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입동 지나니 시간이 안간다
시간이 얼어붙었나
나는 겨울비에 얼어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가만히 밤이 오고
다시 비가 내린다
어제 날짜까지의 컵라면에
어제 해 둔 찬밥을 말아서
콧물을 훌쩍이며 먹는다
파리 한 마리가 라면 위를 난다
이 집에 썩는 것이라곤
내 몸뚱아리와 녀석 몸뚱아리 뿐이다
날 수 있는 몸이 부러워서
그냥 둬도 얼어죽을 녀석을
어차피 썩어갈 녀석을 때려잡는다
어째서일까
파리를 잡아도 밥을 먹어도
멈춘 시간에 허기만 쌓인다
허기진 삶을 먹는 일로만 채웠더니
뱃속에 사막 같은 똥이 들어찼다
수음을 하다가 똥을 싸고
똥을 싸면서 담배 연기를 내뿜는다
쏟아내는 일들로 허기가 채워질까
결국, 먹는 일로 허기를 채우려
어제 날짜까지의 컵라면에
어제 끓여둔 물을 붓고
다시 어두운 식탁에 앉는다
어디선가 날아온 파리 한 마리
식탁 위를 날다 라면 위에 앉는다
이번엔 애써 잡지 않는다
나는 어제까지만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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