억 못하는 옛 일이다
방금 들은 말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 아버지 덕분에
오늘이 넷이 함께 먹는 마지막 밥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엄마 말 잘 듣는 아이가 돼서 열심히 먹었다
동생도 같은 생각인지 그릇을 금방 비웠다
같은 재료 같은 레시피에도 엄마 거에선 엄마 맛이 난다
할머니의 고등어조림을 먹던 엄마도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괜찮다고 괜찮을거라고
부모님 이혼했던 그날처럼 뿔뿔이 헤어져 혼자 걷는 옛 동네
친구들과 어울리던 '꼬치&소주'는 '치킨&호프'로 바뀌고
외롭던 내 봄밤을 밝혀주던 가게 앞 아기 벚나무는
20년 전 내 나이만큼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