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게더를 먹다

여름밤
1974년생
나보다 네 살 많은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동생과 둘이 먹던 삼십 년 전엔 서로 더 먹으려고 선을 긋고 다투기도 했지만
원한다면 혼자서 한 통 다 먹을 수 있는
모자라면 한 통 더 사 먹을 수 있는
'함께'란 이름을 가진 아이스크림을 애타게 먹고 싶지는 않은
21세기를
나는 사랑한다
열대야에 아이스크림이 빠르게 녹고
숟가락으로 녹은 부분만 살살 긇어 먹는다
달콤하다
숟가락이 닿은 부분은 더 빠르게 녹고
입 안이 달콤할수록
단단함이 사라지는 속도는 북극의 빙하가 녹는 속도만큼 빠르다
다 먹지 못하고 냉장고에 넣는다
하루만큼 유예된 멸망도 입 속에선 달콤하다
어쩌면 마지막인 여름밤
어쩌면 마지막인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들으며
아내와 나
온 가족이 함께 '투게더'를 먹었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