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국밥을 먹다


아버지랑 병원 근처 국밥집에서 돼지국밥을 먹는다
이 고기가 어떻게 내 앞에까지 왔는지
왜 바닷가에 있는 부산같은 대도시에서 돼지국밥이 유명한지
서울 변두리에 부산돼지국밥집이 있는 것이 합당한 일인지
떠오르는 생각들은 일단 잊고
먹는일에 집중한다
마주앉은 아버지는 방금전 일도 잊는 사람이 됐고
다행이라면 옛날에 태어난 나를 잊지는 않았다

- 아버지.....
- 어, 왜?

말을 이을 수 없어서 국밥에 고개를 묻는다
뜨거운 김이 안경에 서리고 뺨을 달군다

- 아버지, 맛이 어때요?
- 응, 맛있어.

- 역시 한국 사람은 따뜻한 국밥이죠?
- 응, 맛있다.

- 아버지.....
- 어, 왜? 나 괜찮아.

말을 이을 수 없어서 식어버린 뚝배기에 고개를 묻는다
자꾸만 고개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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