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전을 먹다
한 장에 오천원
셋이 앉아 한 장에 소주 다섯 병을 먹는 김치전을 먹는다
김치전은 집에서 해 먹어도 맛있지만
술은 밖에서 사 먹는 게 맛있다
소주 한 병 사 천 원
비쌀수록 맛있는 소주를 입 안에서 굴리며
나와 내 앞사람과 그 옆사람이 굴러가는 얘기를 한다
마주앉은 세 사람이 세상이라면
글러먹은 세상이 굴러가는 얘기를 한다
빈병이 굴러다니기 전에
한 장 더 시킨다
가게 주인은 말이 없고
솔직히 이집 김치전은 맛이 없다
맛 없다면서 한 장 더 시키는 이유는 뭔지
김치전을 먹기 위해 소주를 먹는지 소주를 먹기 위해 김치전을 먹는지
답을 아는 뻔한 질문이지만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