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를 먹다

만날 할인하는 것만 사 먹기 싫어서
9000원짜리가 아닌 9800원짜리 딸기 바구니를 집었다
어제 물건은 800원이 싼 건가,
내가 집은 딸기가 800원치는 더 신선해 보이는군,
바구니는 반납이 안된다고 해서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먹고 사는 게 잘못이란 위안으로 그냥 사왔다
씻어 먹어야 한다는 아내 말을 웃어 넘기고
딸기를 먹는다
윗줄엔 큰 딸기가 아랫줄엔 작은 딸기가 있다
마트에 물건이 있으면 그때가 제철인 세상도
눈속임으로 딸기를 포장하는 일도 웃기지만
지금 먹는 딸기는 상쾌하고 맛있다
맛있지만 더 맛있으라고 설탕에 찍어 먹는다
딸기에선 왜 딸기우유 맛이 안나지? 말해놓고
답을 아는 질문을 한
늙어버린 내가 웃겨서
멈추지 않고 딸기를 먹는다
마트에 더 이상 딸기가 안 나올때까지 자꾸 사 먹고
집안 한구석에 딸기 바구니를 쌓을 일을 생각하면서
계속 딸기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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