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볍씨

여기, 종자로 남겨졌으나
싹을 틔우지 못한 볍씨가 있다
껍데기를 벗고
익혀져 밥이 되지도 못하고
싹을 틔워
대도 잇지 못한 볍씨가 있다
같은 운명의 동료들과 함께
논 가장자리에 버려진
볍씨가 있다
그 볍씨를 지나가던 새가 먹는다
그 새가 살아서 대를 잇는다
그 새를 또 다른 새가 먹는다
또 다른 새가 똥을 눈다
또 다른 새가 대를 잇는다
또 다른 새를 인간이 먹는다
인간이 대를 잇는다
그리고 언젠간 죽는다
똥은 거름이 되고
죽은 것들은 흙이 된다
이렇게,
버려진 볍씨 하나가
세계의 균형과 우주의 질서 안에 있다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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