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 볶음밥을 먹다 -

토요일 오후
주섬주섬 일어나
냉장고를 뒤진다
마늘 양파 파프리카 그리고 토마토 케첩
뱃속에 들어가는 것들은 이름만 불러도 기분이 좋다
편으로 썬 마늘을 소금 후추 넣고 기름에 지지다가
마늘이 갈색으로 변하면
나머지 재료와 밥을 넣고 볶는다
지지고 볶고 산다는 표현만큼
먹고 가는 일도 진부해진지 오래다
냄비째 상에 올린다
냄비가 둥글어 밥도 둥글다
숟가락으로 눈과 입을 파낸 볶음밥은
어딘지 나를 닮았다
나를 먹는다는 생각으로
턱에서 시작해서 이마까지 깨끗하게 먹는다
나를 파 먹고 또 하루를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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