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 어떤 무거움 때문에 아버지 면회 없이 두 번의 주말을 건너 뛰었다. 내 마음 속 어떤 마음 때문에 어제 회사 조퇴하고 아버지 만나러 갔다. 월요일 오후 네 시에 15일만에 만난 아버지는 내가 본인 아들이란 건 아는 것 같았지만 '아들'이란 말을 바로 꺼내지는 못했다.
아버지는 자꾸 엄마를 찾았다, 그게 내 엄마를 찾는건지 본인 엄마를 찾는 건지 나도 헷갈린다. 본인 친 엄마는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본인 새 엄마에게는 큰 애정이 없기에 본인의 전처(내 엄마)를 찾는 것 같긴하다. 아버지는 내가 얘기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서(엄마, 동생, 애들) 한 번 보고 싶다는 얘기를 자꾸 하고 나는 이미 여러 번 만났고 또 만날거란 얘기를 자꾸 했다.
아버지 얘기를 잘 들어보면 아버지는 대가족이 모여있는 명절날의 엄마집 풍경이나 벌초 때 모습을 떠올리는 것 같다.
요양원 직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아주 옛날에 대해서는 조금은 기억하는 것 같기도 하니, 조만간 엄마집에 가서 오래된 사진을 좀 챙겨와야겠다.
내 머릿속 아버지 이미지는 <아버지=불결행위>로 자릴 잡은지 오래다. 요양원에서 한 달에 한 번 보내주는 소식지 읽다보면 심란하다.
아버지. 나의 아버지. 그래도 나의 아버지. 그리고 나의 아버지.